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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일 없는 세상, 하늘에 새긴 희망 보다

동양별자리로 한국사회 '희망'을 보다

등록|2009.12.09 10:38 수정|2009.12.09 10:38

목성사진천체 만원경 없이 일반 디카로 사진을 찍었다. 저녁 9시경 남서쪽에서 빛나고 있는 서울 하늘에 유일한 별이다. ⓒ 고영준


별 보기 좋은 계절은 겨울이다. 퇴근 시간(6시경) 남쪽 하늘을 바라보면 유난히 빛나는 별이 있다. 서울 하늘에서 보이는 별 치고는 너무 밝아 혹시나 인공위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목성이다. 목성은 북극성보다 밝다. 조선 세종 때 천재적 천문학자 이순지가 지은 <천문유초>(天文類抄)에 목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목성의 색이 검으면 사람이 많이 죽고, 누런색이 되면 풍년이 들며, 색이 희면 난리가 나고, 푸르면 감옥에 가두는 일이 많으며, 임금이 포악하면 붉은 색이 된다. 색이 붉으면서 뿔 같은 빛이 있으면 나라가 창성하고, 별이 처음 볼 때 작았다가 날로 커지면 나라에 이익이 있고, 처음에는 컸다가 날로 작아지면 점차 손실과 소모가 많다."

신종플루, 용산참사, 쌀값 폭락, 4대강, 세종시, 미디어법……. 지금의 세상 돌아가는 꼴이 어지럽다. 이순지 이야기대로라면 목성은 검고 누렇고 희며 푸르고 점점 작아지는 시대다. 그래도 목성은 캄캄한 서울 하늘에선 그나마 밝게 보인다. 우리가 사는 꼴이 안타까워 목성이 좋은 기운이라도 주려는 것일까. 어디선가 자라고 있을 '희망' 때문에 밝게 빛나는 것일까.

우리에게 익숙한 건 서양별자리다. 처녀자리, 큰곰자리, 백조자리…. 초등학교에서도 짧게 배운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본 별자리점도 친숙하다. 내 생일은 무슨 별자리에 속하고, 그에 따른 성격, 연애운, 사업운 등은 알아보는 점이다.

서양별자리는 알아도 삼원 28수로 나누는 동양별자리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수천 년간 하늘을 봐오던 방식을 버리고, 서양인의 눈으로 하늘을 보고 있다. 페가수스나 오리온 따위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이름들이 이제는 친구 이름마냥 살갑다. 물론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별자리는 오랜 기간 각 나라별로 전해오던 것을 모아서 1922년 국제천문학연맹(IAU)에서 결정한 것으로 의미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좋은 우리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견우별 직녀별을 보며 은하수와 오작교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정겹지 않은가. 서양에서는 곰의 꼬리 밖에 되지 않는 북두칠성이 우리나라에서는 생사화복을 주관하는 별자리였고, 옛 할머니들이 정화수를 떠놓고 치성을 드릴 정도로 삶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었다.

천상열차분야지도조선시대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국보 228호)이다. 고구려 시대 관측 별자리를 조선 때 다시 제작한 천문도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것이다. 조선의 뛰어난 과학기술의 상징이고, 혼천의와 함께 만 원권 지폐에 실려있다. ⓒ 문화재청


동양인들은 밤하늘을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으로 해석해 왔다. 별자리를 보고 방향을 찾고, 날씨를 예측하는 등의 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 보편적으로 있었던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네 별자리는 공동체적 운명을 예측하고, 안 좋은 기운이 있을 때는 치성을 드려 바꾸기도 하고, 바꾸려다가 실패하기도 한다. 하늘과 자연과 인간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유기적인 사고가 깔려있던 것이다.

지금 말로하면 청와대, 종합정부청사, 임금, 내시, 시장, 곡간, 감옥, 음악, 우물, 변소나 똥에 해당하는 별자리 등 인간세계가 모두 들어있다. 그래서 부엌이나 곡간으로 여기는 '위수'라는 별자리가 밝으면 사계절이 순조롭게 운행되어 가을에 많은 결실을 얻게 된다고 여겼고, 어두우면 창고에 곡식이 없어져 위와 아래가 모두 예와 질서를 잃게 된다고 봤다. 또 변소나 똥에 해당하는 별자리인 '천혼'이 누렇게 되면 백성들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봤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겨울, 서울 하늘에 밝게 뜬 목성을 보며 희망을 읽는다. 아울러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 잡아 달라고 기도한다. 하늘에 새겨진 우리의 미래는 희망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밤하늘에 빛나는 목성처럼 나도 함께 삼천리강산을 화려하게 물들일 '희망의 꽃'이 되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수동 마을신문 아름다운마을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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