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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양미경 자살"···<조선> 오보 소동이 의미하는 것

사실 확인은 뒷전, 속보에만 몰두...'한명숙 수뢰설'을 떠올리다

등록|2009.12.18 11:38 수정|2009.12.18 11:38

▲ 조선일보는 <탤런트 양미경 자살(1보)>란 제목으로 '양미경 자살설'을 최초 보도했다. ⓒ 조선일보



▲ 조선일보 온라인판이 '탤런트 양미경 자살설'을 최초 보도한 이후, 타매체에서 이를 받아 내보내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증거. ⓒ 조선일보





조선일보가 대형사고를 쳤습니다. 멀쩡히 살아 있는 탤런트 양미경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기사를 낸 것입니다. 17일 오후 9시 50여분 경에 일어난 일입니다.

기사가 나가고 인터넷이 발칵 뒤집어졌음은 물론입니다. 국민드라마 <대장금>에서 한상궁으로 열연,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는 양미경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대한민국 일등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 온라인판에서 보도한 것이라 파급력은 더 컸습니다. 조선일보가 설마 오보를 낼 거라 상상조차 못한 까닭입니다.

그러나 조선일보 기사가 오보로 들통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20여분 후, <아시아경제>가 조선일보가 죽었다고 보도한 양미경 씨와 전화통화를 한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양씨는 자신의 입으로 직접 "오보"라고 못박아 말했더군요.

아닌 밤 중에 홍두깨라고, 졸지에 죽었다 부활한(?) 양씨의 황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어디 양씨 뿐이겠습니까. 조선일보의 오보 소동에 네티즌들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한 마디로, 속보경쟁에 눈 멀어 기본적인 사실확인조차 아니 했기 때문입니다. 복잡하게 말할 것 없이, 이런 일은 기자가 전화 한 통만 했어도 될 일이었습니다. 기자가 빼먹었으면, 데스크에서 지시만 했어도 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 기자와 데스크는 이런 기본 절차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기사의 신속성만 중시했지, 정확성이나 책임성 등은 뒷전이었습니다. 기자의 손끝에서 빚어진 기사가 얼마나 큰 파괴력을 갖는지 그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습니다. 여기서 '한명숙 수뢰설'을 떠올리는 게 지나친 것일까요.

이번 오보는 같은 날 세상을 떠난 가수 양수경씨의 동생 故 양미경씨를 "탤런트 양미경 자살"로 착각하면서 벌어졌습니다.

▲ 오른쪽 엔터테인먼트 섹션 밑에 '양미경 자살설 해프닝'을 소개한 글이 보인다 ⓒ 조선일보



글을 맺기 전에 한 가지.

지금은 내려갔지만 조선일보 온라인판 메인면 중간에 걸린 <탤런트 양미경, 때아닌 자살설 해프닝>이라는 기사를 혹 보셨습니까? 조선일보 자매지 스포츠조선의 기사인데, 마치 자신들과 무관한 냥 천연덕스레 '양미경 자살설'을 소개하는 폼새가 여간 뻔뻔한 게 아니더군요. 그 기사 밑에 누가 이런 댓글을 달아 놓았습니다. 보시죠.

"조선일보 웃기는 신문이네. 자기네가 헛소문의 진원지면서 그 얘긴 쏙 빼먹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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