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회현동 '오토바이 골목'
3,4년 전 중국산 물품 들어와 제품 공장들은 떠나고...
▲ 회현동 오토바이배달을 기다리는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서있다. ⓒ 김새롬
서울시 중구 회현동. 시끌벅적한 남대문 시장을 마주보고 있는, 쉽사리 도전하기 힘든 경사도의 언덕에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다. 그런데,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도 힘들 것 같은, 이 미로 같은 골목을 쉬지 않고 오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희뿌연 연기를 내면서 달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2009년 12월에 찾은 회현동에서는 제품 공장에서 나야할 제봉틀 소리를 듣기가 어려웠다. 그 골목을 추운 겨울 날씨만큼 고요했다.
"과거에는 공장 당 3~4대의 오토바이는 기본이었어. 그렇게 해야 납품일을 지킬 수 있었으니깐. 그런데 3, 4년 전부터 제품공장이 하나 둘씩 문을 닫더니 이제는 1/3정도 남아 있어 한 30%정도 되나? 이제는 택배나 중국집 음식 배달하는 사람들이 주로 오토바이를 타지."
▲ 송태영씨회현동에서 오토바이 판매, 수리업을 하고 있다. ⓒ 김새롬
회현동 골목에서 오토바이 판매·수리업을 하는 송태영(58)씨는 제품공장이 문을 닫기 시작한 이후부터 오토바이의 매출 또한 줄었다고 말했다. 회현동에서 오토바이의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다 장사가 안 돼서 그렇지. 아무리 집세가 비싸도 장사만 잘 되면 남아 있지. 장사가 안 되니까 봉급도 낮을 수밖에 그러니 일할 사람도 없고…. 대부분 공장이 망하거나, 그렇지 않은 공장들도 집세가 낮은 삼양동이나 만리동으로 떠났지."
송태영씨는 회현동에 오토바이의 수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아쉬움을 전했다.
▲ 회현동 오토바이 배달원회현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제품을 오토바이 뒤에 싣고 배달을 가는 모습이다. ⓒ 김새롬
회현동에서 제품공장이 문을 닫기 시작한 것은 3,4년 전. 저렴한 가격의 중국공장 제품들이 수입되어 오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값싼 노동력으로 만든 중국산 물품들은 국내에서는 도저히 책정할 수 없는 싼 가격으로 판매됐다. 회현동 등 국내에서 만든 물품들이 품질은 좋았음에도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회현동 제품공장뿐만 아니라 배달 업자 그리고 송태영씨와 같은 오토바이 판매업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바쁘게 배달을 가는 몇 안남은 제품공장의 배달을 가는 김수한(38)씨는 "옛날 같으면 성수기지,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는데 얼마나 바빴는지, 배달이 밀릴 정도였어"라며 "요즘도 바쁘긴 하지만 옛날만큼은 아니지, 이 일만 7년이 다 되가는데 점점 다 힘들어 지는 것 같아" 라고 말했다. 그는 배달 때문에 바쁜 듯 시동을 걸고 다시 길을 나섰다. 취재를 마친 것은 오후 5시. 짧은 겨울 해가 벌써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지만 회현동의 오토바이 부대들은 계속해서 골목골목을 누볐다. 점점 한적해지는 회현동에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더 많은 재봉틀 소리와 오토바이 소리 그리고 웃음 소리가 들리기를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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