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연쇄살인] 제 몸 주삿바늘 겁내는 연쇄살인범
[김갑수 통일추리소설 BK연쇄살인사건(44회)] 야합한 범인
다음 날 조수경은 주철식의 최근 범행 자백서를 전달받았다.
첫 범행 날 아침 주철식은 평양소주를 사발로 들이켰다고 했다. 그는 만취한 상태로 들판을 쏘다녔다. 얼마 후 그는 야산 중턱의 나무 그늘에서 자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술이 깨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는 강렬한 허기를 느꼈는데 웬 일인지 산을 내려오는 동안 허기가 주체할 수 없는 성욕으로 바뀌게 되었다.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고 주변 사물의 색깔이 선명해지고 있었다. 차가 두어 대 지나갔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시골 도로였다. 그는 자전거를 끌고 가는 한 남학생과 마주쳤다.
자전거에 길을 내주고 건너편을 바라본 주철식의 눈에 한 여자 어린이가 포착되었다. 아이의 얼굴과 다리가 유난히 뚜렷이 보였다. 그는 순간적으로 길을 건너 어린이에게 근접했다. 일단 아이와 마주쳐 지나갔던 그는 슬며시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아이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옆으로 몸을 비키며 도망가려는 아이의 목을 낚아챘다. 한 손으로 아이의 입을 막고 다른 손으로는 아이의 목을 휘감았다. 그는 발버둥치는 아이를 우악스러운 완력으로 끌고 산으로 갔다.
밭을 지나자 무덤이 나왔다. 아이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주철식은 아이를 누이고 가방을 뒤졌다. 그는 필통에서 칼을 꺼내 아이의 옷을 잘랐다. 아이가 신음을 내며 꿈틀거리자 자른 옷가지로 손을 뒤로 묶고 입에 재갈을 물렸다.
주철식은 아이의 가슴에 손을 넣으면서 추행을 시작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흘러갔다. 그는 아이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불현듯 정신이 들었다. 그때 길 쪽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기척과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죄책감으로 아이를 무덤 위에 단정히 뉘고 아이의 소지품을 가방에 가지런히 챙겨 담았다.
범행 후 산을 내려온 주철식은 시장에 가서 순대로 주린 배를 채웠다. 그는 밤 10시경 집에 들어갔지만 일할 생각은 않고 쏘다니기만 한다고 아버지에게 잔소리를 듣기 싫어 헛간에서 부모가 잠들기를 기다렸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잊고 싶었다. 자기 방으로 들어간 그는 평양소주 반병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며칠 후 주철식은 마을 사람들이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과거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 자신을 발견했다. 집에 돌아온 후의 일은 기억이 나는데 그 전의 일은 거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평생의 소원 하나는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학대를 받고 자라 매사에 자신감이 없던 그는 유달리 이성에 대한 선망이 강했다. 하지만 그를 좋아해 주는 여성은 없었다. 그는 예쁜 여성과 잠자리를 하고 싶은 욕망을 혼자서 키워 나갔다. 하지만 37세가 되도록 그런 기회는 단 한 차례도 오지 않았다.
과거는 잊혀 갔지만 욕망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지고 있었다. 죄책감은 사그라지고 첫 범행에서 다 채우지 못한 욕망이 지독한 아쉬움으로 그를 충동질했다. 그는 범행한 어린이를 상상하며 머릿속으로 욕망을 키워나갔다.
그렇게 몇 주가 흘러갔다. 어느 날 대낮부터 평양소주를 세 병이나 마신 주철식은 만취한 상태에서 칼과 가위와 노끈과 장갑을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선다. 야산에 올라간 그는 지난번처럼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난 그는 서산에 뉘엿거리는 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해가 유달리 빨갛게 보였다.
어느 새 주철식은 한 여학생의 뒤를 따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는 혼자 귀가하는 여학생을 찾아 강간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그는 여학생과의 거리를 점점 좁혀갔다. 그런데 갑자기 여학생이 뛰기 시작했고 때마침 경운기 한 대가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여학생은 온 데 간 데가 없었다.
표적을 놓친 주철식은 길섶에 쭈그리고 앉아 기다렸다.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그는 꿈에서 아리따운 여자가 자기에게 미소 짓는 것을 보았다. 눈을 뜨고 보니 남녀 학생이 함께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잽싸게 달려가 두 학생을 3,4m 아래 논두렁으로 밀어 떨어뜨렸다.
주철식은 소리를 지르려는 남학생의 입을 틀어막고 목을 졸랐다. 그는 남학생의 운동화에서 끈을 풀어내 손을 뒤로 묶었다. 공포에 질린 여학생은 벌벌 떨기만 할 뿐이었다. 길 위로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준비해 간 노끈으로 남학생의 목을 다시 눌러 확인사살을 했다.
여학생이 살려 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주철식이 칼을 꺼내 위협하자 여학생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가위로 여학생의 브래지어와 팬티를 잘라냈다. 그는 강간을 시도했다. 하지만 길에서 가까운 곳이라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잘 되지 않았다. 그는 여학생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야산으로 끌고 갔다.
평소 돌아다니며 봐 두었던 무덤가 소나무 숲으로 간 주철식은 나무 밑동에 여학생을 묶었다. 준비해 간 노끈이 부족하자 여학생의 스타킹을 벗겨냈다. 그는 여학생의 상의 단추를 모두 푼 다음 치마를 걷어 올려 강간했다.
하지만 강간을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더욱 강렬한 또 다른 욕망에 휘말렸다. 그는 칼로 여학생 몸의 이곳저곳을 내키는 대로 쑤셨다. 고통으로 꿈틀거리는 여학생의 모습을 보며 그는 극도의 희열과 쾌감을 느꼈다. 그는 여학생을 한참 동안이나 학대, 고문하다가 심장 부위를 찔러 살해했다.
주철식은 처음으로 살아 있는 여성과 통교하는 데 성공했다는 자족감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존재가 자랑스럽기도 했다. 그는 사체 옆에 30여 분이나 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자신도 알지 못하는 주문 같은 말들을 연신 중얼거렸다. 그는 사체 곁을 떠나기가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그는 여학생의 허벅지 살을 도려내 비닐봉지에 담아 가방에 넣었다.
주철식은 집에 와 태연히 라디오를 듣다가 잠이 들었다. 그는 그때 들은 라디오 방송의 내용은 기억하고 있었다.
보안요원이 그의 혈액을 채취하려고 하자 주철식은, "나는 주사 바늘에 찔리기가 겁나니 대신 내 머리카락을 채취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 모든 연쇄살인범은 극도의 이기주의자다.
조수경은 어린이가 보이는 행동 가운데 연쇄살인범이 될 가장 유력한 징후는 동물 학대이고 다음으로는 극도의 이기심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극도의 이기심은 극도의 자기본위로 이어지고 그것은 사이코패스로 발전한다.
연쇄살인범은 모두 사이코패스 환자라고 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병적인 자기중심성, 자기도 모르는 거짓말, 연민이나 죄책감 결여, 대인관계의 둔감성, 이성에 대한 터무니없는 환상, 수전노에 가까운 인색함 등의 증세를 나타낸다. 사이코패스는 교수, 의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에 의외로 많이 있다. 현대 사회의 사이코패스 중 병원이나 교도소에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는 정상인의 얼굴로 우리 곁에서 살아가고 있다.
야합한 범인
주철식은 6·15 사건에 대하여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안 했어요."
"전혀 몰라요."
"기억나지 않아요."
"나도 알고 싶어요."
유천일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다음으로 김인철이 신문했다. 그러던 중 조수경은 주철식이 성적인 사이코패스라면 오히려 여자인 자신이 신문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조수경은 주철식의 아버지가 어린 아들에게 습관적으로 폭력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린 주철식은 아버지에게 발가벗겨진 채 혁대로 맞아 심한 자국이 남았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 번도 대중목욕탕에 가본 적이 없는데, 그 이유는 혁대로 맞은 상처의 흉터를 남에게 보이기 싫어서였다고 했다. 그가 범행 때에 피해자의 옷부터 벗긴 것은 이런 알몸 강박증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도 회상해 낸 주철식은 이상하리만치 6·15 사건에 대한 기억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그 이야기만 나오면 그는 눈만 둥그렇게 뜰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첫 범행 날 아침 주철식은 평양소주를 사발로 들이켰다고 했다. 그는 만취한 상태로 들판을 쏘다녔다. 얼마 후 그는 야산 중턱의 나무 그늘에서 자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술이 깨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는 강렬한 허기를 느꼈는데 웬 일인지 산을 내려오는 동안 허기가 주체할 수 없는 성욕으로 바뀌게 되었다.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고 주변 사물의 색깔이 선명해지고 있었다. 차가 두어 대 지나갔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시골 도로였다. 그는 자전거를 끌고 가는 한 남학생과 마주쳤다.
자전거에 길을 내주고 건너편을 바라본 주철식의 눈에 한 여자 어린이가 포착되었다. 아이의 얼굴과 다리가 유난히 뚜렷이 보였다. 그는 순간적으로 길을 건너 어린이에게 근접했다. 일단 아이와 마주쳐 지나갔던 그는 슬며시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아이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옆으로 몸을 비키며 도망가려는 아이의 목을 낚아챘다. 한 손으로 아이의 입을 막고 다른 손으로는 아이의 목을 휘감았다. 그는 발버둥치는 아이를 우악스러운 완력으로 끌고 산으로 갔다.
밭을 지나자 무덤이 나왔다. 아이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주철식은 아이를 누이고 가방을 뒤졌다. 그는 필통에서 칼을 꺼내 아이의 옷을 잘랐다. 아이가 신음을 내며 꿈틀거리자 자른 옷가지로 손을 뒤로 묶고 입에 재갈을 물렸다.
주철식은 아이의 가슴에 손을 넣으면서 추행을 시작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흘러갔다. 그는 아이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불현듯 정신이 들었다. 그때 길 쪽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기척과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죄책감으로 아이를 무덤 위에 단정히 뉘고 아이의 소지품을 가방에 가지런히 챙겨 담았다.
범행 후 산을 내려온 주철식은 시장에 가서 순대로 주린 배를 채웠다. 그는 밤 10시경 집에 들어갔지만 일할 생각은 않고 쏘다니기만 한다고 아버지에게 잔소리를 듣기 싫어 헛간에서 부모가 잠들기를 기다렸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잊고 싶었다. 자기 방으로 들어간 그는 평양소주 반병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며칠 후 주철식은 마을 사람들이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과거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 자신을 발견했다. 집에 돌아온 후의 일은 기억이 나는데 그 전의 일은 거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평생의 소원 하나는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학대를 받고 자라 매사에 자신감이 없던 그는 유달리 이성에 대한 선망이 강했다. 하지만 그를 좋아해 주는 여성은 없었다. 그는 예쁜 여성과 잠자리를 하고 싶은 욕망을 혼자서 키워 나갔다. 하지만 37세가 되도록 그런 기회는 단 한 차례도 오지 않았다.
과거는 잊혀 갔지만 욕망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지고 있었다. 죄책감은 사그라지고 첫 범행에서 다 채우지 못한 욕망이 지독한 아쉬움으로 그를 충동질했다. 그는 범행한 어린이를 상상하며 머릿속으로 욕망을 키워나갔다.
그렇게 몇 주가 흘러갔다. 어느 날 대낮부터 평양소주를 세 병이나 마신 주철식은 만취한 상태에서 칼과 가위와 노끈과 장갑을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선다. 야산에 올라간 그는 지난번처럼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난 그는 서산에 뉘엿거리는 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해가 유달리 빨갛게 보였다.
어느 새 주철식은 한 여학생의 뒤를 따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는 혼자 귀가하는 여학생을 찾아 강간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그는 여학생과의 거리를 점점 좁혀갔다. 그런데 갑자기 여학생이 뛰기 시작했고 때마침 경운기 한 대가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여학생은 온 데 간 데가 없었다.
표적을 놓친 주철식은 길섶에 쭈그리고 앉아 기다렸다.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그는 꿈에서 아리따운 여자가 자기에게 미소 짓는 것을 보았다. 눈을 뜨고 보니 남녀 학생이 함께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잽싸게 달려가 두 학생을 3,4m 아래 논두렁으로 밀어 떨어뜨렸다.
주철식은 소리를 지르려는 남학생의 입을 틀어막고 목을 졸랐다. 그는 남학생의 운동화에서 끈을 풀어내 손을 뒤로 묶었다. 공포에 질린 여학생은 벌벌 떨기만 할 뿐이었다. 길 위로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준비해 간 노끈으로 남학생의 목을 다시 눌러 확인사살을 했다.
여학생이 살려 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주철식이 칼을 꺼내 위협하자 여학생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가위로 여학생의 브래지어와 팬티를 잘라냈다. 그는 강간을 시도했다. 하지만 길에서 가까운 곳이라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잘 되지 않았다. 그는 여학생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야산으로 끌고 갔다.
평소 돌아다니며 봐 두었던 무덤가 소나무 숲으로 간 주철식은 나무 밑동에 여학생을 묶었다. 준비해 간 노끈이 부족하자 여학생의 스타킹을 벗겨냈다. 그는 여학생의 상의 단추를 모두 푼 다음 치마를 걷어 올려 강간했다.
하지만 강간을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더욱 강렬한 또 다른 욕망에 휘말렸다. 그는 칼로 여학생 몸의 이곳저곳을 내키는 대로 쑤셨다. 고통으로 꿈틀거리는 여학생의 모습을 보며 그는 극도의 희열과 쾌감을 느꼈다. 그는 여학생을 한참 동안이나 학대, 고문하다가 심장 부위를 찔러 살해했다.
주철식은 처음으로 살아 있는 여성과 통교하는 데 성공했다는 자족감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존재가 자랑스럽기도 했다. 그는 사체 옆에 30여 분이나 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자신도 알지 못하는 주문 같은 말들을 연신 중얼거렸다. 그는 사체 곁을 떠나기가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그는 여학생의 허벅지 살을 도려내 비닐봉지에 담아 가방에 넣었다.
주철식은 집에 와 태연히 라디오를 듣다가 잠이 들었다. 그는 그때 들은 라디오 방송의 내용은 기억하고 있었다.
보안요원이 그의 혈액을 채취하려고 하자 주철식은, "나는 주사 바늘에 찔리기가 겁나니 대신 내 머리카락을 채취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 모든 연쇄살인범은 극도의 이기주의자다.
조수경은 어린이가 보이는 행동 가운데 연쇄살인범이 될 가장 유력한 징후는 동물 학대이고 다음으로는 극도의 이기심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극도의 이기심은 극도의 자기본위로 이어지고 그것은 사이코패스로 발전한다.
연쇄살인범은 모두 사이코패스 환자라고 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병적인 자기중심성, 자기도 모르는 거짓말, 연민이나 죄책감 결여, 대인관계의 둔감성, 이성에 대한 터무니없는 환상, 수전노에 가까운 인색함 등의 증세를 나타낸다. 사이코패스는 교수, 의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에 의외로 많이 있다. 현대 사회의 사이코패스 중 병원이나 교도소에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는 정상인의 얼굴로 우리 곁에서 살아가고 있다.
야합한 범인
주철식은 6·15 사건에 대하여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안 했어요."
"전혀 몰라요."
"기억나지 않아요."
"나도 알고 싶어요."
유천일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다음으로 김인철이 신문했다. 그러던 중 조수경은 주철식이 성적인 사이코패스라면 오히려 여자인 자신이 신문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조수경은 주철식의 아버지가 어린 아들에게 습관적으로 폭력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린 주철식은 아버지에게 발가벗겨진 채 혁대로 맞아 심한 자국이 남았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 번도 대중목욕탕에 가본 적이 없는데, 그 이유는 혁대로 맞은 상처의 흉터를 남에게 보이기 싫어서였다고 했다. 그가 범행 때에 피해자의 옷부터 벗긴 것은 이런 알몸 강박증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도 회상해 낸 주철식은 이상하리만치 6·15 사건에 대한 기억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그 이야기만 나오면 그는 눈만 둥그렇게 뜰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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