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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의회, 마산창원진해 행정통합 '찬성' 결정

일부 의원들 "회의 규칙 어겨 무효"... 시민사회단체 '법적 대응'

등록|2009.12.11 13:55 수정|2009.12.11 13:55
마산창원진해 행정구역 통합 여부는 주민투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민들에게 한나라당 소속 박완수 창원시장은 "조용히 합시다"라고, 주민투표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항의하는 시민에게 한나라당 소속 배종천 창원시의회 의장은 욕설을 했다.

11일 오전 창원시의회는 행정안전부가 공문을 보내 물은 '마산창원진해 행정구역 자율통합 찬성반대 의견 안건'을 처리했다. 전체 20명 가운데 19명만 출석한 가운데 열린 표결에서 15명이 찬성하고 4명이 반대했다. 김문웅 시의원은 불출석했다.

▲ '마창진 통합 주민투표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1일 오전 창원시의회 본회의장 앞에서 주민투표로 행정구역 통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요구하며 구호를 외쳤다. ⓒ 윤성효


▲ 11일 마산창원진해 행정구역 통합 여부를 다룬 창원시의회는 본회의 때 통합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일어서서 표결하고 있다. ⓒ 윤성효


민생민주창원회의와 '마창진 통합 주민투표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창원시의회가 열리기 전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통합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들은 본회의장 입구 복도에서 구호를 외치며 "주민투표로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공대위는 "지난 9월 9일 창원시의회는 행정통합은 주민투표로 한다는 공문을 집행부에 낸 적이 있다. 시의회는 그 때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의장은 자신이 했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외쳤다.

시민들이 목소리를 높이자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경찰과 창원시청 직원들은 의장실과 본회의장 사이에 통로를 만들었고, 그 사이로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시민들은 피켓을 들고 계속 구호를 외쳤으며, 박완수 창원시장은 "조용히 합시다"고 말하며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창원시의회는 예약했던 방청객만 출입시킨 가운데 본회의를 열었다.

'행정통합 찬성의견' 결정은 30여분 만에 끝났다. 대책위는 배종천 의장이 본회의를 마친 뒤 의장실로 들어가는 사이 시민한테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여성인 주수경(창원 팔용동)씨는 "팔용동 출신 시의원이 오기에 주민의사를 묻고 결정했느냐 했더니 배종천 의장이 'XXX'라고 욕설을 했다"고 말했다.

대책위 강창덕 공동대표는 "시장도 시의장도 사람으로 감정이 격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시민들이 아무런 폭력을 행사하지도 않았는데, 의장은 폭언을 한 것"이라며 "의장은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시민들은 의장실 앞에서 배종천 의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시민들이 의장실로 들어가려 했지만, 경찰과 창원시청 직원들이 막으면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창원시의회 의장 비서실장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현재 의장님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 본회의장에서 의장실로 바로 들어온 것으로 안다. 제가 잘못 들었을 수도 있지만, 의장님은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마창진 통합 주민투표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1일 '마산창원진해 행정구역 통합 찬반 의견 안건'을 상정한 창원시의회 본회의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주민투표를 요구했다. ⓒ 윤성효


▲ 박완수 창원시장(오른쪽)이 10일 오전 창원시의회 의장실에 있다가 '마창진 통합 주민투표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구호를 들어며 본회의장에 들어가면서 "조용히 합시다"고 말하고 있다. ⓒ 윤성효


▲ 배종천 창원시의회 의장이 11일 오전 창원시의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윤성효


배종천 의장 "질의에 대해 본인이 답변할 사안 아니다"

본회의가 시작되면서 먼저 정영주 의원(민주노동당)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행정구역 통합 여부는 시의원들이 결정할 것이 아니라 주민투표로 해야 한다"면서 "시의회는 국회와 같은 헌법기관인데, 행정안전부가 하자는 대로 하는 거수기관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배종천 의장이 "안건을 상정해도 되겠느냐"고 하자 이종엽 의원(민주노동당)과 이종수 의원(무소속), 정영주 의원은 "이의있습니다"고 외쳤다. 그러자 장동화 의원(한나라당)은 "간담회에서 상정하기로 했지 않느냐"며 바로 상정할 것을 요구했다.

정연희 의원은 운영위원회 심의 결과를 보고했으며, 배종천 의장은 "질의답변이 있느냐"고 물으면서 "질의를 생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종엽·정영주·이종수 의원은 "왜 질의를 받지 않느냐"고 외쳤다.

왕성현 의원은 "질의를 하면 누가 답변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종엽 의원이 질의하기 위해 단상으로 나갔다가 다시 좌석으로 돌아왔다. 이 의원은 "의장이 제안자이기에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고 했고, 의장으로부터 발언권을 받아 질의했다.

이종엽 의원은 "이번 행정통합은 법률도 없이 진행하기에 법률 위반이며, 지난 9월 9일 주민투표로 한다고 했던 결의에 위배되는 것이며, 통합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의장한테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자 배 의장은 "지난 11월 27일 행안부 장관의 공문에 따라 제안한 것이며, 질의에 대해서는 본인이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며 "질의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배 의장은 "총무위원회에서 토론했기에 토론이 없다"고 하자 이종수 의원들이 "토론이 있다"고 주장했다.

▲ 정영주 창원시의원이 11일 오전 마산창원진해 행정구역 통합 여부를 다룬 창원시의회 본회의 때 단상에 올라 발언하면서 "창원시가 주민투표로 행정구역 통합을 결정해야 한다"고 적었던 홍보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윤성효


▲ 이종엽 창원시의원이 11일 오전 행정구역 통합 여부를 다룬 창원시의회 본회의 때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발언을 하면서 관련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윤성효


이종수 의원은 단상에 서서 토론발언을 하면서 "집권 정당 소속 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공천으로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장동화 의원은 "무슨 소리냐"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또 정영주 의원은 "3개 시의 재정 상태가 다르다. 마산과 진해의 부채를 창원이 부담해야 하고, 통합하게 되면 창원시민의 서비스 질이 낮아질 것이며, 의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종엽 의원은 "제안에 따른 질의를 했는데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제안자인 의장이 답변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대로 결정한다는 것은 창원시민의 자존심을 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종천 의장은 토론 종료를 선언하고 곧바로 표결에 들어갔다. 표결 방식으로 무기명비밀투표와 기립 방식이 제기되었는데 투표 결과 18대1로 기립표결하기로 했다. 마산창원진해 행정구역 통합에 대해 이날 출석한 창원시의원 15명이 찬성하고 4명이 반대했다.

배종천 의장이 표결 결과를 발표하자 방청석에서는 "동네 반상회 회의만도 못하네"라는 고함소리가 나왔다.

▲ 11일 마산창원진해 행정구역 통합 여부를 다룬 창원시의회는 사전 예약을 받은 방청객만 출입시켰다. 이날 본회의장 앞에서 경찰이 방청객 예약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 윤성효


▲ 11일 창원시의회가 본회의를 열어 마산창원진해 행정구역 통합 찬성의견을 결정하자 한 방청객이 일어서서 "동네 반상회 회의만도 못하다"며 고함을 지르고 있다. ⓒ 윤성효


이종엽·정영주 의원 "창원시의회 회의 규칙 어겨 무효"

이종엽·정영주 의원은 본회의를 마친 뒤 '무효'를 주장했다. 이들 의원들은 "창원시의회 규칙에 보면 안건 심의에 있어 제안취지를 설명하도록 되어 있는데, 오늘 회의에서 제안자인 배종천 의장은 제안취지를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오늘 결정은 무효다"고 말했다.

'마창진 통합 주민투표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마산·창원·진해시의회가 행정구역 통합 찬성의견을 결정한 것에 대해 법원에 '무효 소송'을 내기로 했다.

강창덕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시의회의 결정은 법적 절차를 어긴 게 많다"면서 "법적 절차를 밟아 무효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윤재 마산YMCA 사무총장은 "언론들이 '사실상 마창진 통합 확정'이라는 표현을 하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면서 "앞으로 경남도의회의 의견도 들어야 하고, 국회의 입법 절차를 남겨 놓고 있기에 확정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또 그는 "3개 시의회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해 주민투표로 행정구역 통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한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산창원진해가 통합하면 인구 108만의 도시가 된다. 행정안전부는 내주 중 '창원마산진해시 설치법'을 입법예고하고서 국회 심의를 거쳐 내년 7월 통합시가 출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 창원시의회가 11일 마산창원진해 행정구역 통합 찬성의견을 결정하자 차윤재 마산YMCA 사무총장(오른쪽)과 정동화 전 창원시의원(왼쪽)이 의장실 앞에서 항의하고 있다. ⓒ 윤성효


▲ 창원 팔용동 시민 주수경(왼쪽)씨가 11일 창원시의회 의장실 앞에서 기자들에게 "배종천 의장으로부터 욕설을 들었다"는 내용으로 진술하고 있다. ⓒ 윤성효


▲ '마창진 통합 주민투표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1일 오전 창원시의회 의장실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경찰과 시청 직원들이 막으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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