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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룡이 뭘 요구했나? 엄기영 "다 뿌리쳤다"

방문진 MBC 신임이사 선임 회의 저지한 노조 "정권 홍보방송 되라고?"

등록|2009.12.15 11:40 수정|2009.12.15 14:10

▲ 15일 오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열릴 예정인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공영방송 사수, 방문진 직할통치 분쇄' 투쟁을 벌이고 있는 MBC노조 이근행 위원장과 대의원들이 이사회에 참석하려는 엄기영 사장 앞을 가로막고 있다. ⓒ 권우성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 "어젯밤 김우룡 이사장으로부터 어떤 요구를 받았나."
엄기영 MBC 사장 "그런 요구를 다 뿌리쳤다. 내가 생각한 대로 하겠다. 관철시키겠다."
이근행 "그래도 이 상황은 엄 사장의 책임이 크다. 이사회를 인정할 수 없다."
엄기영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MBC 사장으로서 책무를 다하겠다."

엄기영 사장의 유임 뒤 새롭게 구성될 신임 이사 인선을 위한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이하 방문진)의 긴급 이사회가 예정된 15일 오전 8시 20분경 서울 태평로의 한 호텔 앞에서는 조그만 실랑이가 벌어졌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50여 명은 신임 이사 선임을 위한 방문진 긴급이사회가 열리는 이 호텔 앞으로 몰려왔다.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이 호텔 앞에서 대기하면서 긴급이사회에 참석하려는 이사들의 출입을 막았다. 이사회 무산을 위한 시도다.



김우룡 이사장은 이날 오전 7시경 일찌감치 호텔 안으로 들어섰으나, 회의 시작 예정 시간인 8시에 임박해 호텔로 온 이사들은 출입을 막는 노조와 실랑이를 벌이다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한 커피숍으로 이동했다.

김우룡 이사장을 비롯해 차기환 이사(대변인), 한상혁 이사는 미리 도착해 있었고, 정상모, 최홍재, 문재환, 김광동 이사 등은 노조와 실랑이 끝에 커피숍으로 이동했다.

▲ 15일 오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열릴 예정인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공영방송 사수, 방문진 직할통치 분쇄' 투쟁을 벌이고 있는 MBC노조원들이 이사회에 참석하려는 차기환 이사를 가로막고 있다. ⓒ 권우성

▲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한 이사들이 부근 커피숍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방문진 "올해 내로 신임 이사 문제 마무리 짓겠다"

MBC본부 조합원들은 호텔 정문 밖에서 긴급 이사회의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대기했다.

호텔 안쪽에 진입한 이사들과 호텔 밖 커피숍에 있는 이사들은 휴대전화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일정을 조율했고, 결국 유예로 매듭지었다. 노조의 저지로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방문진 측은 이날 오전 10시경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차기환 방문진 대변인은 이날 오전 9시 50분쯤 긴급이사회가 예정된 서울 태평로의 한 호텔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MBC 신임 이사 선임을 위한 이사회는 일부 MBC 노조원들의 초법적인 물리력 행사로 무산됐다"며 "노조가 이사들의 이사회 장소 진입을 막아 성원이 안 됐다"고 밝혔다.

이어 차 대변인은 "방문진은 MBC의 조직 안정을 위해 신임 이사 선임을 위한 의견 수렴을 마치고 주총까지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으나 안 됐다"며 "오늘 일이 이렇게 된 데 대해 MBC노조에도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예정된 일정이 무산됨에 따라 방문진은 조만간 이사회를 재소집해 가능한 한 빨리 연말 이전에 신임 이사문제를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MBC로서도 임원의 공백이 생기는 것은 업무 진행에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신임 임원 인선을 매듭짓겠다는 것이 방문진의 판단이다.

다음은 차기환 대변인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
"예정된 일정이 무산됐다. 조만간 이사회를 소집해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 짓겠다. 방송국은 연말에 여러 일정이 많기 때문에 가급적 빠른 시기에 마무리하겠다."

- 새로 구성될 이사진 명단은 공개됐나.
"어젯밤 늦게까지 엄 사장과 김 이사장이 협의한 결과 단일안에 이르렀고 엄 사장의 의견이 상당 부분 수용됐으나, 오늘 엄 사장이 전원을 다시 제시해 단일안이 마련되지 못했다. 엄 사장이 상당 부분 교체를 요구해서 단일안 마련은 무산됐다. 여당 측 이사들이 불만을 가질 만한 인사까지도 김 이사장이 수용했다."

- 공석인 임원들은 어떻게 되나.
"당분간 직무대행체제가 될 것이다. 어느 회사든 그 다음의 직위에 있는 분이 대행하기 마련 아닌가."

- 임시주총은 어떻게 되나.
"안 한다."

노조 "김우룡 퇴진·방문진 직할통치 분쇄 투쟁은 계속된다"

▲ 엄기영 MBC사장이 15일 오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열릴 예정인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김우룡 이사장을 만난 뒤 호텔을 나서고 있다. ⓒ 권우성


한편, 이날 긴급이사회 무산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호텔 앞 도로에서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방문진의 직할통치 분쇄투쟁을 끝까지 벌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근행 본부장은 "오늘 이사회는 MBC 조합원들의 실력행사로 저지됐다"며 "차기환 이사의 발언이 오늘 이사회의 핵심"이라고 지적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이 본부장은 "어젯밤 자정까지 엄기영 사장과 김우룡 이사장이 협의를 한 것은 공지의 사실"이라며 "좋은 말로 협의지, 사실은 공영방송 MBC의 경영진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승인하는 과정"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 본부장은 "엄 사장이 단수를 밀든 복수를 밀든 인사권이 완전히 없어진 상황이나 다름없다"며 "김 이사장과 협의하는 과정을 통과한 안이 어떻게 공영방송 MBC를 지킬 수 있겠느냐"고 한탄했다.

MBC본부는 엄기영 사장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인 인사권을 지켜내면서 싸울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지켜보겠다면서 '정권이 원하는 카드를 들이밀고 식물사장이 된 엄 사장을 겁박하는 김 이사장에 대한 퇴진투쟁도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상철 MBC본부 수석부위원장도 "정권의 홍보방송이 되라는 방문진의 요구를 받을 수 없다"며 "군사정부와도 싸웠던 MBC 구성원들의 기개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무산된 것을 확인한 MBC노조원들이 '공영방송 사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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