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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곡온천이 70년대 명성 되찾으려면

등록|2009.12.21 12:56 수정|2009.12.21 12:56

부곡H온천의 야외노천탕야외노천탕의 주변경관이 아름답다. ⓒ 김영명


올해 들어 최고로 추운 날씨라는 기상캐스터의 TV방송멘트를 듣고 있던 내가 대뜸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오늘 온천목욕 안 가시겠소?"

이렇게 추운 날씨에 온천욕이라니 잘못하다가는 감기 들기 십상이라는 아내에게

"추워야 뜨뜻한 온천욕이 제격이지, 추울수록 온천 맛이 나는 거야. 옛 말에 온천욕 한 번이 보약 한 첩보다 낫다는 말이 있잖소"

부곡온천 전경수십 곳의 온천업소가 영업 중이다. ⓒ 김영명


아내가 감기 핑계대면서 거절하는 말은 괜히 해보는 소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아내는 누구보다도 목욕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말이 끝나기가 바쁘게 목욕준비물을 챙기는 아내의 뒷모습이 예쁘게 보이는 것은 내가 늙은 탓인가.

부곡온천 최초의 온천목욕탕1970년대 처음 지어진 목욕탕 건물 ⓒ 부곡관광협의회 제공


물이 좋아서 자주 가는 온천이 있다. 자동차로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이다. 부곡(釜谷)온천이다. 경남 창녕군 부곡면에 있는 온천으로 지형이 가마솥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부곡이라는 땅이름과 옛부터 더운 샘(溫井)이 있었다고 전해져 오는 입소문(口傳)에 착안한 신현택씨가 수년간의 노력 끝에 1972년 12월에 지하 63m 지점에서 최초로 온천수를 발견한 것이 부곡온천의 시작이다. 온천수가 처음 솟구친 온천공 자리에 비석을 세우고 비각을 지었다.

부곡온천의 최초의 여관 건물부곡온천의 허허벌판같은 초창기 풍경 ⓒ 부곡관광협의회 제공


수십 곳의 온천업소가 영업 중인데 오늘은 S장으로 들어갔다. 후론트에 터벅머리 총각이서 있다. 온천욕 요금이 얼마냐고 물었다.

"2000원입니다."

시중의 일반 목욕탕 요금도 4000원 이상인데, 너무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갑을 꺼내면서 옆을 보니까 요금표가 보인다. 요금표에는 온천욕이 어른 3000원, 아이 2000원이 표시되어 있다.

"요금표에는 3000원인데?"
"아 예 우리 업소에서는 2000원만 받습니다. 아이들은 1000원만 받고요."

온천비각온천수를 발견한 자리 ⓒ 김영명


싸게 받겠다는데 기분 나쁠 리가 없다. 그러나 그 기분도 욕탕에 들어서자말자, "싼 것이 비지떡이지"라는 말이 내입에서 저절로 나왔다. 낡은 샤워기에 좁고 작은 욕탕, 어둠침침한 실내. 나중에 목욕마치고 나가면서 슬쩍 물었다. "왜 요금을 싸게 받느냐"고. 터벅머리 총각은 멋쩍은 듯이 웃으면서 하는 말 "시설이 별로 안 좋아서지요."

분수공원온천수로 족욕탕을 겸한 공원 ⓒ 김영명


시설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부곡온천의 아킬레스 건은 노후된 온천탕 시설이다. 대부분 70~80년대 세워진 건물들이라서 30~40년 지난 지금, 그동안 보수하고, 또 개수도 했겠지만 옛 것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또 90년대 이후 불황을 겪다보니 업주들의 잦은 경영교체와 건물주 아닌 적지않은 임대업주들의 온천업 경영은 근본적인 시설개선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한올공원중앙로 옆에 위치한 쌈지공원이다. ⓒ 김영명


따끈한 욕탕물에 혼자 몸을 담근 지 얼마 되지 않아서 10여명의 욕객이 무리지어 들어온다. 60~70대의 어르신들이다. 좁은 공간의 온천탕이 꽉 차버린 느낌이다.

"어르신, 어디서 오셨어요?"
"포항에서 관광 왔지요"
"같은 동네 어르신들입니까?"
"아니 산악회 주선으로 인근 사람들 40여명이 단체로 왔지요."

한빛공원부곡온천 입구에 위한 쌈지공원 ⓒ 김영명


70~80년대만 해도 이런 단체 온천관광객이 부곡온천에 줄을 잇다시피 찾아왔다. 하루가 다르게 중앙거리 양편으로 고층건물들이 올라갔다. 관광호텔 6곳, 일반호텔 19곳이 지어졌다. 그 당시 국내 최고 위락시설을 자랑하는 H온천도 그 때 세워졌다.

부곡H온천 정문부곡온천에서 제일 규모가 크고 시설이 잘 되어 있는 온천업소 ⓒ 김영명


남한에서 제일 높은 온천수온(54~78℃)과 유황성분을 함유한 양질의 온천은 욕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예약하지 않으면 숙박처를 구하지 못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대박의 시절은 그리 오래 계속되지 못했다. 90년대 들어서면서 온천수질이 옛날 같지 않은 것을 욕객들이 느낀 것일까. 유황성분은 날아가고 매끈매끈 하던 수질은 그 감도가  떨어졌다. 온천수가 모자라서 수돗물을 섞는다는 괴소문이 돌았다. 사실은 그 당시 부곡온천지역은 상수도 시설이 없어서 화장실 물도 온천수를 사용해야 하는 처지였는데도.

부곡H온천의 물놀이시설[지난 여름에 촬영]물놀이시설과 다양한 위락시설을 갖추었다.[겨울철 휴장] ⓒ 김영명


지금도 수돗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부곡관광협의회에서 온천수 사용단가와 수돗물 사용단가를 비교분석한 자료를 홍보물로 내 놓고 있다. 수돗물을 냉수로 사용하면 온천수를 냉각해서 사용하는 것보다 7.5배, 수돗물을 온수로 사용하면 온천수보다 약 42배 비싸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업소가 온천수 대신에 수돗물을 쓰겠느냐고 항변한다.

벚꽃거리봄에는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 ⓒ 김영명


전국의 온천지역이 모두 불황이지만, 부곡온천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남한 최고의 온천수온을 자랑하는 부곡온천이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몸부림은 치열하다. 자투리땅을 이용하여 곳곳에 쌈지공원을 조성하고, 무료 야외족욕장(토, 일요일만 온천수 공급)을 설치하면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부곡온천의 중앙로이 거리를 볼거리가 있는 테마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 김영명


창녕군청 온천담당 공무원 박언기씨의 말에 의하면 2013년까지 온천과 연계된 각종 사업, 부곡전지훈련장(축구, 야구, 풋살, 골프) 확대조성, 공예공방 및 전시판매, 온천축제, 투우경기 등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2010년 안에 한성호텔과 로얄호텔 사이의 약 500m 중앙도로를 테마거리와 테마공원으로 꾸며 볼거리가 있는 부곡온천으로 다시 태어나려 한다고 한다.

야외공연장각종 야외공연이 이곳에서 열린다. ⓒ 김영명


물놀이시설과 레저시설에 있어서는 전국적 규모로 보더라도 뒤지지 않는 H온천이 있고 유황성분은 적지만 그래도 어느 곳 온천보다도 매끄러운 알칼리성 수질에, 함유황 황산나트륨형 단순온천(참고: 황화수소(H₂S)가 1㎎/ℓ 이상 함유되어야 유황온천이라 할 수 있는데 부곡온천은 0.13㎎/ℓ 로 함량미달임), 그리고 78℃의 고온의 온천수를 품고 있는 부곡온천이 언젠가는 70~80년대 누렸던 호황의 시대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노후된 목욕시설을 현대화 하는 과제를 실현할 수만 있다면.
덧붙이는 글 참고사항: 필자의 홈페이지인 ‘한국의 온천’[www.spakorea.pe.kr]-http://myhome.hanafos.com/~kym3/index.html-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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