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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노 전 대통령 출판기념회 모니터링 논란

"주요 정치인, 사전 선거운동 예방 차원"...재단 측 "오지랖도 넓다"

등록|2009.12.16 18:17 수정|2009.12.16 18:33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가 16일 서강대에서 열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고집 <진보의 미래> 출판기념회에서 선거법 위반 여부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노무현재단(이사장 한명숙)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 11일 재단 측에 '출판기념회 개최 관련 정치관계법 안내'라는 공문을 팩스로 보냈다. 또 선관위는 지난 15일 재단에 전화를 걸어, "혹시 현장에서 시정이 필요한 사안이 생길지 모르니 바로 바로 설명을 드리겠다"며 모니터링 방침도 밝혔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출판기념회는 선거일 90일 전 선거운동 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내용으로 개최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재단 측이 준비하고 있는 출판기념회 대상은 지난 5월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유고집. 노 전 대통령이 고인인 이상, 선거법에 의해 제한받아야 할 행사가 아닌 셈이다. 

노무현 재단 "하객들 동태라도 감시하겠단 것인가"

▲ 유시민 전 장관이 지난 15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열린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정치공작분쇄 및 검찰개혁 범민주세력 규탄대회'에서 "모든 진보개혁세력이 하나가 되자"며 호소하고 있다. ⓒ 권우성


선관위의 감시대상은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주요 정치인들로 보인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친노인사가 주축이 된 국민참여당의 서울시장 후보 중 한 명이다.

이와 관련, 노무현재단의 신미희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선관위가 '서울시장 유력 후보로 언론에 보도된 유 전 장관 등 유력인사들의 출판기념회 참가로 인해 정치관계법 안내와 현장 모니터링을 하려 한다'며 지난 15일 재단에 연락 왔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어 "출판기념회가 정치 행사도 아니고 관련 법에 적용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항의했지만 선관위 관계자가 '주요한 분들이 많이 참석해서 그렇다'며 모니터링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양정철 노무현재단 대변인은 "선관위가 바쁜 시기에 오지랖도 넓다"며 "전직 대통령 출판기념회 행사와 선거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양 대변인은 또 "행사에 참석하는 분들은 주최 측도 아니고 출판을 축하하기 위해 오는 분"이라며 "주최 측도 아닌 하객들의 동태라도 감시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선관위 "후보자 보호 위한 사전 예방 활동"

그러나 선관위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선거 전 후보자도 모르는 사이 선거법 위반으로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진행하는 사전 예방 활동"이라며 "출판기념회 주최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제3자를 선전하는 경우도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고승한 서울선관위 지도1과장은 "현재 정치인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출판기념회를 많이 하고 있는데 한나라당, 민주당 등 정당을 가리지 않고 사전선거운동을 방지하기 위한 안내공문을 보내고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출판기념회에 대한 선관위의 모니터링이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유고집 '진보의 미래' 출판기념회는 이날 저녁 7시 서울 신수동 서강대 곤자가 컨벤셜홀에서 '고인과의 대화'라는 이색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행사를 준비한 노무현재단과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사장 이재정)은 이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의 육성을 생생하게 들려준 뒤 각계 인사들이 노 전 대통령의 말 걸기에 응답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과의 대화상대로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 한상진 서울대 교수, 김상근 목사, 김호기 연세대 교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병천 강원대 교수, 정회성 한국환경정책학회장, 박주현 변호사(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 등이 나설 예정이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도 상경해 참석자들한테 인사말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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