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17인의 대선 후보들그야말로 후보자 난립이라는 생각이다. 필자의 취재 과정에서 후보자들을 모두 아는 사람은 찾아보지 못했다. 때로는 필자보다도 더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크라이나의 한 텔레비전 방송사에서 대선 전망을 두고 이야기하고 있다. ⓒ 김형효
하지만 목숨을 위협하는 신종플루가 잠잠해지면서 이제 2010년 1월 17일을 향한 대선전이 그야말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느낌이다. 어느 나라나 주요후보들을 지지하는 유명인들의 행보도 관심을 모으는 일 중 하나다. 이른바 방송에 얼굴을 많이 드러내는 언론인이나 대중들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들과 스포츠 스타들의 행보다.
▲ 우크라이나의 유명 가수 아니로락과 티모센코티모센코 총리가 아니로락의 공연장에서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녀는 아니 로락의 권유에 의해 노래를 불렀다. 사진은 총리가 된 직후이다. ⓒ 티모센코 홈페이지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에 특히 눈길을 끄는 두 사람은 율랴 티모센코 진영의 유명인으로 러시아식 이름 카롤리나 꾸예끄(Karolina Kuyek)와 티나 까롤이 있다. 카롤리나 꾸예끄는 영어 이름 아니로락(Ani Lorak)이며, 또 다른 한 사람 티나까롤(Tina Karol)이 있다. 필자의 눈에 유명인 지지자로 보는 대선에서는 율랴 티모센코 진영의 승리는 명확해 보인다.
물론 필자가 아는 다른 유명인들이 많지 않은 탓도 있으나 이들 가수는 우크라이나에서는 물론 러시아어권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가수라고 한다. 아마도 구글이나 유튜브에서도 그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검색을 통해 알아보실 수 있을 것이다.
▲ 야누코비치(59세) 기자회견지난달 3일 우크라이나 언론사 초청 기자회견 중인 우크라이나 대선 유력 후보 빅토르 야누코비치 ⓒ 야누코비치 홈페이지
▲ 탱크 운전석의 티모센코지난 6일 우크라이나의 주요 공업 단지인 이전 수도 하리코프의 탱크 생산공장을 방문한 티모센코 총리가 탱크 운전석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다. 리비아, 브라질 등과의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티모센코 홈페이지
하지만, 우크라이나 대선을 앞둔 지금 심각한 이념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대선 후 후유증이 심각할 수 있다는 염려를 갖게 한다. 과거 소비에트 연방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빅토르 야누코비치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는 형국이다. 그는 지금 우크라이나 대선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며 앞서 나가고 있다. 총리인 율리야 티모센코가 그 뒤를 쫓고 있으며 그 지지율 격차는 완만해지는 느낌이다.
오렌지 혁명에 이어 집권에 성공한 현집권 세력이 빅토르 유시첸코 대통령과 총리 율랴 티모센코로 대표되는 세력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 불황과 함께 어려워진 경제 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로 집권 후반기를 맞았고 대선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와의 오랜 마찰을 겪어왔던 가스송유관 문제 등 경제 전반의 문제를 해결한 율랴 티모센코가 국면 전환의 계기를 마련한 듯하다. 그의 지지세 회복과 추격이 만만찮아 보인다.
▲ 티모센코 진영의 선거부정 감시단티모센코 진영의 선거부정 감시단이 발족하였다. 우크라이나 소도 키예프 독립광장 ⓒ 김형효
어제의 동지이며 한 배를 탄 듯한 대통령과 총리가 경쟁관계에 있다. 그런 불편한 모습은 최근 율랴 티모센코가 협상을 하고 계약을 성사시킨 송유관 문제를 두고 빅토르 유시첸코 대통령은 요금을 2배 이상 추가로 올려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향후 논쟁의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율랴 티모센코 진영에서는 이번 대선에서의 승리를 확신하며 선거 결과를 지키는 투개표 부정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선거부정감시단을 발족시키기도 했다.
지금 우크라이나 대선에는 17명의 후보자가 난립한 상태이다. 소비에트에 향수를 느끼는 상당수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빅토르 야누코비치는 친러 성향의 후보이다. 그 핵심은 다른 16명의 후보자중 유일하게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가입에 반대하는 후보이다. 최근 필자가 만나본 우크라이나 이리나(53) 아주머니를 통해서 그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에 의하면 특히 과거 수많은 전쟁의 상처로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맞닥뜨린 크림반도 사람들이 빅토르 야누코비치를 지지한다고 했다. 그러나 반대로 우크라이나 서부의 경우는 과거 폴란드와 전쟁에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
▲ 키예프의 레닌 동상지난 달 수도 키예프에서 러시아식 공산주의 체제를 신봉하는 레닌식 사회주의 행동주의자들과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의 다툼으로 시위 중 많은 부상자들이 발생하였다. 필자의 눈에 스탈린은 죽었지만, 레닌은 부활하고 있는 듯하다. ⓒ 우크라이나 фокс 싸이트
그런 역사적 과거로 인해 러시아정교회의 수도사들에 대한 반감까지 겹친 르보프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반도의 동서 갈등을 우크라이나 사람들도 겪고 있었다. 씁쓸한 것은 우리와 같은 침략전쟁의 피해자들이 그들이고 갈등 구조도 우리와 비슷한 이념 갈등의 모양새에 내용적으로 지역성이 잠재되어 있는 모양새까지 닮아 있었다.
최근 러시아식 공산주의 체제를 신봉하는 레닌식 사회주의 행동주의자들의 시위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대선 후보인 야누코비치가 유세를 나서는 곳이면 어김없는 일이다. 이들은 상대 후보자들의 집회가 벌어질 때에도 적극적인 반대 시위를 벌이는 양상을 띠고 있어 대선이 가까워 오면서 그 긴장감은 더해가고 있다. 지난 일요일 필자가 살고 있는 예빠토리야에서도 야누코비치의 지원 연설회가 열렸다. 그러나 생각보다 차분한 열기로 이방인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 야누코비치 후보 연설회장야누코비치 후보 연설회가 열린 예빠토리야 시청 광장, 지난 일요일 야누코비치가 연단에 오르기전 초대 가수가 공연하고 있다. ⓒ 김형효
행사는 지난 일요일 예빠토리야 시청 앞 광장에서 오후 5시경에 시작되었다. 연설회 진행자의 짧은 인사에 이어 초대 가수의 공연이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인구 8만 8천의 소도시에 처음으로 2,000여명이 운집한 집회를 이방인인 나는 처음 목격했다. 수도 키예프와 세바스토폴 등 각종 집회에서 레닌주의자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간의 다툼을 보아온 필자로서는 은근한 기대를 갖고 집회를 목격했으나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 연설회장의 어머니와 아들연설회장에는 남녀노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필자가 느끼는 연설회장의 분위기에서는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레닌주의자들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유연했다. ⓒ 김형효
▲ 야누코비치 후보 연설회장의 아버지와 아들, 딸연설회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어린 아이들을 무동태워 연설회를 잘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그들의 밝은 표정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친러 후보이며 레닌주의자들의 적극지지를 받는 야누코비치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결같이 밝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 김형효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는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공산주의자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의 집회가 수도 키예프에 레닌동상이 있는 기념관 인근에서 열렸다. 이날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레닌 동상에 붉은 페인트칠을 하려고 시도하면서 양측 간에 격렬한 다툼이 벌어졌고 일부 참가자들이 심각한 상해를 입기도 하였다.
특히 최근 크림지역에서는 연일 친러후보 빅토르 야누코비치와 레닌 지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죽은 레닌이 살아 그의 대리인이라도 된 것처럼 비춰지는 빅토르 야누코비치를 살려낼지 미모의 여성 총리로 유명한 가스 재벌 율랴 티모센코 총리가 승리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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