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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대안 만들기, 총리 아닌 내 책임"

이명박 대통령, 22일 대전·충남지역인사 오찬간담회서 밝혀

등록|2009.12.22 15:29 수정|2009.12.22 15:29

▲ 지난 11월27일 밤 진행된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 모습. ⓒ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자신이 책임지고 세종시 대안을 만들 뜻을 밝혔다.

이는 대통령이 국가적 현안을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너무 맡긴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대전·충남지역인사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한 지역인사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강태봉 충남도의회 의장은 이 자리에서 "(충청도민들은)선거공약과 특별법이 지켜지지 않고 국가의 신뢰가 손쉽게 무너지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충청인의 염원과 민의를 살펴 특별법에 있는 원안대로 추진해달라"고 요구했다.

강 의장은 "'대통령과의 대화' 이후 정운찬 국무총리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등이 우리 지역을 수시로 방문해 세종시 수정에 대해 여론 조성을 하고 있지만 원안추진 목소리는 지역에서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강 의장의 발언을 "도의회 의장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선거로 뽑힌 분들이 다 그러는데 의장도 오늘 발언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뼈있는 농담으로 받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월 27일 TV생방송에서도 '세종시 원안 추진'을 주장하는 유한식 연기군수에게 "투표로 당선된 기초단체장이기 때문에 군민들의 의견을 대변할 책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군수는 나라 일을 걱정할 의무도 있다"고 다그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유 군수와 이준원 공주시장은 이날 간담회에 불참했다.

"대학시절 운동권이었지만 사실은 매우 실용적인 사람"

이 대통령은 이어 "(내가) 대학을 다닐 때는 운동권 학생 중 한 사람이었지만 사실은 매우 실용적인 사람"이라며 "정치적으로 생각하고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만히 있는데 정치인들이 수도 옮긴다, 또 반쪽만 옮긴다, 이명박 대통령 들어서서는 그것도 안 된다고 하고 충청도민들도 되게 속상할 거 같다. 기분 나쁘다는 생각할 거 같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왜? 다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거다.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나눈다고 했다가…."

이 대통령은 "나도 선거 때까지 정치적으로 발언했다"며 "그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부끄럽더라, 이렇게 말해도 되나 생각했다"고 자신의 과거 처신을 거듭 자성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나는 충청도가 국가관이 있는 지역이라고 보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나도 나라를 위해 일하면 이해해 주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고 충청도민들의 이해를 거듭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대안에 대해 "(세종시에) 이런 것 저런 것 만든다는 얘기는 앞서 나가는 것이고, 정부가 정말 성의껏 열의껏 해서 안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안을 만들자고 하는 것은 총리가 아니라 대통령이고, 내게 책임이 있다. 총리는 지시받고 하는 것이니까"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대전·충남권 방문은 9월10일 천안의 모 중소기업 방문 이래 이번이 처음으로, 오는 1월 11일 수정안 발표를 전후해서 한 차례 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오찬 간담회에는 박성효 대전시장과 이인화 충남지사 권한대행,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 총장, 송용호 충남대 총장 등 지역의 관료와 학계·언론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가 끝난 뒤 신수용 대전일보 사장, 유기철 대전 MBC 사장, 이갑우 대전방송 사장, 이세강 대전 KBS 총국장 등 충청지역 언론사 사장단과 별도의 티타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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