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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가 대한민국을 망칠 수 있다"

[10만인클럽 특강⑧]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이 말하는 한국경제

등록|2009.12.11 11:11 수정|2009.12.18 16:00

[고화질 영상]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 10만인 클럽 특강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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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2월 16일 오전 10시 30분]

'전쟁을 제외하고 한 나라를 가장 빨리 망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던지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바로 투기바람이다. 박 원장은 "가계가 집값 오른다는 기대에 소비를 늘린다면, 현금 흐름상의 적자가 발생된다"며 "갑자기 집값이 떨어지면 가계는 버틸 수 없다, 나라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고 밝혔다.

이는 자칫 내년 한국경제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게 박 원장의 지적이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의 부동산 시장은 조정을 거쳤지만, 한국은 계속 올랐다"며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내년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에 위기를 발생시키는 요인은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있다. 우리보다 앞서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위기를 겪은 미국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우리처럼 부동산 시장 거품이 빠르게 커나가는 중국이 이를 제대로 제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10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여덟 번째 '10만인클럽' 특강에서 박 원장은 내년 한국경제를 엿볼 수 있는 실타래를 풀어놓았다. 이날 특강에는 '10만인클럽' 회원 1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미국인과 중국인이 더 많은 한국 제품을 사줄 수 있을까?"

▲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 ⓒ 유성호

박경철 원장은 먼저 내년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칠 외부적 요인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가 말한 변수는 미국과 중국 경제의 회복이다. 무역의존도가 80%를 넘는 우리나라의 제품을 미국인이나 중국인들이 소비를 늘려 사주지 않는다면, 한국경제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원장의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우선 미국인들이 소비를 늘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인들의 저축률이 높아지면서 소비가 줄었다"며 "미국인들이 예전처럼 흥청망청 과소비를 하기보다는 아껴서 저축하자는 생각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올해 한국경제가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된 중국 경제도 내년에는 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중국이 줄어든 수출 대신 내수를 확장하려고 금융위기 이후 국내총생산(GDP)의 30%가 넘는 10조 위안을 시장에 투입했지만, 경제는 고작 8% 성장했다"며 "중국의 경제를 낙관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중국의 유동성은 주로 효율성이 낮은 국영기업에 공급됐고, 이중 상당 부분은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자산가격을 폭등시키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흡수해야 하지만,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로 중국 정부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고 전했다.

또 그는 "중국인들의 국민소득이 3000달러를 넘어서면서, 사회 불균형이 심화됨에 따라 시위건수가 증가하는 등 사회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정부가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에 따라 중국 경제, 나아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 줄고 빚 늘고... 부동산 가격 폭락하면 망한다"

▲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 ⓒ 유성호

박 원장은 외부보다 내부 변수가 더 좋지 못하다고 밝혔다. 그는 가계 부실 문제로 '위기 경보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가계의 저축은 줄고 빚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1997년 말 '외환위기'에서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평균 10%가 넘는 가계 저축률 덕이었다"며 "당시 퇴직자들은 저축을 이용해 자영업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 가계의 저축률은 2~3% 대로, 외부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가계가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박 원장의 지적이다.

저축이 줄어드는 대신 빚은 크게 늘었다. 박 원장은 "가계의 평균 부채는 4200만 원으로, 중산층은 대개 1억 원 이상의 빚을 내고 있다"며 "이는 사교육비 지출 증가와 함께 집을 사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 가계는 집값 등 자산시장 급등에 대한 기대심리로 빚을 내 생활하는 것에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하게 될 경우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은행이 가계에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요구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집값 상승만 믿고 빚에 의존하는 삶이 어떤 결과를 야기하는지 미국과 일본의 사례가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집값이 오르자 소비의 광란이 벌어졌다. 이는 자산 가치에 기댄 과소비로, 미국인들은 부자가 된 것도 아닌데 엄청난 빚을 냈다. 2000년대 이 같은 현상이 지구촌을 덮었다. 하지만 2006년 말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모든 게 무너졌다. 개인이든 국가든 장부상의 자산 가치에 곁눈질 하는 순간 망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가 위기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박 원장은 경제위기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길은 빚 축소와 부동산 가격 연착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 개인은 빚을 갚을 수 없다"며 "개인은 빚을 줄이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축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부적인 위기 발생 요인을 제거해도 수출의존도가 80%가 넘는 한국 경제는 외부 환경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사회적 일자리를 만드는 등 내수를 확충해야 한다"며 "이 경우, 세금이 필요한 데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환율 상승으로 수출기업들이 올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면, 환율 상승으로 그만큼 고생한 국민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도 4대강 사업보다는 더 창의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10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위기 이후의 한국경제, 어디로'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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