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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더럽히는 우리 삶 (88) 피드백

[우리 말에 마음쓰기 816] '원고에 대한 피드백'과 '글 주고받기-글 돌려읽기'

등록|2009.12.14 13:02 수정|2009.12.14 13:02

- 피드백(feedback)

.. 근 1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매주 원고에 대한 피드백을 하며 필자를 독려한 서영희 팀장님과 ..  《곽아람-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아트북스,2009) 7쪽

 "근(近) 1년(一年)에 가까운 긴 시간(時間) 동안"은 "거의 한 해 가까이"나 "거의 한 해 가까이 기나길게"로 다듬고, '매주(每週)'는 '주마다'로 다듬습니다. "원고(原稿)에 대(對)한"은 "글을 놓고"로 손보고, "필자(筆者)를 독려(督勵)한"은 "글쓴이를 북돋운"이나 "글쓴이를 이끌어 온"으로 손봅니다.

 ┌ 피드백(feedback)
 │  (1) [물리] 입력과 출력을 갖춘 시스템에서 출력에 의하여 입력을 변화시키는 일
 │  (2) [교육] 학습자의 학습 행동에 대하여 교사가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일
 │  (3) [심리] 진행된 행동이나 반응의 결과를 본인에게 알려 주는 일
 │  (4) [언론] 수용자 반응에 대한 전달자의 대응적 반작용
 │
 ├ 원고에 대한 피드백을 하며
 │→ 원고를 놓고 생각을 나누며
 │→ 글이 어떠한가 생각을 주고받으며
 │→ 글을 주고받으며
 └ …

우리 말은 '글쓴이'이고 한자말은 '筆者'입니다.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는 이들을 어떤 이름으로 가리키고 있을까요.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글을 쓰는 사람을 일컬어 '筆者'로 가리킬 텐데, 우리들도 '筆者'로 가리키거나 '필자'로 가리켜야 할까요, 아니면 우리는 우리 말 그대로 '글쓴이'로 가리켜야 할까요. 그리고 영어를 쓰는 나라 사람들이 우리 말을 배운다고 할 때에 글을 쓰는 사람을 두고 어떤 우리 낱말로 일러 주어야 할까요.

물리와 교육과 심리와 언론에서 쓴다고 하는 영어 '피드백'입니다. 글쓴이는 책을 만드는 자리에서 '글쓴이와 엮은이로서 서로서로 글을 주고받으면서 이 글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쓰임새로 돌아본다면, 우리는 '출판 전문말'로 '피드백'을 쓴다고 여겨야 할까 궁금합니다. 아니면, 이렇게까지 쓸 일이 없는데 이 보기글을 쓴 분이 얄딱구리한 영어로 지식 자랑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까 궁금합니다. 또는, 오늘날 누구나 흔히 쓰는 낱말을 이 보기글을 쓴 분이 굳이 깊이 생각할 까닭 없이 자연스레 썼다고 생각해야 할까 궁금합니다.

 ┌ 거의 한 해 동안 주마다 내 글을 돌려읽으며 생각을 나누고 북돋아 준
 ├ 한 해 가까이 주마다 글을 주고받으며 내가 좀더 잘 쓰도록 이끌어 준
 ├ 얼추 한 해 가까이 주마다 내 글을 함께 읽으며 옳은 길로 붙잡아 준
 └ …

 영어이든 한자말이든 써야 할 낱말이면 써야 합니다. 쓸 만한 값어치가 있는데 쓰지 말라고 말리거나 가로막을 수 없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따로 쓸 값어치가 없다면 쓸 까닭이 없을 뿐 아니라,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익히 쓰는 영어나 한자말은 어떠한 낱말일까요. 우리는 영어이든 한자말이든 토박이말이든 쓰면서, 내가 쓰는 낱말이 얼마나 알맞거나 올바르다고 돌아보고 있을까요. 생각을 하면서 말을 하고 있을까요. 생각을 펼치면서 글을 쓰고 있는가요.

 어느새 몇 가지 학문 갈래에서는 영어 '피드백'을 전문 낱말로 삼고 있는데, 우리는 우리 깜냥껏 우리 말글을 갈고닦으며 새로운 전문 낱말을 빚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 슬기를 빛내지 않았습니다.

 ┌ 원고 주고받기를 하면서
 ├ 원고를 주고받으면서
 ├ 원고 돌려읽기를 하면서
 ├ 원고를 돌려읽으면서
 └ …

 여느 자리에서는 '주고받기'를 넣을 수 있습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돌려읽기'를 넣으면 한결 잘 어울립니다. 국어사전에는 '주고받다'만 실리고 '주고받기'는 안 실립니다. '돌려읽기'는 안 실리고 '돌려읽다' 또한 안 실립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같은 낱말을 때와 곳에 따라서 알맞게 쓰고 있습니다. 그저 국어사전에서 이러한 낱말을 받아들이지 못할 뿐입니다.

 축구나 농구에서 도움을 베푸는 일을 두고 '도움주기'라고 가리킵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영어 '어시스트(assist)'가 꽤 쓰이고 있습니다. 아니, 운동경기 사회를 맡은 이들이 입에서 '어시스트'를 떼어내지 않으며, 선수한테 운동을 가르치는 이들 또한 입과 손과 몸에서 '어시스트'를 털지 않습니다. 배구에서 맞은편 공을 손을 뻗쳐 가로막는 일을 놓고 '가로막기'라고 가리킵니다. 그렇지만 이와 맞물려 영어 '블로킹(blocking)'을 퍽 쓰고 있습니다. 아니, 운동경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 손에서 '블로킹'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기자이든 전문가이든 해설가이든 누구이든 '블로킹'을 읊조립니다. 배구에서는 '건지기'나 '받아내기'라 할 수 있는 움직임을 '디그(dig)'라고만 가리킵니다.

 생각해 보면 더 많은 운동경기에서 더 많은 영어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운동경기뿐 아니라 경제나 사회나 정치나 문화나 교육이나 예술이나 과학이나 …… 그리고 공사를 하는 일터에서 우리들은 숱한 영어를 뇌까립니다. 수많은 일본 한자말을 읊습니다. 우리 나름대로 서로서로 더 살갑고 싱그럽게 말마디를 가다듬거나 글줄을 매만지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더 나은 말로 뻗어나가지 않고, 한결 알찬 글로 솟구쳐오르지 않습니다.

 예부터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곱다고 했습니다. 말 그대로 '주고받기'입니다.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다 함께 좋은 생각을 나누고 좋은 말을 나누며 좋은 삶을 나눕니다. 나부터 스스로 좋은 삶에서 비롯하는 좋은 생각을 바탕 삼아 좋은 말을 펼치며 맞은편한테 좋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러면서 맞은편은 시나브로 좋은 열매를 받아안으며 스스로 다시금 좋은 삶과 좋은 생각을 일구고, 이에 걸맞게 좋은 말을 돌려줍니다. 차근차근 북돋우는 말이요, 하나하나 되살리는 글입니다. 한꺼번에 이루는 말문화가 아니라 한 가지씩 이루는 말삶입니다. 하루아침에 이룩하는 말잔치가 아니라 날마다 꾸준히 이룩해 가는 말넋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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