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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세종시 수정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를 바라노라'

[주장] 세종시 통해 집중과 성장에서 분배와 균형의 발전 계기로

등록|2009.12.18 13:22 수정|2009.12.18 13:22
정운찬 국무총리의 임명과 함께 시작된 이명박 정권의 세종시 백지화 내지 수정 주장은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하지만 갑론을박 계속되는 결과없는 논쟁에 국민들은 피로를 느끼고 있다. 세종시 원안이냐 수정(또는 백지화)이냐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만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2월 16일자 조선일보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 주장에서 물러날 때라고 하는 칼럼이 실렸다. 그 일부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논리가 설득력 있고 자신의 '고해성사'가 크게 환영받으리라 과신했던 것 같다. 그러나 '대통령과의 대화' 방송 이후에도 세종시 문제와 이 대통령의 논리에 대한 전 국민적 판도가 바뀌지 않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 대통령은 이제 '최선을 다했음'에 자족하고 '어쩔 수 없음'으로 물러서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2009.12.6,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중에서)

보수신문인 <조선일보>도 이미 세종시 수정 포기, 원안 강행의 이야기가 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수정안의 국회통과가 어렵고, 수정안이 세종시 원안보다 비용이 더 들어갈 것이며, 무엇보다 국론분열의 깊은 골을 남긴다는 것이 그 이유다. 여론이 이런데도 왜 이토록 이명박 정권은 이미 노무현 정권에서 여야 합의로 도출된 세종시 계획을 반대하는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서울시장인 시절부터 세종시 계획을 반대해 왔지만, 대통령 선거전에서 국민의 표를 의식해 세종시 계획을 지지한다고 해왔다. 적어도 그 약속은 정운찬 국무총리가 취임하기 전까지는 지켜지는 듯했다. 그러나 정 총리가 임명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총리만 나서더니, 나중엔 '대통령과의 대화'라는 방송으로 세종시 계획을 수정할 뜻임을 밝혔다. 드디어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에 대한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세종시 계획 수정의 주요 이유는 비용이 많이 들고, 경제적으로 보아 비효율적이라는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서울을 중심으로 해서 집중성장을 해서 자기 집권 기간내에 경제적 성과를 보고 싶은 것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균형발전이 아닌 성장지상주의다. 이를 위해 서울에 집중된 발전체제를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분명 세종시 계획은 돈을 쏟아붇는 일이다. 얼마 전에는 정부관련 연구기관에서 세정시로 행정기관이 이전할 경우 손해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2월 16일자 연합뉴스에 의하면 수치 산출자체가 정부 안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하나의 과장된 숫자놀음에 불과한 것이다.

행정도시로의 이전은 당장의 눈으로 보면 손해다. 하지만 백년대계를 생각한다면, 수도권에만 집중된 정치, 경제, 문화를 지방으로 분산시켜, 수도권 과밀화로 인한 산더미 같은 비용을 줄이고, 전국토가 골고루 성장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미래에 대한 전망을 가지고 세종시라는 행정중심도시와 전국 각처에 혁신도시를 만드는 법안이 노무현 정권 당시 만들어진 것이다.

혹자들은 천도는 왕조교체나 전쟁 등 비상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면 그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봉건 사회가 아니라 정보화 사회이다. 새로운 문명의 물결 앞에 말레이시아는 천도를 진행하고 있다. 그외에도 세계 각국에서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최대도시에서 새로운 행정도시로 옮긴 예는 얼마든지 있다. 전쟁이나 왕조교체가 아닌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 사실상의 균형발전을 위해 계획도시로 수도가 이전된 경우를 보면, 브라질의 브라질리아, 인도의 뉴델리, 호주의 캔버라, 캐나다의 오타와 등이 있다. 장단점은 있지만 수도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비용이 많이 들고,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세종시를 백지화하려는 시도는 세계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제 이명박 정권은 눈 앞의 성장에만 연연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철학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우리사회에는 '성장'과 '집중' 대신 '분배'와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그 중심에 세종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을 상대로 소통이 아닌 강요를 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을지문덕의 여수장우중문시(與鼠將牛中蚊詩)를 바친다.

與鼠將牛中蚊詩(여수장우중문시)
                                     乙支文德(을지문덕)
神策究天文,
妙算穷地理。
战胜功既高,
知足愿云止。

신기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에 닿았고
오묘한 계산은 땅의 이치를 꿰뚫었네
싸움에서 이겨 공이 이미 높으니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를 바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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