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간세다리 걸음으로 놀멍쉬멍 걷는 제주 '올레'

평화의 길, 자연의 길, 공존의 길, 행복의 길, 배려의 길

등록|2009.12.10 13:16 수정|2009.12.10 13:16
제주에 사람의 길이 생겨나고 있다. 그 길은 처음부터 있었으나, 이어지지 않는 길이 이어졌고 사라진 길은 서서히 불려졌다. 숲을 뒤엎고, 산을 구멍내는 것에 분주한 세상에 바다와 산 그리고 오솔길과 오름으로 난 숲길을 서로 맞닿게 한 제주의 길 이름은 '올레'다.

차를 타고 달리던 사람들은 조금 더 느리게 자전거타기, 달리기를 시작했다. 등산, 트레킹이 인기를 끌더니 인간 생활과 본성에 가장 가까운  '걷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인생의 교훈을 얻기 위해, 사람들과 떨어져 사색의 시간을 갖기 위해 등등 갖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길을 떠난다.

제주올레 1코스 '말미오름'  ⓒ 모두올레-조재운


대한민국은 지금 '걷기' 열풍

제주 '올레'는 도보 여행자를 위한 작은 길로 제주의 동쪽부터 남쪽과 서쪽의 해안가를 따라 이어지고 있다. '올레'란 제주 방언으로 도로에서 집 앞 대문까지 이어지는 작은 길을 말한다. '올레' 걷기를 주관하는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이 길을 '평화의 길, 자연의 길, 공존의 길, 행복의 길, 배려의 길'이라고 표현한다. 온전히 걷기 위해 이 길을 만들었다는 올레지기들은 자부심이 대단했다.

한 코스의 평균길이가 14~17km인 올레길은 성인의 걸음으로도 5~6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제주의 방언인 간세다리(게으름뱅이) 걸음으로 놀멍쉬멍(놀다 쉬다) 걷는 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제주의 오묘한 풍광과 깊이가 속도의 욕구를 자꾸 무너뜨린다. 바다가 나오면 파도와 놀고, 오름에 오르면 다리쉼을 하고, 푸른 들판이 나오면 그 초록에 눈길을 주느라 걸음은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한다. 그것이 올레길의 매력이고, 특별함이다.

제주올레 1코스 '알오름 중턱'  ⓒ 모두올레-조재운


살아있는 자연, 제주를 만지고 체험하다

올레길은 제주의 바다를 옆구리로 하여 자연을 몸으로 느끼고 체험 할 수 있는 길이다. 그 길은 해변에 있기도 하고, 갯바위 사이로도 이어지며, 푸른 숲과 오름으로 연결되는 길이기도 하다. 올레길은 제주의 삶의 중심에서 시작하고 끝이 난다.

그래서 이 길을 걷는 것은 곧 제주사람의 삶을 바로 지척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는 시간이다. 제주의 감귤 농장을 지나고, 어느 이름 모를 섬사람의 무덤을 지나며, 방목하는 말들의 농장을 지나 밭 사이로 난 길은 마을로도 이어진다. 올레꾼이 방향을 잃고 서성거릴 때 주민들은 마치 제 가족에게 말하듯 다정하고 올레길을 알려준다.

"절로 갑써게."(저쪽으로 가세요)

제주올레 1코스 '올레길의 방향표시 화살표'정방향은 파란색 화살표로, 역방향은 주황색 화살표로 올레길을 안내한다. 파란색은 '푸른바다', 주황색은 '귤'을 상징으로 한다. ⓒ 모두올레-조재운

올레 코스의 진행 방향을 가르쳐 주는 도보 여행자를 위한 길 안내 표시가 있다. 길가 돌담 한 켠에, 해안가 돌빌레(너럭바위) 위에, 길바닥 위에, 어느 집 담벼락에 아주 조그맣게 그려져 발길을 인도한다. 자연을 해치지 않는 범주다. 오히려 아기자기한 그 느낌이 , 안내 표시를 찾는 마음이 어릴 적 보물찾기를 연상케 한다.


제주올레 1코스 '성산일출봉'  ⓒ 모두올레-조재운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 올레

제주올레를 찾는 사람의 70%가 여성이라고 한다. 그만큼 편하고 안전하다는 것이다. 제주 올레는 발로 걷는 여행이 줄 수 있는 최상의 보물들을 제공해 주었다. 자유와 한가로움에다 기분좋게 나른한 피곤함까지 행복으로 충만한 여행이며, 세계자연유산인 제주도의 멋진 자연과 아름다운 경치속에 걷는다는 건 엄청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혼자 한 올레 여행은 외롭기도하다. 햇볓과 바람이 좋은 제주,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만든 길, 제주의 돌과 바람,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을 몸으로 느낄수 있는 제주올레를 다시 한번 떠나본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