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호주 대륙 여행을 끝내면서

호주 대륙 자동차 여행 48 - 마지막 회

등록|2009.12.20 14:49 수정|2009.12.20 14:49

▲ 서부 호주의 황량한 북부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하게 생긴 보압 나무(Boab Tree) ⓒ 이강진


열대 과일이 풍부한 카나나라(Kununurra)에서 망고를 실컷 먹으며 지내다 떠난다. 호주를 한 바퀴 돌아보고 싶다는 목적을 이룬 셈이다. 왔던 길을 되돌아 앞으로 일 년 이상 생활할 타둔(Tardun)이라는 곳을 향한다. 막상 떠나려고 하니 아무래도 지프차가 없어 구경하지 못했던 벙글벙글(Bungle Bungle)국립공원을 지나치고 가기가 아쉽다.

큰맘 먹고 200불이라는 거금을 주면서 헬리콥터를 타고 벙글벙글국립공원을 날아서 들어간다. 헬리콥터를 처음 타보는 긴장감을 갖고 넓디넓은 황량한 국립공원 구경을 나선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헬리콥터 타는 것이 조금 걱정은 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조종사를 믿고 사진을 열심히 찍는다. 엄청난 규모의 계곡과 특이한 형상들을 한 봉우리들로 이루어진 곳이다. 다른 공원에서는 구경하지 못할 지층(?)이 확연히 보이는 산봉우리들이 눈을 끈다. 산봉우리가 벙글벙글 웃는 모습이다.

조종사가 멀미 나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괜찮다고 하니 계곡과 계곡 사이를 영화에서 보는 장면처럼 날아 들어간다. 조금은 현기증이 날 정도다. 불안감과 흥분이 섞인 감정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헬리콥터 관광을 마지막으로 호주 여행을 끝내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지난 6개월 동안의 여행을 되짚어본다.

▲ 헬리콥터로 돌아보는 벙글벙글국립공원(Bungle Bungle National Park) ⓒ 이강진


▲ 헬리콥터로 돌아보는 벙글벙글국립공원(Bungle Bungle National Park) ⓒ 이강진


호주는 대륙이다. 넓은 나라다.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경험을 해 보았다. 캐러밴 하나 끌고 정처 없이 돌아다니며 삶을 정리하는 노부부도 보았고,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젊은 히피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도 했다. 심지어는 누드 캐러밴 파크에서 벌거벗고 앉아 삶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도 했다. 나로서는 큰 결심 끝에 떠난 여행이었지만 내가 만난 많은 여행객은 여행을 삶의 한 부분으로 삼고 떠돌아다니며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여행을 하면서 배운 점은 삶 자체가 너무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상적인 삶이라고 이름 지울 수 있는 삶이 없다는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어떻게 저러한 삶을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사람과 이야기를 해 보아도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삶을 즐기고 있었으며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여행을 통해 주관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 보면서, 자연의 웅장함 속에서 생각할 기회도 많았다. 나는 내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남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 속의 삶을 나의 삶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여행은 특히 고생을 하며 하는 여행 일수록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여행을 끝내고 또 다른 삶을 찾아 떠난다. 원주민 아이들과 지내기 위해서다. 쉽지 않은 그러나 기억에 남을 또 다른 삶의 여행이 우리를 기다린다. 

졸필을 읽어 주신 많은 분과 댓글로 격려해 주신 분들 그리고 오마이뉴스 여러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헬리콥터로 돌아보는 벙글벙글국립공원(Bungle Bungle National Park) ⓒ 이강진


▲ 헬리콥터로 돌아보는 벙글벙글(Bungle Bungle)국립공원 ⓒ 이강진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