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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366)

― '일종의 보물찾기', '일종의 잡탕' 다듬기

등록|2009.12.11 12:04 수정|2009.12.11 12:04
ㄱ. 일종의 보물찾기

.. 동굴 탐험이나 어린아이가 어른 자전거를 타는 것도 일종의 보물찾기이다. 해적의 보물 대신 어린이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을 손에 넣는다 ..  《우에노 료/햇살과나무꾼 옮김-현대 어린이문학》(사계절,2003) 39쪽

 "보물 대신(代身)"은 "보물 말고"나 "보물은 밀어두고"나 "보물보다"로 손봅니다. "자전거를 타는 것도"나 "자전거를 타는 일도"나 "자전거 타기도"로 손질합니다.

 ┌ 일종(一種)
 │  (1) 한 종류. 또는 한 가지
 │   - 포유류의 일종 / 안개는 대기 현상의 일종이다
 │  (2) 어떤 것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고 '어떤, 어떤 종류의'의 뜻을 나타내는 말
 │   - 일종의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
 │     단순한 충격이라기보다 그것은 일종의 감동이었다
 │
 ├ 일종의 보물찾기이다
 │→ 보물찾기 가운데 하나이다
 │→ 보물찾기와 마찬가지이다
 │→ 보물찾기라고 할 수 있다
 └ …

 두 가지 뜻이 있다는 한자말 '일종'입니다. 첫째는 "한 종류"나 "한 가지"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포유류의 일종"은 "젖먹이짐승 가운데 한 가지"나 "젖먹이짐승 가운데 하나"로 다듬을 수 있으며, "대기 현상의 일종이다"는 "대기 현상 가운데 하나이다"나 "대기 현상 가운데 한 가지이다"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말뜻 그대로 풀어내고, 말쓰임 그대로 담아냅니다.

 두 번째를 살피면 '어떤'이나 '어떤 종류의'를 뜻한다고 하는데, '어떤'이라고 적어 놓으면, 저절로 "종류가 어찌어찌하다"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굳이 '어떤 종류의'처럼 적으면서 군말을 붙이지 않아도 돼요.

 이 보기글에서는 "한 가지"를 나타내려고 '일종의'를 넣었습니다. 그래서 말 그대로 "보물찾기 가운데 한 가지"로 적어 놓으면 넉넉하고, 조금 더 생각을 넓혀 보면서 '마찬가지-매한가지'를 넣거나, "보물찾기와 똑같다"처럼 풀어낼 수 있어요. "보물찾기라고 할 수 있다"로 손질해도 어울리고, "보물찾기라고 하겠다"로 손질해도 됩니다. "보물찾기인 셈이다"라든지 "보물찾기를 한 셈이다"로 고쳐써도 괜찮고요.

 ┌ 일종의 확신에 가득 차 → 어떤 믿음에 가득 차
 └ 그것은 일종의 감동이었다 → 그것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일종의 감동이었다" 같은 자리에서는 "그야말로 감동이었다"나 "더없이 감동이었다"나 "참으로 감동이었다"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또는, '감동(感動)'이라는 한자말까지 다듬어 "더없이 가슴이 벅차올랐다"나 "몹시 가슴을 뛰게 했다"로 적어 볼 수 있어요.

 ┌ 또다른 보물찾기이다
 ├ 달리 말하면 보물찾기이다
 ├ 말하자면 보물찾기이다
 ├ 이를테면 보물찾기이다
 ├ 이른바 보물찾기이다
 └ …

 국어사전에든 국어순화자료에든 여느 글쓰기책에든 나와 있지 않습니다만, 아예 말투를 새롭게 해 보아도 됩니다. 앞머리에 '또다른'이나 '말하자면'이나 '이를테면' 들을 넣어 보면서.

 이렇게 적어 보면, 글느낌이나 글흐름을 한껏 살리거나 북돋울 수 있습니다. 사이에 다른 꾸밈말을 한두 마디 넣으면서 저마다 제 글맛을 키우거나 글멋을 뽐낼 수 있고요.

 스스로 길을 찾으려 한다면 말길이든 생각길이든 삶길이든 얼마든지 찾아내지만, 스스로 길을 찾으려 하지 않으면 말길도 생각길도 삶길도 찾을 수 없습니다.

ㄴ. 일종의 잡탕이다

.. 죽순, 새우도 넣고 해삼도 넣으며 국물은 참깨와 함께 된장국과 간장국물을 부어서 끓인다. 일종의 잡탕이다 ..  《중공유학기》(녹두,1985) 108쪽

 '죽순(竹筍)'이라고 흔히 쓰지만 '대나무순'으로 적는다면, 또는 '대나무싹'이나 '대나무어린싹'으로 쓴다면, 무엇을 가리키는지 훨씬 또렷이 알 수 있으리라 봅니다.

 ┌ 일종의 잡탕이다
 │
 │(1)→ 한 마디로 잡탕이다
 │(1)→ 그러니까 잡탕이다
 │(1)→ 이른바 잡탕이다
 │(1)→ 쉽게 말하면 잡탕이다
 │(2)→ 잡탕 가운데 하나이다
 │(2)→ 잡탕이라고 할까
 │(2)→ 잡탕인 셈이다
 └ …

 이것저것 마구 넣어서 끓인 먹을거리를 가리켜 흔히 '잡탕(雜湯)'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문득 '막일'과 '막말'이라는 낱말이 떠오릅니다. 이 일 저 일 마구 하는 일이 '막일'이요, 이 말 저 말 막 하는 말이 '막말'이라면, 이것저것 막 넣어서 끓인 먹을거리면 '막국', 또는 '막찌개'가 되지 않겠느냐고.

 보기글에 쓰인 '일종의'는 여러모로 재미나게 풀어내거나 담아낼 말을 밀어내고 끼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 아주 몹쓸 말입니다. 이 녀석을 치워 놓고 보면 참으로 홀가분하고 신나게 온갖 말을 쓸 수 있어요. 이 녀석을 씻어내고 들여다보면 더없이 살갑고 알차게 숱한 말을 펼칠 수 있어요.

 자유로운 말과 평화로운 말과 살가운 말과 아름다운 말을 밀어내는 말이라면, 어떤 말이든 몹쓸 말이거나 못된 말이거나 막나가는 말이라고 느낍니다. 저는 일곱 가지를 들어 보기글을 다듬습니다. 그러나 일곱 가지만 있겠습니까. 쓰는 사람마다 제 느낌과 생각을 다 다르게 담아서 나타내고자 하면, 일흔 가지로도 일백 가지로도 풀어낼 수 있습니다. 사람 숫자만큼 말투가 다르고, 사람 마음결마다 말씨가 다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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