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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경기도 학부모 협박하는 건가요?

[학부모 주장] 김상곤 교육감 형사고발은 복종 강요하는 '폭력'

등록|2009.12.15 19:10 수정|2009.12.15 19:10

▲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7월7일 오후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경기도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추경예산안 제안 설명을 하면서 "경기도의 공교육 개혁과 교육복지 구현을 위한 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삭감된 예산의 부활을 요청하고 있다. ⓒ 유성호


나는 경기도 과천에 사는 학부모다. 내 아들은 과천에 있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다. 학교 가까이에 일터가 있고 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 봉사를 하고 있기도 해, 2년째 학교 운영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경기도 교육감 보궐선거 때는 김상곤 현 교육감이 내놓은 정책에 동감하는 바가 많아서 그를 지지했다. 내 손으로 그의 이름에 기표를 하기는 했어도 기대는 많이 하지 않았다. 아니, 주위 학부모들에게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왜냐하면 아무리 수장이라고 하지만 경기도 교육계(대한민국 전체 교육계라고 봐도 될 것 같다)에서 '반이명박 교육정책'을 지향했던 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홀연히 나타난 한 영웅이 세상을 바꿔줄 것이라고 믿기에는 이미, 내 나이가 너무 많았다.

역시 예견한 대로 그는 외로웠다. 그 탓인지 한계도 있었다. 일제고사가 실시되었다. 그리고 무료급식예산을 삭감당해야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 외에도 더욱 많은 일들이, 그리고 갈등들이 끊임없이 일어났을 것이다. 안 봐도 비디오 아닌가. 그리고 마침내 부딪쳤다. 김상곤 교육감은 최근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의 징계를 유보했다는 이유로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에 의해 형사 고발됐다.

올 게 왔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 혼자만이 감당할 수 없는, 감당해서도 안 되는, 이전의 갈등과는 판이하게 다른 성격의 것이다. 어이가 없어도 너무나 없다.

학부모 말 문 막히게 하는 교과부의 형사고발

"시국선언은 교사가 양심의 자유에 따라 개인적으로 행동한 것"이고 "교사들의 시국선언은 원칙적으로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로서 존중돼야"하고 "법원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징계를 유보하겠다"는 것이 김상곤 교육감과 도 교육청의 입장이다.

교육감이라는 자리는 선출직이다. 즉, 김상곤 교육감은 경기도 도민들이 직접 투표를 해서 뽑은 사람이다. 경기도교육감은 경기도 교육에 관한 한 최고 책임자이다. 수많은 교사와 교육행정가들에 대한 인사권자다. 우리는 투표를 통해 그에게 그 권리를 손에 쥐어주었다.

그런 인사권자로서 징계를 유보하겠다는 결정은 그 결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극히 정당한 권리가 아니겠는가? 사실, 이번 사태를 접하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의 반응과 마찬가지로 나 자신도 교과부의 고발 조치에 말문이 막혔다.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유보하겠다는 도교육청의 발표에 '그래도 우리가 교육감을 잘 뽑았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경기도 신문 사설을 보고 숨이 턱 막혔다. "경기도를 제외한 전국의 교육청이 모두 시국선언 교사들에게 징계를 내리는데 경기도 교육청만 다른 태도를 취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그 요지였다. 일의 시시비비를 조금이라도 정당하게 따져보자는 자세가 전무한 이런 식의 억지가 신문 사설로 버젓이 나온다는 것이 역겹고 불쾌했다.

그렇다면 왜 역사상 한번도, 심지어 군사독재 치하에서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가 하필 이 시점에 강행되어야 하는가? 역사적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겠는가? 사설을 접한 뒤 왠지 불길했다. 그리고 불길했던 예감은 어김없이 맞았다.

신문 사설이 나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교과부는 김상곤 교육감을 형사 고발했다. 학부모 입장에서 볼 때 교과부의 행태는 반교육적이다. 그것은 복종을 받아내고자 하는 '폭력'이다. 그리고 그 폭력의 칼끝은 김상곤 교육감을 뽑은 경기도민들에게 겨눠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게 내가 가장 열 받는 이유다.

"교부금 삭감" 은, 학부모 협박하는 것

▲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 권우성


특히 교과부에서 "교부금 삭감" 운운은, 경기도 학부모에 대한 직접적인 협박이다. 예산이 삭감되면 우리 아이의 급식 반찬은 줄어들지 않겠는가. 그것이 교육감이 예쁘면 주고 미우면 안 주는 그런 성격의 돈인가? 그 천박함에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그들 말대로라면 이미 범죄자가 된 서울시교육감 때문에 서울시교육청의 교부금은 전액 삭감되어야 한다.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마련되는 예산을 자신들의 무기라고 착각하고 있는 자들에게 과연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그것도 소위 교육행정가란 공무원들이.

나는 김상곤 교육감에게 투표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돌아갈 돈을 빼앗기게 만든 행위가 되어 버렸다. 그 예산의 수혜자랄 수 있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답답한 마음에 보드게임에 열중인 아들을 불렀다.

"연우야, 너희 학교에서 누가 제일 높으니?"
"교장쌤?"

"맞아, 그런데 교육 쪽에서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사람은 누군지 아니?"
"몰라."

"그게, 경기도교육감이야. 그런데 나라에서 너희에게 원래 주기로 한 돈이 있는데, 교육감이 맘에 안 든다고 줄 돈을 깎는다는데?"
"치사빤스네!" 

김상곤 교육감은 무상급식 외에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지원 등등 착수하는 사업마다 경기도와 도의회에게 발목을 잡히고 있다. 그런 교육감을 보면서 학부모들끼리 꼭 하는 말들이 있다. 특히 이번 고발 건에 관해서는 더욱 분명해진다.

"쟤네들, 선거운동을 다 알아서 해주고 있네!"

이 '찌질한' 그룹에 교과부도 이번에 확실하게 등록했다. 국민이 투표로 만들어준 권한을 전면 부정하고 있는 그들에게 법원이 '현명한' 판단이 무엇인지 알려주길 바란다. 아! 내년 6월인가, 경기도 교육감 투표하는 날이. 그날, 경기도민의 선택을 다시 확인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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