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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호주 관광지 킴벌리에서 악어알을 보다

호주 대륙 자동차 여행 (46)

등록|2009.12.13 19:18 수정|2009.12.13 19:18

▲ 게이키 공원을 흐르는 강. 이 강에는 악어가 많이 살고 있다. ⓒ 이강진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킴벌리(Kimberley)다. 서부 호주의 킴벌리를 보지 않고는 호주를 이야기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시드니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만 구경하고 돌아가는 관광객을 꼬집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호주의 오지를 소개하는 영상물에는 킴벌리의 황량한 들판이 나온다. 이렇게 유명한 관광지 킴벌리를 찾는 관광객은 거의 브룸(Broome)을 거쳐 가기 때문에 그곳엔 킴벌리에 관한 정보가 많다.

킴벌리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피즈로이 크로싱(Firzory Crossing)에 도착해 관광안내소를 찾았다. 다른 직원은 점심을 먹으러 갔는지 앳되게 보이는 백인 여자 혼자서 관광객을 맞이한다. 관광객이 찾지 않는 우기에는 여행을 떠나고 건기가 되면 다시 이곳에 돌아와 다음 여행을 준비하며 저축한다고 한다. 현재 삶이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호주 젊은이의 철학(?)을 지니고 사는 관광안내원이다.

관광안내소 근처에 있는 슈퍼마켓에 들러 물건을 산다. 슈퍼마켓 주위에는  원주민들이 할 일 없이 모여 앉아 시간을 죽이고 있다. 원주민이 많은 동네다. 도로 주변에서는 대낮임에도 술에 취해 서성거리는 원주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도로에서 차를 태워달라고 손을 흔드는 원주민 여자를 태워 주었는데 술 냄새가 많이 난다. 원주민 여자가 가자고 하는 곳에 가보니 술집이다. 술집 앞 공터에는 많은 원주민이 모여 서성거린다. 호주의 오지에는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술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원주민이 많다.
 
날씨가 너무 더워 아내는 텐트에 남고 혼자 관광 안내소에서 추천하는 게이키 계곡(Geikie George)을 찾았다. 더워서 그런지 산책로를 걷는 사람은 나 혼자밖에 없다. 산책로는 비바람이 조각한 사암(Sandstone)으로 둘러싸여 있다. 바쁠 것도 없는 나는 천천히 걸으며 기괴한 돌들을 구경하는데 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관광 안내소에서 요즈음 낮 기온이 47도 정도라고 하더니 정말 더운 날이다. 바위는 만질 수 없을 정도로 뜨겁다. 20분 정도 산책을 했는데 완전히 더위에 녹초가 되었다. 제대로 이곳을 관광하기 위해 강을 따라 걷는 1시간 30분짜리 하이킹코스가 있는데 도저히 걸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강을 타고 올라가는 유람선도 있으나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놓치고 캐러밴 파크로 돌아왔다.
 
덥기는 숙소도 마찬가지다. 더위를 피해 캐러밴 파크에 있는 수영장을 찾았다. 수영장에 들어가도 물이 미지근하고 시원한 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의 더위다. 일기예보시간에 흔히 이야기하는 체감 온도는 50도 이상이 될 것 같은 무덥고 찌는 더위다.

늦은 저녁을 먹고 나니 강한 바람이 일어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이다. 1시간 이상 치는 천둥 번개에 못 이겨 동네 전기가 모두 나갔다. 호주에서 흔하지 않은 일이다. 밖에 나와 오랫동안 자연이 보여주는 불꽃놀이 구경을 한다. 엄청난 비바람과 천둥이 주위를 압도한다. 텐트에 들어가 누웠다.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정도의 천둥번개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한다. 구경 한번 잘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무더위가 가시고 바람이 시원해졌다. 주위는 낙엽과 잔가지들로 지저분하다.

▲ 자연이 펼치는 불꽃놀이를 호주 오지에서 구경한다. ⓒ 이강진


어제 낮에 더워서 구경을 하지 못한 산책로를 다시 찾았다. 강을 중심으로 비바람에 의해 형성된 아름다운 돌의 모습이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높은 바위 위에 금방 떨어져 버릴 것 같이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는 바위들도 많다.

강가를 거닐어 본다. 조그만 둔덕에는 악어가 알을 낳은 곳이라는 경고판이 심심치 않게 세워져있다. 호주 오지를 관광하던 사람들이 악어에 물려 죽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있기에 겁이 난다. 알이 있으면 어딘가에 어미 악어도 있을 터인데......

조금 겁을 먹으며 자연이 조각한 웅장한 작품 사이를 걷는다. 여행을 하면서 종종 느꼈던 자연에 대한 경이감이 다시 살아난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는, 흔히 환경론자들이 이야기하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 게이키 공원에는 기암괴석이 많다. ⓒ 이강진


▲ 사암(Sandstone)으로 둘러싸인 케이키(Geikie) 공원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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