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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 폭설로 유령도시 되다

등록|2009.12.21 19:20 수정|2009.12.21 19:20

▲ 제설차가 부지런히 눈을 치웠지만 차량 통행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곳은 버지니아 주 해리슨버그 시. ⓒ 한나영


지난 토요일(19일), 미국 버지니아 주 샬로츠빌에 있는 버지니아 대학교(UVA)의 AFC(Aquatic and Fitness Center). 체육관인 이곳은 수십 명의 '난민'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난민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이들은 전날 내린 엄청난 폭설로 발이 묶인 운전자들. 이들은 이번 폭설과 관련하여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이곳 체육관으로 대피한 사람들이었다. 

"29번 도로에서 16시간 동안 미니밴에 갇혀 있었어요. 2살 된 쌍둥이 딸들은 먹을 것이 하나도 없었고요. 다행히 아이들은 잠만 자서 걱정을 덜었어요. 믿기지 않을 정도였죠. 아이들은 울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끔찍했어요."

두 딸의 아버지인 아담 해버슨은 버지니아 지역에서 방송되는 NBC29 뉴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 폭설로 인해 16시간 동안 미니밴에 갇혀 있다 구조된 해버슨 가족. ⓒ NBC29


지난 18일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미국 동부 지역을 강타했다. 보통 인치(inch)로 측정되는 강설량이 이번에는 피트(feet)까지 언급될 정도로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한파까지 동반한 이번 폭설로 인해 사람들은 바깥 출입을 자제했고 이 바람에 동부 지역은 '유령의 도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적이 끊겼다. 거의 모든 교회들이 일요일 예배를 취소했고 박물관, 도서관 등도 일제히 토요일부터 휴관을 선포하고 문을 닫았다.

▲ 일요일 아침 뉴스 시간, 두툼한 옷과 모자로 무장을 한 기자가 폭설을 보도하는 가운데 문을 닫은 교회와 박물관, 도서관 이름이 자막으로 올라오고 있다. ⓒ CBS


공항 역시 폭설로 인해 활주로가 폐쇄되어 수많은 항공편이 취소되거나 결항, 연착되어 여행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겨울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들어가려는 이곳 유학생들도 이번 눈사태로 공항에서 발이 묶이는 바람에 다시 기숙사로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기록적인 폭설로 버지니아에서는 3명이 사망했고 오하이오에서는 2명이 사망하는 등 총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D.C.와 버지니아, 매릴랜드, 켄터키, 웨스트 버지니아 등에서는 긴급 재난 상황이 선포되기도 했다.

이곳 버지니아 주 쉐난도 카운티의 공립학교는 오는 목요일(24일)에 겨울방학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이번 폭설로 인해 월요일(21일)로 겨울방학을 앞당기기로 했다.

한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리고 있던 백화점과 쇼핑몰 등은 쇼핑객들의 발길이 끊긴 가운데 하루 휴장을 선언하거나 쇼핑 시간을 단축하기도 했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선물을 사려는 쇼핑객들이 몰리는 이른바 '슈퍼 토요일(크리스마스가 되기 전 토요일)'이 이번 폭설로 개점휴업 상태를 보이는 바람에 소매업체들은 크게 울상을 짓었다고 한다.

업계는 당초 이번 슈퍼 토요일 매출을 150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폭설 때문에 이런 예상은 빗나갔고 대신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쇼핑 거래는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 폭설로 인해 출입구가 막혀버린 이웃집 풍경.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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