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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30분, 또 다른 삶이 있었습니다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봉사활동

등록|2009.12.16 09:36 수정|2009.12.16 09:36
해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며  올해의 영화상, 올해의 전시, 올해의 책 들 등등 올해를 빛낸, 그리고 기억할 만한 일들이 자주 방송이나 신문에 거론되곤 한다. 한 개인에 있어서도 자신이 한 해를 지내면서 부모님의 칠순을 지낸 것, 자신의 결혼식, 대학 입학 등등 여러 가지 사연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올해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큰  일을 겪었고 또 앞으로 새해에는 어떤 한 해를 살아갈까?'하고 고민하는 시기다.

내게 있어 올해는 새로운 내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된 중요한 한 해인 것 같다.

내 인생의 전환점, 자원봉사

이웃에 친하게 지냈던 교우의 소개로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행당동에 있는 샛마루 공부방이 그 곳이다. 도심 한복판이지만 생활이 어려워 학원을 못가는 아이, 다 문화가정의 아이들이 기초 생활지도와 학습지도를 함께 받고  있는 곳이다.

프란치스코 수녀회가 운영하는 이곳에는 현재 40여명의 초등학교 학생들과 중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중학교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서 내게 자유로운 시간이 많아졌고 '뭔가 가치 있는 일이 없을까'하고 고민하던 차에 같은 성당의 교우로부터 이곳을 소개받고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분은 벌써 오래 전부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오신 모범적인 분이었다. 처음에 그곳에 갔을 때 우리 집에서 불과 30분 거리밖에 떨어지지 않은 그곳에 그렇게 힘든 친구들이 있는 것을 알고 얼마나 놀라고 부끄럽던지…….

내가 맡은 과목은 초등학교 3학년 국어! 한 주 두 주가 지나고 아이들과 차츰 차츰 친해지자 아이들은 내가 조금만 늦어도 서운해 하며 걱정했고 공부방에 들어서면 아이들은 뛰어와 안기며 "선생님!~"을 외치곤 했다. 그 작은 손길, 눈빛 하나하나가 얼마나 예쁘고 고운지 모른다. 때로는 가슴아픈 사연들을 들으면 불만만 일삼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내가 처음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대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대학생 자원봉사로 일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 새삼 그때의 설레던 순간이 떠올랐다. 외국인을 위한 안내와 통역 봉사였는데 우리의 말 한 마디 행동에 무척 고마워하던 그 외국인들! 그 때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1988년 나의 자원봉사 시절 1988년 올림픽때 영어 통역 안내 자원봉사를 하였다. 가운데가 나 ⓒ 송춘희



우리 오랫동안 예쁘게 만나자꾸나

우리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남에게 우리가 무엇인가를 베푼다고 한다. 하지만 봉사활동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느끼는 그 행복은 도저히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기쁨이다. 더구나 이렇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일은 더 없이 행복한 일이다.

공부방에 봉사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대학생들이다. 간혹 나 같은 아줌마들도 있지만 취업이나 사회생활적응을 위해 불쑥 덤벼들었다가 몇 개월이 못 가 쉽게 그만 두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공부방 아이들이 처음 뵙는 선생님을 경계하고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이유로 바로 그런 곳에서 오는 상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엄마가 필리핀 엄마여서 한국어가 서툰 지수, 엄마와 오빠랑 살지만 엄마가 밤 늦게까지 일하시느라 오빠랑 늦게까지 있어야 하는 혜진이, 얼마 전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생활이 어렵게 된 주영이, 할머니와 살아가는 민석이 모두 모두 착하고 예쁜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사진과 게시판 9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공부방의 게시판 ⓒ 송춘희



책읽고 감상문 그리는 시간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자신의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했다. 생각보다 모두들 아주 잘 표현하였다. ⓒ 송춘희



이 아이들이 모두 건강하게 그리고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며 오래도록 그들과의 만남이 지속되기를 기도하며 매주 월요일 오후면 석양이 지는 성수대교를  건넌다.

석양이 지는 성수대교 월요일 저녁 성수 대교를 건너며 ⓒ 송춘희

덧붙이는 글 위에 표기된 이름은 가명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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