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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 있는데 또 결혼식 올린 남성 위자료 책임

서울동부지법 "피해여성에게 위자료 2000만 원 지급하라"

등록|2009.12.15 17:01 수정|2009.12.15 17:01
처가 있으면서도 사별했다고 거짓말을 해 동거를 시작하고 결혼식까지 올렸으나, 혼인신고를 거부하다 결국 사실혼 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한 남성은 불법행위 책임이 있는 만큼 피해 여성에게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A(36,여)씨는 이혼 후 홀로 자신의 어머니를 모시며 생활하고 있었고, B씨도 이혼 후 2006년 재혼했는데 처가 정신분열증 치료를 위해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탓에 별거 중이었다.

그런데 A씨와 B씨는 지난해 5월 채팅사이트에서 알게 돼 만나 식사를 하며 한 달 뒤부터는 서로 호감을 갖고 교제를 시작했다. 이후 둘은 여행을 함께 다니며 자연스레 성관계를 갖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 B씨는 A씨의 모친과 오빠를 만나 인사하기도 했다.

한편, 신용불량자였던 B씨는 사업자등록과 은행거래가 불가능하자, A씨에게 부탁해 A씨의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은행 예금계좌도 만들었다.

지난해 7월 하순경부터 A씨의 원룸에서 동거를 시작한 B씨는 사업자금과 차량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A씨는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 총 1억1390만 원을 B씨에게 줬다. A씨의 이름으로 구입한 고급승용차는 B씨가 타고 다녔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11월 결혼식을 올렸는데, A씨의 가족들을 포함한 친지들을 하객으로 참석했으나, B씨의 가족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두 번째 처와 이혼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편 A씨는 B씨와 동거 이후 수차례 혼인신고를 할 것을 요구했으나, B씨는 자신이 신용불량자인 탓에 혼인신고를 하게 되면 A씨에게 재산상 불이익이 있다는 이유로 혼인신고를 거절했고, 뿐만 아니라 한 번도 A씨를 자신의 본가에 데려가지도 않았다.

이후 불안감에 의심을 갖기 시작한 A씨가 대출금을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자, B씨는 오히려 A씨의 오빠에게 추가로 돈을 요구했다.

이에 A씨는 지난 1월 B씨가 자신과 혼인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해 관계를 정리하려고 대출금 채무를 변제하라고 요구하자, B씨는 '9000만 원을 갚겠다'고 약속하는 차용증을 썼다.

또 지난 1월24일 A씨는 자신 명의로 구입한 고급승용차를 B씨가 타고 다니는 것을 회수하기 위해 도난신고를 했고, B씨는 운행하다가 검거돼 경찰조사를 받으며 둘의 관계는 더욱 멀어졌다.

차량 절취범으로 몰려 경찰조사를 받은 B씨는 A씨의 휴대전화로 심한 욕설과 함께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10회 보냈고, A씨의 가족에게도 협박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A씨는 "B씨가 혼인할 의사가 없음에도 결혼을 하자는 거짓말을 해 펜션으로 데려가 간음하는 등 112회에 걸쳐 혼인을 빙자해 간음했고, 사업자금을 대출받아주면 곧 갚겠다고 했으나 거짓말이었고,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협박 문자메시지를 18회에 걸쳐 보냈다"고 주장하며 혼인빙자간음, 사기, 정보통신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B씨에 대한 사기 등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했으나, 혼인빙자간음 부분은 B씨가 이미 혼인신고까지 마친 배우자가 있으면서도 A씨에게 '나는 사별했고, 너는 이혼했으니 우리가 아주 잘 맞는 사이인 것 같다. 결혼해서 잘 살아보자'라고 거짓말을 해 109회에 걸쳐 혼인을 빙자해 간음한 혐의로 기소해 현재 재판 진행 중이다.

이에 A씨는 B씨를 상대로 5000만 원의 위자료와 약정금 9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고, 서울동부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이은애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2000만 원과 약정금 9000만 원 등 1억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법률상 처가 있어 원고와 혼인신고가 불가능하고 혼인의사도 없었음에도, 전처와 사별했다고 거짓말을 해 혼인을 전제로 상당기간 동안 성관계를 맺어 왔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가족들을 포함한 친지들이 하객으로 참석한 가운데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등 원고와 법률혼 관계를 맺을 것처럼 행동하면서도 혼인신고는 거절하고, 원고를 자신의 가족들에게 정식으로 인사시키지 않는 등 원고와 법률혼 성립 및 사실혼 관계 유지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음으로써 원고와의 사실혼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원고의 명예가 훼손되고, 심한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는 원고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수차례 욕설과 협박을 해 원고가 모멸감이나 심적 불안감을 느꼈으리라는 점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결국 피고의 행위는 원고가 가지는 의사 결정의 자유와 내부적 명예를 침해한 불법행위인 만큼 이로 인한 손해 역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위자료 액수와 관련, 재판부는 "원고는 이혼경험이 있는 독신녀로서 피고의 청혼을 받아들인 후 피고와의 결혼생활, 새로운 인생에 대한 기대 등에 부풀어 있었을 것인데 이러한 원고의 모든 희망과 기대가 피고의 침해행위로 짓밟히게 된 점, 원고는 피고를 신뢰해 사업자등록을 해주고 대출금까지 받아줬음에도 피고는 법률혼 사실을 숨겼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가족들에게도 욕설과 협박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 이로 인해 원고가 입은 마음의 상처가 오래도록 남을 것인 점 등을 종합하면 위자료 액수는 20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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