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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들려오는 350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코펜하겐은 지금]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 로 가는 환경운동가들의 복잡한 심정

등록|2009.12.07 10:23 수정|2009.12.14 12:06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15차 당사국 총회(UNFCCC COP15, 이하 COP15)'가 12월 7일부터 18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립니다.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최대 과제인 기후 변화 문제를 논의하는 COP15는 사실상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회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녹색연합과 공동으로 '코펜하겐은 지금'이라는 현장 기획 기사를 출고할 예정입니다. 녹색연합은 4명의 활동가를 현지에 파견했습니다. [편집자말]
12월 9일 덴마크 코펜하겐 당사국 총회에 참석하기 위한 준비가 막바지에 달하고 있다. 녹색연합을 포함하여 코펜하겐 회의에 참가하기 위한 NGO대표들은 12월 3일 오전에 한국정부 협상단의 협상전략과 당사국 총회 쟁점 전망에 대해서 녹색성장위원회로부터 간단한 브리핑을 보고받았다.

브리핑은 약 2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정부에서도 협상단을 약 150명 정도 꾸린다고 하니, 한국 정부가 코펜하겐 회의에서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협상을 해나갈지 환경운동을 하는 나의 마음은 참으로 복잡하다. 회의가 시작하기도 전에 코펜하겐 회의에 대한 안 좋은 전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교토의정서를 뛰어넘는 '새로운 의정서'를 만들기 위한 기초작업이 전혀 되지 않았고, 해묵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간의 논쟁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총회 자체에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또 어떤 이들은 원론적인 수준에서 '공동 합의문' 정도만 도출되고 실무협상을 위한 총회는 내년 이후로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발리로드맵'을 통해 2009년까지 '포스트 교토'(교토의정서가 만료되는 2013년 이후의 감축 방안)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자던 국제적인 약속에도 불구하고 협상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어지럽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코펜하겐 회의 참가로 분위기가 조금 들 떠 있긴 하지만 본질이 변하지 않은 것은 여전하다. 2009년 현재 우리는, 코펜하겐에서 무엇을 얻고, 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미국 국립대기해양국(NOAA,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에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매달 홈페이지를 통해서 발표하고 있다. NOAA가 2009년 11월 11일에 발표한 현재 대기 중 농도는 384.38ppm이다. 불과 약 200년 전만 해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275ppm에 불과했다. 그러나 18세기가 시작되면서 인류는 에너지와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석탄과 가스와 석유를 태우기 시작했다. 석탄과 가스와 석유를 태운 만큼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증가하기 시작했다. 최초에는 천천히 증가하다, 최근에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현재는 약 390ppm에 달한다. 1년마다 2ppm씩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진심으로 말하건데, 지금과 같은 상승세로는 인류의 미래는 너무나 암담하고 침울하다.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수치, 지구 평균 기온 '2도 상승'

북극곰북극곰 1마리는 한 해 45마리의 바다표범을 잡아먹어야 생존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얼음바다를 근거지로 하는 바다표범이 줄어들고 있다. 북극곰 역시 먹이 사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MBC


<6도의 악몽>의 저자 마크 레이너스는 지구 평균 기온 '2도 상승'이 가져올 연쇄반응에 대해서 심도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지구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여 아마존이 붕괴하고 토양의 탄소배출이 유도되는 티핑포인트를 넘어선다면, 대기중으로 이산화탄소 250ppm이 추가로 배출되면서 온도가 추가로 1.5도 상승할 것이다. 이는 다시 곧 4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일단 그 단계에 접어들면,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나오는 탄소와 메탄의 배출이 가속화되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더 늘어나며 우리는 곧 5도 상승의 세계로 접근한다. 이 정도로 온난화되면 바다 심해에 저장되어 있는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어 6도 상승에 따른 대 멸종의 재앙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 (마크 레이너스 '6도의 악몽' 중, 본문 296페이지)"

위와 같은 과학적 주장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아주 명쾌하고 간단하다. 최소 2도 상승까지가 우리의 마지노선이라는 것이다. 2도 상승 이상이 되면, 티핑 포인트를 벗어나 인간의 손으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연쇄반응이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은 2도 상승이 될까지는 괜찮고, 2도 상승이 넘어가는 시점부터 위험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가 이미 대기 중으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시킴으로서 제공한 지구온난화의 '원인'에 비해서 누적된 배출량에 따라서 지구의 기온이 오르는 지구온난화의 '결과'가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한 '시간 차'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아직 2도 상승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2도 상승을 확정짓게 만드는 바로 그 시점이 언제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0.74도 상승한 지구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향후 십수년 안에 과감한 결단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매우 위험한 시나리오대로 흘러나가될 것이다.

기온 상승 2도에 맞추려면, 350ppm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 코펜하겐 회의 홈페이지. ⓒ


현재 '2도 상승 이하'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의 과학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과거 '2도 상승 이하'에 도달하기 위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다. 그동안 IPCC는 450~550ppm을, 스턴 보고서에서는 550ppm을 주장해왔고, '6도의 악몽'의 저자 마크 라이너스는 400ppm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로는 결코 부족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전 NASA 기후과학자인 제임스 핸슨과 미 전 부통령이자 환경운동가인 앨 고어, 그리고 최근 IPCC 의장인 라젠드라 파차우리 의장까지 저명한 과학자들의 지지와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미 항공 우주국 나사(NASA)에서 근무했던 제임스 핸슨(James Hansen)은 지난 20년 전에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를 한 최초의 과학자 중 한 명인데, 그는 최근 '만약 인류가 지구라는 행성이 기후변화로부터 현재와 같이 보존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를 현재 385ppm에서 350ppm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20008년 폴란드 포즈난에서 열렸던 제 14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 등장했던 미국의 전 부통령인 앨 고어 역시 350은 양보할 수 없는 과학적 진실임을 강력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350ppm 이라는 수치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과학적 진실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명쾌한 발언을 한 바 있다. IPCC 의장인 라젠드라 파차우리 박사는 프랑스 통신사 AFP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IPCC 의장으로서 견해표명은 할 수 없으나 인류의 한 구성원으로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ppm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들려오는 350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이러한 과학적 지지를 얻으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350ppm에 맞추자는  '350 캠페인'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는 더 이상 기후변화의 문제가 몇 몇 과학자들만의 논쟁이 아니라 대중적인 관심사이며, 현실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대중적 운동은 유럽의 정치인이나 미국의 저명한 과학자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과학이 발달하지도 않은 아프리카와 개도국의 여성과 아이들에게까지 전 세계 곳곳으로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350 캠페인'은 기후변화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행동이다. 단순하고 명쾌한 진실, 그것이 바로 350ppm의 진실이다. 이 이상 더 배출하면, 지구상 인류의 미래는 없다. 코펜하겐 회의에 참석하는 나로서는 한국에서 들려오는 350의 목소리를 간절하게 듣고 싶다. 이는 우리의 미래를 정치 협상가나 경제분석가들에게 맡겨놓을 수만은 없다는 우리들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코페하겐에서 어떤 결론이 도출될지는 우리들의 손에 달려있다.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와 350 캠페인' 일문 일답
Q.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뭐죠?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는 유엔 기후변화 협약에 기초한 기후변화에 관한 장관급 회의를 말합니다. 지난 1995년 독일 본에서 처음으로 열린 이후 15년 동안 세계 6개 대륙을 돌면서 개최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권위있는 국제회의입니다. 1990년 기준으로 선진국들이 5.2%를 감축하기로 한 교토의정서 역시 지난 97년 '제 3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결정되었습니다. 올해 당사국 총회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12월 7일부터 18일까지 개최됩니다.

Q. 올해 열리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는 왜 중요한가요?
이번에 열리게 되는 제 15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는 정말 중요합니다. 교토의정서에서 감축하기로 한 선진국 5.2% 감축 협정이 2012년에 종료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 세계는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위기를 막기 위해서 새로운 감축 이정표를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감축안이 이번 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입니다.

Q. 회의에서 무엇이 논의되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전 세계 감축 목표입니다. 이미 지구 평균 온도는 지난 백년간 0.74도 상승했습니다. 이는 지구 대기의 온실가스가 점차 증가하여서 발생한 것으로 현재 대기 중 온실가스의 농도는 약 387ppm으로 매년 2ppm 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코펜하겐 기후 회의에서는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을 어느 정도 선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또한 각 나라별로 어떻게 할당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논의합니다.

Q. '350 캠페인'은 뭐죠?
'350 캠페인'은 아주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350이라는 숫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의미합니다. 정확히는 350ppm(백만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350ppm에 맞추자는 전 세계인의 공동캠페인입니다. 현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390ppm에 달하며 매년 2ppm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서 350ppm이라는 수치는 현재 수많은 과학자들과, 기후 전문가, 그리고 기후변화에 진정성이 있는 몇 몇 나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금세기말까지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350ppm 수준으로 되돌리지 않으면 우리는 기후변화 위기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Q. 그럼, 이번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강력하고 효과적인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 합의안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전 세계적인 공동 행동입니다. 이에 더욱 더 많은 전 세계인들이 '350 캠페인'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치고 있습니다.

<참여방법>
350 홈페이지 www.350.org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350ppm

덧붙이는 글 필자는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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