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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가 내 사진 무단 도용"

드라마 <아이리스>, 표절 논란 이어 사진 도용까지...제작사 "과한 요구했다"

등록|2009.12.15 15:29 수정|2009.12.15 16:35

▲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15부)에서 여주인공인 최승희(김태희)가 터치스크린을 이용, 핵폭탄 설치 예상 지역을 탐색하고 있다. 터치스크린에 보이는 사진은 박중하(47, 사진작가)씨가 지난 여름에 찍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서울역 사진으로, 박씨는 <아이리스> 제작진이 자신의 사진을 무단도용했다며 사과방송 등을 요구했다. ⓒ KBS 화면 갈무리


지난 2일 밤,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15부)를 시청하고 있던 박중하(47·사진작가)씨는 깜짝 놀랐다. 화면 속에서 여주인공인 최승희(김태희)가 보고 있던 사진이 낯익었기 때문이다. 바로 지난여름 서울역 복원 공사를 하기 직전에 찍어서 블로그에 올렸던 자신의 사진이었다.

드라마의 상황은 이랬다. 최승희는 진사우(정준호)에게 잡혀 호송되는 과정에서 탈출한다. 혼자서 핵폭탄의 행방을 찾기 위해 NSS 본부로 간 최승희는 터치스크린을 이용, 핵폭탄 설치 예상 지역을 탐색한다. 박중하씨의 서울역 사진은 바로 최승희가 탐색을 한 10여 장의 스크린 사진 중 하나였다. 

"내 사진 무단도용 해놓고 '사진 제공'으로 처리하자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씨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자신은 분명 <아이리스> 제작사 측에 사진을 제공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박씨는 곧바로 <아이리스>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제작사 측도 박씨의 사진을 무단 도용한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스태프 중 한 명이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은 채 박씨의 블로그에서 사진을 가져다 쓴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제작사 측은 박씨에게 "'사진 제공'으로 해서 (드라마가 끝날 때)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넣어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하지만 박씨는 제작사 측의 제안을 거절했다.

박씨는 "제작사에 사진을 제공한 적도 없는데, '사진 제공'으로 처리해서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 행태를 보고 정말 황당했다"며 "방송이 나오기 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이미 방송이 나간 뒤에 알았기 때문에, 내 사진을 도둑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화가 난 박씨는 저작권료 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해까지 감안한 거액의 피해보상금, 또는 드라마 시작 직전 15초간 사과방송 등을 제작사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제작사 측에서 난색을 표하자, 박씨는 현재 사진 사용료인 200만 원만을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작사 측은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박씨는 "아무리 급해서 그냥 썼다지만, 나중에 알게 됐으면 사과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과방송은커녕, 지금까지 제작사에서는 내게 사과 한마디 없다. 매우 몰염치한 사람들"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또 "나는 프로 사진작가여서 내 사진을 한눈에 알아봤지만, 다른 사진의 주인들은 자신이 알지 못한 상황에서 무단으로 도용을 당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제작사는 드라마로 몇 십억, 몇 백억씩 돈을 벌었겠지만 나처럼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저작권 문제만 나오면 난리를 치는 사람들이 정작 일반인들 저작권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마음대로 도용하고 있는 행태를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제작사 측은 "우리가 잘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진이 정면 화면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내용도 너무나 일반적인 것"이라며 "(피해보상금이나 사과방송 등) 박씨의 요구가 너무 커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답했다. 김솔매 담당PD는 지난 14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아무리 잘못을 했다고 해도 드라마 시작 전에 15초간 사과문을 게재하는 것은 너무 큰 요구 아니냐"며 난색을 표했다.

김솔매 PD는 또 박씨가 요구한 사진사용료 200만 원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금액을 지불할 의향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종방을 앞두고 촬영 스케줄이 너무 바빠서 박씨에게 연락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멀쩡하던 김현준이 왜 쓰러지나?... 내 소설과 162곳이나 비슷"

▲ 14일 오전 10시 반, 강남 청담문화센터 6층에서 드라마 <아이리스>의 작가에게 표절소송을 제기한 <후지산은 태양이 뜨지 않는다>의 작가 박철주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 문성식


한편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아이리스>는 이미 표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소설가 박철주(42)씨가 <아이리스> 내용이 자신의 작품인 '후지산은 태양이 뜨지 않는다'(1999)를 표절했다고 주장한 것. 박씨는 지난 7일 "스토리 전개와 상황이 162곳이나 비슷하다"며 표절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박철주씨는 이어 지난 14일 서울 청담문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첩보물이라 비슷하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런데 잠깐 봤는데도 내 소설을 드라마화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비슷하다가 드라마 중간에는 달라지겠지'라는 기대를 가지고 봤는데 16회까지 노골적으로 내 작품을 표절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씨는 이날 "자기 것이 아닌 남의 것을 가져다 끼워 놓으면 아무리 잘 맞췄다 해도 표가 나게 마련"이라며 "<아이리스>에 전개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 44곳이 있다"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아이리스> 6회에서 김현준(이병헌)이 김선화(김소연)를 오두막에 가뒀다 풀어주는 장면에서 김현준이 고열로 쓰러진다. 멀쩡하다 못해 김선화를 제압까지 하는 김현준이 왜 아파 쓰러지는지 어떠한 부연설명도 없이 극을 전개했다. 내 소설에서는 김현준이 독이 묻은 리싱이란 러시아총을 맞았기 때문에 환각과 고열에 시달리다 쓰러지는 것으로 설정됐다."

앞서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지난 9일 '<아이리스>와 관련된 잇단 구설, 제작사 강경대응'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드라마의 인기와 성공에 편승해 부당 이익을 취하거나 주연배우, 작가 등을 폄하하는 행위에 강경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날 박씨의 법률대리인으로 참석한 임주헌 변호사는 "태원엔터테인먼트의 보도자료는 법률적으로 명예훼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명예훼손 혐의로 추가 고소할 예정임을 밝혔다.

이와 관련, 김솔매 PD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표절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제가 이 드라마를 2년 동안 진행하고 있는데, 모두 우리가 만든 대본"이라며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문제가 된 책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어쨌든 우리는 떳떳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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