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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세계에 뛰어든 유대인 소년들의 모험

마이클 셰이본의 <캐벌리어와 클레이의 놀라운 모험>

등록|2009.12.13 11:55 수정|2009.12.13 11:55

▲ <캐벌리어와 클레이의 놀라운 모험> 1권 겉표지 ⓒ 루비박스



해외의 문학상이 반가운 건 예상치 못했거나 숨겨져 있던 걸작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최근에 돋보이는 문학상은 '퓰리처상'이다. '노벨문학상'에 비하면 그 유명도는 낮다.

하지만 <앵무새 죽이기>, <노인과 바다>, <분노의 포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등의 수상작에서 알 수 있듯이 그 권위는 결코 만만치 않은데 이 상은 근래에 코맥 매카시, 줌파 라히리, 주노 디아스를 소개하며 숨겨진 수작들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제 막 출간된 2001 퓰리처상 수상작 <캐벌리어와 클레이의 놀라운 모험>은 자연스럽게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작가는 마이클 셰이본.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 <유대인 경찰연합> 등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됐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 중요하랴. 중요한 건 소설인데 <캐벌리어와 클레이의 놀라운 모험>은 심상치 않은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을 본 사람이라면 마이클 셰이본의 이름을 기억할 수밖을 정도로, 묵직한 감동을 선사해주는 것이다.

<캐벌리어와 클레이의 놀라운 모험>은 1940년대 뉴욕을 주 무대로 하고 있다. 프라하의 유복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요제프 캐벌리어는 미술을 공부했다. 독일의 영향으로 유럽 곳곳에서 유대인을 모멸하고 학대하려던 그 시절에, 캐벌리어는 마술도 배웠다. 그 중에는 탈출에 관한 마술이 있었는데, 수련 끝에 캐벌리어는 후디니 뺨치는 솜씨를 보여준다. 스승의 도움을 받은 것이긴 하지만, 기가 막힌 작전으로 프라하를 탈출한 것이다. 그때가 1939년이었다. 캐벌리어는 뉴욕에 있는 친척집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사촌 샘 클레이를 만나게 된다.

그 시절의 뉴욕은 만화책이 인기를 얻고 있었다. 특히 슈퍼맨의 인기가 엄청났다. 지금에 비하면 그림은 상당히 조잡했지만,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클레이는 만화책을 만들고 싶었지만 그림솜씨가 형편없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온갖 이야기들이 샘솟듯 만들어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때 캐벌리어가 나타난 것이다. 클레이는 우연히 캐벌리어의 그림 솜씨를 알게 되고 그를 데리고 만화책 사장을 만나러 간다.

그들이 내세운 이야기는 이 세상의 악, 정확히 말하면 독일의 히틀러를 상대하는 슈퍼히어로 '이스케이피스트'의 모험담이다. 이것은 아이들의 꿈과 소망이 담긴 것이었다. 프라하에 가족과 어린 동생을 놔두고 도망쳐야 했던 캐벌리어는 이 만화책으로 독일을 응징하고 싶어 했고 클레이는 그런 캐벌리어를 응원하고 싶어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슈퍼맨과 배트맨이 지배하던 그 시절에, 이스케이피스트 역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특히 캐벌리어가 그랬다. 왜냐하면 현실에서는 여전히 독일이 승승장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캐벌리어와 클레이의 놀라운 모험>는 볼거리가 꽤 많은 소설이다. 만화책 시장에 뛰어든 두 유대인 소년의 모험담이 그렇고 또한 독일에 있는 동생을 탈출시키려는 캐벌리어의 모험이 그렇다. 어른들의 세계로 뛰어든 그들의 모험이 투명한 것이기에, 한없이 순수한 것이기에 그 모험담은 짜릿할 수밖에 없다. 1940년대 뉴욕의 풍경과 사랑 이야기가 더해지는 건 어떤가. 그 또한 <캐벌리어와 클레이의 놀라운 모험>의 읽는 재미를 쏠쏠하게 만들어준다.

그렇다고 <캐벌리어와 클레이의 놀라운 모험>이 매순간 흥미진진한 건 아니다. 캐벌리어가 떼돈을 벌면서도 프라하의 남겨진 가족들을 떠올리는 것처럼, 이 소설은 그 시절이 전쟁 중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많은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 예컨대 캐벌리어가 입대하고 독일군과 싸움을 벌이려는 슬픔 모험들이 그렇다. 그 시절의 비극적인 장면들과 슬픔들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려는 모험들까지 담아냈기에 소설은 묵직한 감동까지 선사해주고 있다.

두 유대인 소년의 황금빛 모험담과 순수함, 그리고 사랑과 아픔이 있는 <캐벌리어와 클레이의 놀라운 모험>, 긴박함으로 따지자면 인디애나 존스의 모험보다 못하고 화려함으로 따지자면 제임스 본드의 모험보다 못하지만, 그런 모험 이상의 커다란 감동을 주고 있다. 쉽게 만나기도 어렵거니와 쉽게 잊어버리기도 어려운, 대단히 인상적인 모험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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