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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274) 인공적

― '인공적으로 섞는', '인공적으로 만들어' 다듬기

등록|2009.12.07 12:01 수정|2009.12.07 12:01
ㄱ. 인공적으로 섞는

.. 두 가지 물질을 인공적으로 섞는 것은 합성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  《고와카 준이치/생협전국연합회 옮김-항생제 중독》(시금치,2005) 21쪽

 "두 가지의 물질"이라 하지 않고 "두 가지 물질"이라 한 대목이 반갑습니다. "섞는 것은"은 "섞으면"으로 다듬는데, '합성(合成)'이란 섞는 일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섞었을 때 한자말로는 '합성'이라고 가리키지만, 이 보기글에서도 느낄 수 있듯, 우리는 손쉽게 '섞음'이라 안 하고 따로 '합성'이라고 적기 때문에, 말씀씀이는 겹치기이지만, 이렇게 놓을밖에 없습니다. 조금 더 헤아려 본다면, 이 보기글은 "두 가지 물질을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것은 합성으로 봐야 하기 때문" 꼴인 셈입니다.

 ┌ 인공적(人工的) : 사람의 힘으로 만든
 │   - 인공적 조원미마저 느껴질 만큼 / 미생물을 인공적으로 배양하다
 ├ 인공(人工)
 │  (1) 사람이 하는 일
 │  (2) 사람의 힘으로 자연에 대하여 가공하거나 작용을 하는 일
 │   - 인공 구조물 / 인공 자연 / 인공 호수
 │
 ├ 물질을 인공적으로 섞는 것은
 │→ 물질을 사람이 섞으면
 │→ 물질을 사람 힘으로 섞으면
 │→ 물질을 사람 손으로 섞으면
 └ …

 한자말 '인공'이든 '합성'이든 써야 한다면 쓸 노릇입니다. 이와 같은 말마디를 쓸 때 우리 생각과 느낌을 한껏 잘 드러내거나 보여준다면 얼마든지 쓸 일입니다. 그러나, 이 낱말들을 쓰면서 외려 우리 생각이 사그라든다든지 말투가 어수선해진다면, 쓰임새를 줄이면서 다른 알맞춤한 말투를 헤아리거나 찾아야지 싶습니다.

 보기글을 살피고 '인공' 말뜻을 돌아본다면, '人工'이란 다름아닌 '사람 힘'이나 '사람 손'을 가리킵니다. 이리하여, 우리는 이 말뜻 그대로 '사람 힘'이나 '사람 손'을 넣으면서 알뜰히 풀어낼 수 있어요. 또는, '사람힘-사람손'을 아예 새 낱말로 빚어도 괜찮습니다.

 "인공 구조물"이라면 "사람이 지은 구조물"이거나 "사람이 지은 집"입니다. "인공 자연"이라면 "사람이 만든 자연"이나 "사람이 일군 자연"입니다. "인공 호수"라면 "사람이 만든 못"이나 "사람이 판 못"이 될 테고요.

 ┌ 인공적으로 배양하다
 │
 │→ 사람이 키우다
 │→ 사람손으로 키우다
 │→ 사람이 따로 키우다
 └ …

 세상을 이루는 모두는 자연이 만들어 냅니다. 스스로 빚고 스스로 숨을 거두며 스스로 흙이 됩니다. 스스로 목숨이 되었다가 스스로 주검이 됩니다. 우리는 우리 땀과 피와 품을 들여서 무언가를 새로 빚어내곤 하는데, 곰곰이 따지면 '사람이 만들었다'기보다 '사람들 손길을 거쳐 자연이 자연 흐름 그대로' 새 목숨이 되었다고 해야 알맞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 두 가지 물질을 사람이 억지로 섞으면
 ├ 두 가지 물질을 우리가 힘들여 섞으면
 └ …

 우리들 목숨은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사랑하여 얼우고 열 달 동안 밴 끝에 내놓아 이룬 목숨입니다. 어찌 보면 '사람이 따로' 빚은 목숨이라 할 만하지만, 우리는 우리 목숨을 놓고 '사람이 따로' 빚었다고 하지 않습니다. 한자말로 '인공적'이라 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우리 목숨은 자연스레 이 땅에 찾아와 자연스레 이 땅으로 돌아간다고 이야기합니다. 사람 또한 자연 가운데 하나일 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쓰는 말마디는 우리가 우리 힘으로 빚어내든 받아들이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쓰는 말마디를 놓고 '따로 만들었다'든지 '인공적이다'라든지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쓰는 말마디 또한 우리 삶과 생각에 따라 자연스레 태어나고 스러지고 한다고만 이야기합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삶에서 우리 손을 안 타는 일이란 하나도 없다 할 텐데, 우리가 '사람들 손을 탄다'거나 '인공적이다'라 할 만한 일이란 으레 '억지로' 하는 어떤 일을 가리키곤 합니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꺾고 '어거지'를 부리는 일을 나타내곤 합니다.

 처음부터 다시 헤아려 봅니다. '인공 조미료'이든 '인공 합성 물질'이든 '인공 무엇무엇'이든 말썽이 나거나 골칫거리가 될 때에는 언제나 '억지'를 부릴 때입니다. 못난 떼를 쓸 때입니다. 괜한 앙탈을 부릴 때입니다.

ㄴ. 인공적으로 만들어

.. 또한 간이나 췌장 등의 장기, 혈관, 뼈, 피부 등도 인공적으로 만들어 대용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  《데즈카 오사무/하연수 옮김-아톰의 슬픔》(문학동네,2009) 83쪽

 '등(等)의'는 '같은'으로 다듬고, "피부(皮膚) 등(等)도"는 "살갗 들도"로 다듬으며, '혈관(血管)'은 '핏줄'로 다듬습니다. '대용(代用)할'은 '갈'이나 '갈아치울'이나 '바꿔 쓸'로 손보고, '시대(時代)'는 '때'로 손봅니다.

 ┌ 인공적으로 만들어
 │
 │→ 사람이 만들어
 │→ 사람 손으로 만들어
 │→ 사람이 따로 만들어
 └ …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을 가리킬 때 으레 넣고 마는 '-적'붙이 말투 '인공적'입니다. 이 말마디 쓰임새를 살펴보건대, 앞으로는 '인공적'보다 '기계적'을 훨씬 자주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삶은 나날이 '사람들 손'을 덜 타거나 안 타는 쪽으로 달라지고 있거든요. 이제는 무슨 일만 해도 '손글씨'니 '손그림'이나 '손일'이니 하면서 '손-'을 앞가지로 넣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일들은 손으로 하지 않습니다. 그래, 빨래를 해도 으레 우리들이 손으로 했으니 손빨래였으나, 온통 '기계빨래'가 넘치는 가운데 '손빨래'라는 낱말이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지난날에는 손품을 안 들이는 일이 없었지만, 이제는 손품을 들이는 일이 없으니 다로 '손품'을 말하고 '발품'까지 말하고 있어요.

 ┌ 뼈와 살갗 들을 따로 만들어
 ├ 뼈와 살갗 들을 기계로 만들어
 ├ 뼈와 살갗 구실을 하는 물건을 만들어
 └ …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으며 누우면 자고 싶다는 말처럼, 우리들은 우리 게으름을 한껏 부리면서 과학기술을 잘못 부리고 있다고 느낍니다. 과학기술을 비롯해 우리 문화며 예술이며 삶이며 온통 어긋난 쪽으로 흐르도록 내팽개치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이런 얄궂은 흐름을 우리 스스로 거의 못 느끼거나 안 느낍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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