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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기 싫어하던 아들, '근육남' 돼 돌아오다

DMZ(비무장 지대)에 근무하는 이등병 아들의 첫 휴가 이야기

등록|2009.12.10 20:14 수정|2009.12.10 20:14

군복을 스스로 정리? 하는 첨보는 모습본인 옷을 정리하는 것을 본적이 없는데..휴가 나오면서 입고 나오 A급의 군복을 스스로 정돈하는 모습에서 변한 모습을 보는 것 같다. ⓒ 양동정


우리집 아이는 1989년 1월생이다. 군대 가기 싫어서 세살 때부터 다니던 병원까지 찾아가 진단서를 발급받는 등 나름 백방으로 노력을 하다가 지난 7월 7일 춘천에 있는 한 보충대에 입대했다.

입대하는 날, 그렇게 군대 가기 싫어하는 아이라 가족이나 본인 모두 끌려가는 송아지 심정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심난했었다. 특히 36년 전 꼭 같은 과정을 겪은 나는 내색을 할 수는 없었지만 과연 군 생활을 잘 견디어 낼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동해안 최전방에서 6주간 신병교육 기간 중 교육대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훈련병소식이나 군복입고 먼지 뒤집어 쓴 사진을 볼 때마다 점점 안심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한더위 때 실내에서 제식훈련을 하는 사진을 보고는 정말 군대 좋아졌다고 느끼면서도 저렇게 편하게 훈련받아서 강한 전투력을 갖출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기도 했었다.

무사히 신병교육을 마치고, 배속될 부대 의사와 본인 희망 등을 고려하여 배치 받은 곳이 동해안 최전방 수색중대라고 한다. 입대한지 약 2개월 쯤 지났을 때 첫 번째 면회를 갔더니 민간인 티가 많이 벗겨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철부지 아이 같아서 어떻게 견디어 낼까 하는 걱정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러던 아이가 5개월 만에 첫 휴가를 왔다. 아이 말에 의하면 최전방 비무장 지대에서 민정경찰이라는 명찰을 달고 GP에 올라가 2달 근무하면 4~5일 정도 휴가를 준다고 한다. 그리고 복귀하여, 약 한 달 동안 교육을 받고 다시 GP에 올라가 두 달을 근무하는 모양이다.

그러니 첫 번째 GP근무를 마치고 나온 첫 휴가인 셈이다. 휴가 전날 전화를 하여 잔뜩 들뜬 목소리로 "아빠! 내일 휴가 출발한다. 맛있는 거 많이 먹어야겠어!"라 하기에 "맛있는 것이 뭐냐?" 했더니 의외로 먼저 탕수육이 먹고 싶단다. "애는 애구나! 무슨 탕수육이 맛있다!"고 하면서도 속으로 "그 정도는 얼마든지 사주지!"라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8일 오전 11시쯤 되니 벌써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했다는 전화다. 새벽 6시반에 중대를 출발한 소대원 열 다섯 명이 같이 버스에서 내렸단다. 수색중대는 소대 단위로 GP근무를 들어가기 때문에 휴가도 소대 단위로 한꺼번에 나온단다. 물론 귀대할 때도 모두가 터미널에서 만나 같이 귀대를 한다고 한다.

내가 군대 생활할 때는 포대장, 대대장한테 하는 휴가 신고가 끝나면 하루가 다 지나가서 얼마나 아까웠는지 모른다. 혼자 첫 휴가 나왔다가 귀대하면서 지독히 들어가기 싫었던 아픈 추억이 있었기에 나름 많은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다.

민정경찰까만색 런닝에 새겨진 민정경찰 표시가 선명하다. 비무장 지대안에서는 민정경찰만 근무 할 수있다고 합니다. ⓒ 양동정


물렁살이 빠지고 제법 단단.5개월 만에 물렁살이 빠지고 제법 단단한 근육질을 자랑하는 우리집 이등병입니다. ⓒ 양동정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현관에 큼직하고 시커먼 군화 한 켤레가 놓여 있다. 187cm 키에 몸무게가 75kg이라니 군살 하나 없는 날씬하고 단단한 대한 남아가 되어 있었다.

입대할 당시 몸무게는 80kg이 넘었다. "몸이 많이 단단해졌네!"라며 팔 근육을 만져 보니 입대전 물렁살이 아니다. 제법 단단해진 근육이다.

"야! 몸 좋아졌는데!...?..GP에서도 훈련을 많이 하니?"라고 물었더니 "아니! 산에 올라가면 훈련은 없고, 경계근무와 보급로 확보작전 이런 거만 해!"라고 말한다. 보급로 확보를 위한 눈 치우기 작업도 작전이란다.

"근데? 몸 좋아졌네!" 했더니 "으응! 매일 운동을 해서 몸을 좀 만들고 있지!"라면서 너스레를 떤다. "어디서 운동을 하는데?" 했더니 "휴게실에 운동기구 다 있어.. 러닝머신이랑...다 있어!" 한다. 깜짝 놀라서 "산에도 러닝머신이 있어?" 하였더니 "당근이지!" 하는 것이 아닌가.

속으로만 정말 군대 좋아졌구나...DMZ 안 GP에 러닝머신을 갖춘 휴게실이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 "그래 군대생활 어떠니? 할만 해?" 라고 다시 물었더니 더 가관이다.

"입대할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편해! 우리 집보다 더 편해!"

좀 괘씸하다 싶은 생각에 "뭐가 임마!~더 편해?"라고 퉁박을 했더니 "개인마다 침대 있지!. 위성TV 잘 나오지!. 뭐 없는 게 없어!..아!. 인터넷은 안 된다" 하는 것이 아닌가. 속으로 "그래 그렇구나...이제는 제대할 때까지 걱정 붙들어 매도 될 것 같다"라 생각했다.

군대가 이렇게 변하고 좋아진 모양이다. 입고 나온 군복을 들어갈 때 입어야 한다며 정돈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좀 변해가는구나 싶다. 15일 복귀하면 일등병으로 진급할 것이고, 소대후임도 네 명이 된단다. 그러면 재활용 분리수거 담당 면하고, 생활관청소 마대자루는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군대는 군대구나 싶어진다.
첨부파일
.image. 사본 - 사진 003.jpg
덧붙이는 글 남방한계선 [南方限界線, southern limit line]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2㎞ 떨어져 동서로 155마일에 걸쳐 그어진 선(線)을 말한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서 설정한 육상 경계선 가운데 하나로,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2㎞ 떨어져 동서로 그은 선을 북방한계선, 남쪽으로 2㎞ 떨어져 동서로 그은 선을 남방한계선이라고 한다.

이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 사이의 4㎞를 비무장지대(DMZ)라 하여 남북 사이의 완충지대로 삼아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데, 텔레비전에 가끔 비치는 전방(前方)의 철책이 바로 남방한계선이다. 또 남방한계선과 군사분계선 사이에는 '전초(前哨)'로 부르는 'GP'가 있고, GP와 GP 사이에 다시 추진철책을 만들어 남과 북이 서로의 군사 활동을 감시하는데, 양측 GP 간격이 가까운 곳은 800m, 먼 곳은 14㎞나 되는 곳도 있다.

따라서 남북방한계선과 양쪽 GP의 추진철책까지 모두 4개의 철책이 동서로 가로놓여 있는 셈이다. 남방한계선 남쪽에는 다시 군사시설 보호와 안보를 목적으로 5~20㎞의 민간인통제선(민통선·민간인통제구역)이 설정되어 있어 사유 재산권이 제한되고, 민간인의 출입도 통제되어 군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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