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양복 상의에 2~3만 달러씩? 검찰이 한번 넣어봐"

박지원, '돈뭉치' 들고나와 직접 시연... '한명숙 표적수사' 맹비난

등록|2009.12.22 16:03 수정|2009.12.22 16:04

▲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의 혐의 내용을 반박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한 전 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건네받았다는 2만 달러, 3만 달러 모형 돈을 준비해 직접 정장 상의 주머니에 넣는 등 시연을 보였다. ⓒ 국회방송


22일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주머니'를 놓고 이색적인 시연이 벌어졌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곽 전 사장이 지난 2006년 대한석탄공사 인사 청탁을 위해 한 전 총리에게 건넸다는 5만 달러를 재현한 모형 돈 뭉치를 가져와 직접 자신의 정장 상의와 하의 주머니에 넣어 보이며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혐의 내용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곽 전 사장이 청탁 목적으로 준비한 2만 달러와 3만 달러가 든 봉투 2개를 총리 공관에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의원은 "곽 전 사장의 진술은 5만 달러를 주머니에 넣어 한 전 총리와 정세균·강동석 전·현직 장관과 함께 식사를 한 뒤 그 자리에서 건넸다는 것 아닌가"라며 자신의 정장 상의 안주머니에 각각 2만 달러, 3만 달러 돈 뭉치를 넣고 일어섰다.

"나도 정장 상의에 수첩과 지갑을 넣고 다니지만 TV 인터뷰를 할 땐 불룩하게 보여 꺼내놓고 간다. 이 돈 뭉치는 앞뒤로만 100불이고 나머지는 백지이나, 은행에 가서 2만 달러, 3만 달러의 부피와 동일한지 확인하고 만든 돈이다. 곽 전 사장의 말처럼 돈 봉투를 이렇게 안쪽 주머니에 넣으면 (불룩하게)보이나? 안 보이나? 어떻게 이런 상태로 불안해서 밥을 먹겠나. 이거 진짜 짜맞추기 아니냐 말이다."

"여성인 한명숙 전 총리가 어디다 돈 넣었나?"

마치 지난 3일 태광실업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진 한나라당 의원의 공판 장면을 재연한 것과 같았다. 당시 공판은 지난해 3월 박 전 회장이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베트남 국회의장 초청 만찬장에서 박 의원에게 2만 달러가 든 봉투를 건넸는지가 쟁점이 됐다.

박진 의원 측은 박 전 회장이 건넨 돈봉투를 보관했다는 정장 상의 안주머니가 비어있다는 증거로 당일 박 의원의 사진을 제출하고, 재판부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직접 정장 상의와 돈봉투 등을 준비해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박지원 의원은 또 이 사건과 비슷한 '진승현 게이트'의 신광옥 전 법무차관의 예도 들었다. 신 전 차관은 지난 2001년 민주당 당료 출신 최택곤씨에게서 진씨 로비자금 1500만~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 의원은 "당시 최씨가 신 전 차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시절, P호텔 철판구이식당에서 만나 300만 원씩 수차례 돈봉투를 건넸다고 했지만 검사장까지 한 사람이 어떻게 달러보다 훨씬 큰 만원권 봉투를 정장 상의에 보관할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잘 안됐다"며 "결국 이 사건은 무죄가 됐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남자 같으면 어디에 주머니라도 있지만 한 전 총리는 여성"이라며 "핸드폰이나 핸드백은 전부 수행비서가 갖고 있는데 (주머니가 거의 없는 여성의류를 입은)한 전 총리가 이 돈을 어디에 넣었나, 이야기가 되냐"고 이귀남 법무부 장관을 강하게 추궁했다.

"별건 수사 안 한다더니 한 전 총리 옷 산 곳까지 쫓아다녀"

박 의원은 또 당시 오찬에 동석했던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의 언론 인터뷰 내용과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 간의 대질 신문 당시 상황을 지적하며 곽 전 사장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대질 신문 때도 담당부장검사가 곽 전 사장에게 '식당에서 주니깐 내실로 들어갔다 했죠' 물으니 곽 전 사장을 조사한 이 아무개 검사가 '그게 아니다, 다음에는 기억이 없다'고 정정한다. 검찰 자체도 (조사할 진술 내용이) 엇갈리고 있다. 또 총리가 의전상 항상 먼저 떠나게 돼 있다."

박 의원은 이어, "이런 것을 볼 때 검찰이 짜맞추기를 하더라도 완전하게 해야지 이렇게 서투르게 한다면 차라리 이 박지원이가 검찰총장 하는 게 더 낫겠다"며 사법당국의 처신을 꼬집었다.

또 "김준규 검찰총장이 별건 수사하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한 전 총리의 후원인들에게 전부 전화하고 심지어 한 전 총리가 옷을 산 곳까지 쫓아가서 추궁하고 다닌다"며 "이것이 별건 수사가 아니고 무엇이냐, 이렇게 해서 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아울러, "장관도 퇴임하면 알겠지만 죽어가는 권력의 허망함은 경험 안 해보면 모른다"며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 퇴임을 열흘도 안 남겨두고 있던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인사청탁 받았다는 의혹은 납득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대질 신문 과정이 그렇게 자세하게 나온 보도는 보지 못해 사실인지 여부도 잘 알지 못하겠다"면서도 "확인 해보겠다, 피의사실 유출 방지만큼은 꼭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여당 의원들도 쓴 소리... "노 전 대통령 때와 같은 사고 만들 건가"

한편, 여당 의원들도 한 전 총리 수사와 관련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최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본래 하려던 법안심사와 다르게 회의가 진행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도 "검찰이 정치적 파문이 예상되는 대상을 수사하면서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최 의원은 "(혐의를 확정했으면)밤을 새워가면서 신속히 처리해야지 너무 뜸을 들이다 보면 노 전 대통령과 같은 사고도 나지 않겠냐"며 "부를 땐 완벽히 해놓고 불러야지 그러지 못해 지금 정치권으로부터 비난받으면서 말 한 마디도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한성 한나라당 의원도 "공소 사실이 모두 새어나가고 있다"며 "정치공세가 있다고 하나 빌미는 법무부에서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또 "피의사실공표 문제를 일으킨 인사들이 최근 법무부 인사에서 잘 나간다"며 "정신없는 법무부 인사, 지켜보기도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당시 시점이 11월 말 경인데 (곽 전 사장이) 코트를 입고 갈 수도 있다"며 "수사 보안에 유의하면서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코너에 몰린 이 장관을 격려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