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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만 '쏙' 빼고 법 앞의 평등?

[주장] 이건희 사면 추진은 '법질서'의 성역이 있음을 증명하는 꼴

등록|2009.12.23 13:47 수정|2009.12.23 15:06
MBC는 22일 저녁 9시 뉴스에서 정부가 이건희씨를 포함한 70여명의 경제계 인사에 대한 '대통령 특별사면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명박 대통령도 최종적으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날짜는 1월 1일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YTN 도 같은 내용의 뉴스를 내보냈다.

정부가 MBC의 보도대로 이건희씨를 사면하게 된다면 그 날은 대한민국 법치주의 사망 선고의 날이자 이명박 정부의 '법치'가 종말을 고하는 날이 될 것이다. 또 삼권 분립이 무너졌음을 선포하는 날이 될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증명하는 날이 될 것이고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이 '친재벌 정책'을 숨기기 위한 가식적인 구호에 불과함을 증명하는 날이 될 것이다. 

법 앞의 평등을 담은 헌법 11조를 꼼꼼히 읽어보자. 

헌법 11조 1항 :
"누구든지 성별 .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 경제적 . 사회적 .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헌법 11조 2항 :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

헌법 11조 1항은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현실에 맞을 것 같다.

"누구든지 성별 .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 경제적 . 사회적 .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그러나, 많은 예외가 있다 >"

헌법 11조 2항은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것 같다.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다. < 단, 삼성은 반드시 빼고, 또 재벌들도 물론 뺀다. 또 다른 예외는 특히 힘센 사람들이다.> "

삼성전자 최지성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9월 이 건희 전회장의 경영 복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이후 마치 '지침'을 받은 것처럼 이명박 정부의 힘 센 사람들이 앞 다투어 이건희 회장의 사면 필요성을 말하고 언론은 이들의 말을 크게 보도했다.

최지성 사장이 '경영복귀'를 이건희 전 회장 사면, 복권이 필요한 이유로 솔직하게 말한 반면 권력자들은 '동계올림픽유치', '경제회복', '국익', '재계 사기 진작을 통한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경제 살리기'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그럴듯하게 말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지식경제부 장관 최경환 (11월 24일), 문화관광부 장관 유인촌 (12월 8일), 법무부 장관 이귀남 (12월 9일), 한나라당 사무총장 장광근 (12월 11일), 전경련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정권 실세들과 재벌들 그리고 일부 체육인들이 마치 전쟁에서 작전하는 것처럼 이건희 회장의 사면, 복권의 필요성을 주장하면 보수적인 신문, 방송들이 연일 널리 퍼뜨려 결국 허구적인 '이건희 대망론'을 만들어냈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MBC 뉴스를 빌어 이건희 사면을 기정사실로 만드는 절차를 마무리하려고 하는 느낌이다.

이건희씨가 사면되는 것과는 상관없이 이건희씨 사면을 추진하는 과정 자체가 삼성 이건희는 대한민국 법질서를 마구 유린할 정도로 힘이 세고 삼성 이건희 앞에선 대부분의 권력자들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눈도장 찍고 비위 맞추기 위해 설레발친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 2008 년 4월 11일 삼성특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모습 ⓒ 이경태




오랫동안 삼성 이건희씨는 '법치의 성역'으로 여겨져서 사법 심판의 예외 지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삼성의 비리와 범법 행위가 온 세상에 드러나고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나서야 본격적인 사법심판의 대상이 된 점, 10여년을 끌다가 결국 아주 약한 처벌을 받고 말았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이건희씨는 아주 힘들게 사법처리 되었음에도 범죄에 비해 아주 가벼운 3년형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그것도 형기의 5% 밖에 안 지난 시점에 없던 일로 하자고 현직 장관이 3명이나 나서서 설치는 모습은 한편의 막장 코미디다. 세계 토픽감이 아닐 수 없다. 삼성을 중심으로 한 재벌 권력이 한국만큼 센 나라가 또 있을까?

모두 잘 알다시피 이명박 대통령은 자나 깨나 '법치', '법치'했다. 촛불집회 때도, 용산 참사 때도, 쌍용차 파업 때도, 철도노조 파업 때도 '법치'를 외치면서 잔인한 칼날을 드리댔다. 왜 이건희 사면을 이야기할 때는 '법치'는 쏙 빼고 '경제 살리기 차원'이라고 얼버무리는가? '이건희 사면과 법치'는 정면으로 안 맞는다. 아무리 보수적인 사람일지라도 이 말을 부정하진 못할 것이다. 이같은 사면을 하려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이 대통령은 '친서민 정책'을 표방했다. 대통령은 SSM(Super Super Market)까지 허용해가지고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재래시장에 가서 사진 찍고 하더니 그것이 결국 친재벌 정책을 포장하기 위한 연출에 불과한 것이었는가? 이명박 정부는 재벌 총수 사면과 친서민 정책,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하고 있단 말인가!

이명박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도로 돌아가서 이건희씨와 경제 비리인사들 사면 검토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헌법 11조의 '법 앞의 평등 조항'을 '법 앞에 불평등' 조항으로 바꿔도 되는지 국민들한테 여쭈어보고 이건희씨를 사면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대자보에도 보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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