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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위기에서 이제는 전학오는 학교로

위기를 기회로 살려낸 미곡초등학교

등록|2009.12.09 15:22 수정|2009.12.09 15:22

전국 공모교장제 현황교육과학기술부에서 시범운영하고있는 공모교장 현황자료 ⓒ 양승관


"농사는 1년을 보고 짓고, 나무는 10년을 보고 심고, 교육은 100년을 내다보고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엊그제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입학과 관련된 기사를 보면서 입맛이 씁쓸했던 것은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현장을 보고 있는 듯해서였을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 '공모교장제'를 2007년 9월부터 시범운영하고있다. 공모교장제는 개방적인 리더십을 통한 학교와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고 공교육을 활성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있다.

공모교장제는 교육혁신위 '교원정책 개선방안'(06.8)에 따라 일정한 교육경력을 가진 현직 또는 교육공무원을 대상으로 공모 자율학교로 지정 초중등교육법시행령 및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06.12,~07.4)에 따라 시범운영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강순나 교육연구관의 말에 의하면 공모교장제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면 이 제도를 향후 확대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사교육비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

교과부는 지난 2월28일 통계청과 공동으로 2008년 사교육비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사교육비의 총 규모는 20조 9천억원으로 전년대비 4.3%가 증가한것으로 나타났으나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4.7%)을 감안하면 소폭감소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 3천원으로 전년대비 소폭증가(0.3%)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과부는 방과후학교를 통한 사교육비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방과후학교에 참여한 학생이 참여하지 않은 학생에 비해 사교육비를 연간 약40만원 가량 적게 지출했다. 또 초등학교 영어 사교육비는 연간 22만원 가량 적게 지출된 것으로 분석되어 방과후학교 시행은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교과부는 '사교육 없는 학교'를 통해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에 흡수하기 위해 올해 300개교를 선정하여 학교당 평균 2억원씩 총 600억원을 지원하고, 2012년까지 총 1000개교를 점진적으로 늘려 확대시행 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5000명(초 2000명, 중등 3000명)으로 대폭 늘려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할 계획이라고한다.

경기도 초등학교 공모교장제 학교현황경기도교육청은 자율학교(공모(초빙)교장제)를 시범운영하고있다. ⓒ 양승관


도시에서까지 농촌으로 전학오는 안성시 미곡초등학교

현재 자율학교로 지정 공모교장제를 시범운영하고 있는 경기도 안성시의 미곡초등학교를 취재해 보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벽지학교로 지정, 폐교 또는 분교장 위기까지 몰렸던 학교라고 한다.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농촌인구의 감소로 학생수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폐교 위기에서 교과부의 '공모교장제'를 통해 이제는 타지역에서 오히려 전학오는 학교로 변모했다. 어떤 이유로 도시에서 다시 농촌학교로 전학을 오는지 살펴보았다. 우선 변화의 모습은 자료에서 볼 수 있었다. 학생수가 50% 가량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공모교장제 이후의 현황공모교장제를 운영하고있는 미곡초등학교는 43명에서 64명으로 학생이 늘어난것을 알 수 있다. ⓒ 양승관


미곡초등학교의 학생수는 2009년학년도 1학기 43명에서 2학기 64명으로 증가했다. 어떻게 된 것인지 자세한 사항을 듣고자 미곡초등학교 노락철 교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평교사로 재직하다가 교과부의 공모교장제를 보고 미곡초등학교의 발전과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지원하게 되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등하교를 지원하는 스쿨버스스쿨버스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 양승관


학생수를 늘려라

▲ 미곡초등학교 노락철 교장 ⓒ 양승관

공모 교장 첫과제로 학생수를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미곡초등학교는 학생수가 해마다 줄어들어 복식수업을 해야 할 상황까지 처해 있었다고한다(복식수업이란 두개 학년을 하나로 묶어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할 경우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다보니 학부모들은 수업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시켜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나중에는 폐교 위기까지 간다고 한다. 그래서, 미곡초등학교를 홍보할 수 있는 팸플릿을 자체 제작하고 여기저기 백방으로 학부모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했다고 한다. 수준 높은 영어 원어민교사도 채용하고 수학, 논술 등 다양한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그 결과 1학기 때 43명이었던 전교생이 지금은 64명까지 늘었다고한다. 특히, 독일과 미국에 상사주재원으로 근무했던 학부모들의 영향이 가장 주효했다는 것이 노락철 교장의 말이다. 독일과 미국은 선진화된 교육환경을 갖고 있는 나라들이다. 한 학급에 15명 내외의 학생수로 개인별 맞춤지도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그러한 점에서 미곡초등학교의 공모교장제를 통한 맞춤형 교육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노락철 교장의 말이다.

영어 원어민교사 수준높은 영어수업진행

미곡초등학교는 영어 원어민교사를 통한 수준높은 영어회화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수업시간 외에 등하교시간 스쿨버스에 함께 동승해서 영어로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영어회화를 학생들에게 지도하고 있다. 논술과 수학등 방과후 학교에서는 수준높은 외부강사를 초빙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곡 Yes I Can 4프로젝트" 및 "형이랑 아우랑 사이버학습" 등 개인별 맞춤학습을 통해서 학력수준을 높이고있다.

그 결과 지난 5월 28일 해법수학 학력평가에서 참가자 6명 전원이 수상하는 영예(금상 2명, 은상 2명, 동상 2명)를 안기도 했다. 그밖에도 각종대회에서 논술, 운문, 산문, 그리기 등 다양한 부분에서도 수상해 주위학교로부터 주목과 부러움을 받았다.

원어민 영어수업원어민이 직접 수업을 진행하고있다. ⓒ 양승관


영어 원어민교사 스쿨버스에 동승 등하교지도스쿨버스에서 영어로 학생들과 생활영어를 진행하고 있다. ⓒ 양승관


방과후학교(논술)수업방과후 학교에서 논술을 수업하고 있다. ⓒ 양승관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에 올린이후에 sbs유포터와 개인블로그에도 올릴 예정.(교과부 강순나연구관님 경기도교육청 장덕진선생님 안성시교육청 노병섭장학사님 미곡초등학교 노락철교장선생님 취재에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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