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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앞날 우리 집 아이들은 놀거나, 책읽거나

등록|2009.12.04 11:28 수정|2009.12.04 11:28
오늘이 2학기 기말고사를 치르는 날입니다. 지난 중간고사에서 수학을 30점 받은 막둥이에게 아빠 얼굴을 봐서라도 공부해서 30점 이상은 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닥달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부는 별로입니다.

"막둥이 시험공부 좀 했어?"
"아빠!"
"왜?"

"100점 받기 위해 공부하는 것 아니예요. 초등학교는 열심이 뛰어놀아야해요."
"그래도 수학 30점은 너무 한 것 아니냐."
"그럼 이번에는 40점 받으면 되겠네요."

"그래 40점-50점-60점-70점-80점-100점 받으명 되겠다."
"수학을 100점 받기 위해 공부하는 것 아니라고 했잖아요. 사실 나는 공부보다는 노는 것이 더 재미있어요."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둘째 서헌이는 악착같은 면이 있습니다. 자기 엄마 말로는 서헌이는 한 겨울이 혼자 바깥에 나가도 추위를 이겨내고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아이라고 칭찬을 합니다. 독립성과 정체성이 강하다고 할까요. 시험성적도 세 아이 중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이 번에는 학교에 다녀 온 잠깐 공부를 하는 척 하더니 이내 오빠와 동생과 함께 뛰어나기 바쁩니다.

"서헌아 너까지 공부 안 하면 어떻게 하니?"
"아빠 다 했어요."
"다 했다고! 언제?"
"아까 학교 다녀와서 다 했어요?"
"당신 서헌이가 공부 다 했다는 것 무슨 말인지 모르세요?"
"무슨 말?"

"아니 예상 문제 한 권 푼 것을 공부 다 한 것이라고 말하는거예요. 우리 아이들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공부 한 번 제대로 한 일이 있나요?"
"없죠. 그래도 이거는 너무 하는 것 아니예요?"

"당신도 그런 말 하면 안 돼죠. 공부는 평소에 하는 것이지. 시험 치르는 하루 앞날 공부하면 안 돼죠. 오늘은 그냥 푹 시는 날이예요."

막둥이는 공부는 100점 받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니 놀아도 된다면서 뛰어 놀고, 아내와 둘째는 시험 치르는 앞날은 푹 쉬어야 한다면서 놀고 참 대한 엄마와 아이들입니다. 그럼 첫째 아이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책상에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져있었습니다. 무슨 책을 읽는지 물었습니다.

▲ 만화김대중을 읽고 있는 큰 아이 ⓒ 김동수


"무슨 책 읽고 있니"

"<만화, 김대중> 읽고 있어요."
"그래 김대중 대통령이 어떤 분이라고 생각해?"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아빠가 불러도 잘 듣지 못하면서 책에 빠져있었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어떤 분인지 잘 모르겠다고?"
"예"
"그냥 그림만 보는 것 아니냐?"
"아니예요. 내용도 읽어요. 아직 어린 시절만 읽었지 대통령이 되는 과정은 읽지 못했어요. 조선시대에 힘있는 사람들이 힘없는 사람들 것을 빼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지금도 그렇다. 그래 1권부터 한 권씩 읽어면 김대중 대통령이 어떤 분인지 알 수 있을꺼다."
"아직 3권은 나오지 않았어요?"

"응 오늘 아빠가 3권을 주문했는데 아마 토요일쯤 책이 올 거다. 너는 시험 걱정 안 되니?"
"걱정 안 해요."

기말고사를 하루 앞두고 우리 집 아이들은 이렇게 놀고,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도 아이들 지켜나갈 수 있을까요. 아니 이 아들이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나와 아내가 이렇게 태평스러운 모습을 아이들이 놀고, 책을 읽어도 그냥 내버려 둘 수 있을까요. 지금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발등이 불이 떨어지면 눈에 불을 켜고 아이들을 목을 조르지나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내 말처럼 시험 보는 앞날은 푹 쉬게 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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