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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중앙대 졸업생 하지 말랍니다

[주장] '표현의 자유' 사라진 모교, 너무 답답합니다

등록|2009.12.15 18:59 수정|2009.12.15 21:35

▲ 지난 9월 11일 중앙대 서라벌홀에서 '진중권교수 재임용과 학생처벌시도 규탄을 위한 비대위' 주최로 마련된 진중권 교수의 특별강의가 열리는 가운데 학생들이 진중권 교수의 재임용과 학교 측의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서명을 받고 있다. ⓒ 유성호


지난 6월 세계적인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이하 앰네스티)는 매우 의미 있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다름 아닌 우리나라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 앰네스티는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집회 참가자에 대한 무더기 연행이 계속되고 있으며 기자회견조차 불법집회로 간주해 참가자들을 연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앰네스티는 일부 방송사 사장들이 현 정부 지지자들로 교체된 사실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구속을 비롯한 인터넷 여론에 대한 제재 등을 언급하며 표현의 자유가 곳곳에서 침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런 국제 앰네스티의 지적에도 아랑곳 않는 듯 표현의 자유가 존중돼야 할 상아탑에서 납득하기 힘든 침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나또한 앰네스티가 이야기 한 것처럼 표현의 자유를 침해 당한 적이 있다.

미리 밝혀두자면, 나는 중앙대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나왔다. 지난 8월 중앙대학교는 진중권 교수를 해임했다. 중앙대가 현 정부에 대해 반대 입장을 펼쳐온 논객인 진중권 교수를 해임하자, 많은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납득하기 힘든 조치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중앙대 교직원과 학생, 졸업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학교 커뮤니티에는 이에 대한 100여 개가 넘는 글이 올라왔다.

이어 학생들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진중권 교수 해임 반대 기자회견을 두 차례 열었다. 당시 학교 당국은 총장실 무단침입과 빨간딱지를 총장실 내부에 붙였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징계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에 학생들은 "총장실 진입 당시 교직원의 동의를 구했기 때문에 무단침입이 아니"며 "항의의 뜻을 담은 빨간딱지를 부착한 행위는 학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징계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중앙대의 진중권 교수 해임 후 일어난 이상한 징후들

학교당국으로 부터 징계관련 문자를 받은 학생이 전송한 내용19일 중앙대 독문과의 한 학생은 자신이 학교 당국으로 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기자의 휴대전화로 전송했다. ⓒ 김성훈


당시 언론들이 이런 사실을 공론화 했고, 결국 명분 없는 학생 징계는 위협 수준에서 그쳤다. 문제는 이런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지면서 학교 커뮤니티 내에서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학생 징계를 요구하거나 진중권 교수 해임을 당연시 하고, 학교당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글들이 수많은 추천수를 기록하며 커뮤니티 초기화면 '최고공감' 코너를 잇달아 장식했다. 급기야,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이끈 지도자들을 조롱하는 글들이 마치 학생들의 여론인 것처럼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추천을 획득하기 시작했다.

학교 커뮤니티에 들어와 내용을 꼼꼼히 살펴 볼 수 없는 이방인들은 중앙대 학생들의 여론을 거꾸로 판단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구성원들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 답답해했고, 논쟁으로 이어졌다. 당시 나는 'NewsKing(뉴스킹)'이라는 아이디로 진중권 교수 해임 반대 기자회견 동영상을 학교 커뮤니티에 올렸다.

그랬더니 한 재학생이 이를 보고 "(이미 신원이 확인된 학생들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모자이크 처리를 해주셔야 추가로 징계 받는 학생들이 없을 겁니다, 지금 학교본부(학생지원처)는 이런 걸 근거자료로 삼아 학생들 신원을 파악하고 있거든요, 하고 싶은 말을 당당히 하지 못하게 만드는 현실이 암울하긴 하지만 피해자가 더 늘어나지 않게 부탁합니다"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그래서 나는 "현재 위 동영상을 모자이크 하려고 고민 고민 했는데 사실 모자이크 할 부분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리고 님의 지적이 중요하군요, 지금 이 커뮤니티는 교직원들에 의해서 조직적으로 조작 왜곡되고 있습니다"는 댓글을 달았다. 이외에도 나는 '카우리안 여러분! 그리고 이사장님 선배님들 지금 이 커뮤니티는 정권집착세력에 의해 조작되고 있습니다', '중앙인에 교직원의 여론 조작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증거도 있습니다', '중앙인 여론조작 커뮤니티'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을 올린 지 2개월이 지났고, 나는 아이디를 차단당했다. 당시 중앙대 홍보실장은 내가 "모 인터넷 매체에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커뮤니티 내 게시글과 댓글을 임의로 가져가 기사화하기도 했으며 커뮤니티가 '교직원들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는 근거 없는 비난을 하기도 했다"는 게 차단 이유라고 밝혔다.

그 후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학교 홍보실이 학교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문제가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내 아이디 차단 문제는 지난 총학선거 후보들의 검증을 위한 공개질의서에 거론되기도 했다.  

중앙대 졸업생인 내가 학교 게시판에서 쫓겨난 이유

▲ <중앙문화> 58호 ⓒ 박솔희

최근 중앙대 내부에선 또 다른 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앞서 벌어진 커뮤니티 여론조작 논란과 무관치 않다. 학교 당국이 지난 11월 25일 학생들이 펴낸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를 출판되자마자 전량 수거한 것. <중앙문화>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고 일방통행으로 일관하는 학교 당국, 그리고 학교 당국에 지나치게 편향적인 학생들을 풍자한 만화를 게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와중에 내 아이디가 또 다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차단당했다. 학부와 대학원을 모두 중앙대에서 마친 나는 학교커뮤니티 내에서 두 개의 아이디를 생성할 수 있다. NewsKing이란 아이디를 차단당한 나는 nibiru란 아이디를 새로 생성했다. 하지만 얼마 전 중앙대 홍보실은 내 나머지 아이디 nibiru조차 차단해 버렸다.

두 번째 아이디 nibiru 차단은 학교 구조조정과 관련한 댓글을 올린 뒤 얼마 후에 이뤄졌다. 당시 나는 "하남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기왕에 할당받는 송도 부지를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서울 말고는 문화예술의 '인프라'라는 말도 꺼내기 어려운 환경을 가진 나라에서 서울보다 문화예술을 공부하기 좋은 곳이 어디있는지도 의문"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나는 이에 대해 "그럼 대안은 뭔지요? 서울캠 정원 줄여서 통폐합하는 건가요? 아니면 세종인가요? 예술대, 음대, 국악대 서울 가려면 대체 서울캠 정원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아십니까? 그럼 안성은 그대로 둘까요? 대안이 뭔지 정말 궁금합니다"란 답글을 썼다.

내가 구조조정에 대한 대안을 요구했던 까닭은 학교 당국이 구조조정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하남캠퍼스 건립은 현재 사실상 추진이 어려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안 없이 구조조정을 계속해서 밀어붙이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현행 관련 법에 따르면 미군공여부지인 옛 캠프콜번 부지는 법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이다. 뿐만 아니라 안성시가 반발할 경우 하남 그린밸트 해제도 힘들다(관련기사).

지난 11월 중순, 국회 대정부 질의 과정에서 국토해양부 장관은 하남에 캠퍼스를 건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하남캠퍼스가 계획대로 추진되려면 관련 법 두개를 모두 개정해야 한다. 안성캠퍼스 매각과 하남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엄청난 개발차익 시비 또한 넘어야 할 여론장벽으로 등장하고 있다.

일방통행만 고집하는 중앙대... 답답하다

▲ 진중권 전 중앙대 겸임교수. 사진은 지난 12월 2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 공동 특별강좌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에서 '전위미학자, 200 코리아 퍼포먼스를 기획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한국일보>는 지난 10월 중순 학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앙대가) 경영대, 의대, 공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등을 집중 육성하는 파격적인 구조조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을 접한 학생들은 구조조정 방안에 반발했고, 박범훈 총장은 구성원들에게 이메일 서한을 보내 사실과 아니라고 해명했다.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학교 구조조정 방안이 소통 없는 일방통행식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구성원들은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아 학교에 질의하고 학교당국은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하는 촌극이 빚어지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부총장은 교수를 비롯한 구성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관련기사) 학교 당국의 구조조정에 반대하기보다는 대승적인 견지에서 수용해야 한다면서, 언론플레이를 벌여서라도 내부의 반발을 잠재울 것이라고 해,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런 학내 사정을 반영하듯 지난해와는 달리 이번 총학선거에서는 학교 당국의 일방통행을 견제하겠다는 총학 후보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며 내년도 학생회를 이끌어가는 주도세력으로 떠올랐다.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가 최근 구조조정과 관련해 "학교 당국이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을 전제로, 일부 학생회 간부들로 한정해서 구조조정 논의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학교당국이 구조조정과정에서 구성원의 참여를 제한하려 하고 있다"는 비난 성명을 줄줄이 내놓기에 이르렀다.

중앙대는 지난 80년대 초 학교 당국이 서울에 있는 학문단위들을 안성으로 무리하게 옮기는 과정에서, 총장을 비롯한 학교책임자들 전원 사퇴하는 등의 뼈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또 2005년 시행된 유사학과 통폐합은 구성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성과보다는 후유증이 더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당시 일부 학생과 교수 간 말싸움과 폭행시비까지 불러 일으켰던 구조조정의 결과는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까워 보인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학교 당국이 말하는 것처럼 학생들이 구조조정에 대해 '과도한'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날이 갈수록 그 위세를 더하고 있는 '블루오션 전략'은 아무리 좋은 차별화 전략이라고 할지라도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제대로 실행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소통을 위한 표현의 자유과 알 권리 보장은 구성원 누구나 갈망하는 것이다. 비록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할지라도 그 길이 더욱 확실한 성공을 보장하는 열쇠임에 틀림없다. 대학시절 내가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가장 확실한 지식은 학문이 아니었다.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건넨 '사람은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바꿔 말하면 사람들 입에 재갈을 물리는 행위는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런 사회 속에서 창조와 발전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나만의 독선일까? 지식기반 사회의 씨앗을 길러내는 대학이 이래선 더더욱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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