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크리스마스, 꼭 커플이어야 행복한가요?

동성과 가족과 보내는 이들 많아... 공부나 알바 계획도

등록|2009.12.24 19:47 수정|2009.12.24 21:25

▲ <개그콘서트> 새 코너 '솔로천국 커플지옥'의 한 장면. ⓒ KBS

"크리스마스에는 우박을, 크리스마스에는 폭설을~"

지난 20일 KBS <개그콘서트> 새 프로그램 '솔로천국 커플지옥'에 출연한 한 개그우먼의 대사다. 방송을 통해서지만 현장 방청객들의 웃음소리가 텔레비전을 통해 전해졌다.

한 싱글 커뮤니티 '프렌밀리'가 전국 2219명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싱글 남성 76.92%, 싱글여성 63.75%가 '크리스마스 때 함께 지낼 연인 없이 홀로 보내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솔로를 위한 이벤트 대부분은 결혼정보업체가 주최하는 것으로 '솔로탈출'이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너! 크리스마스인데 솔로로 지낼 거야?'라고 무언의 압박을 주는 느낌이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베푸는 크리스마스인데 왜 솔로들은 '사랑'이 아닌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여기저기서 받는 솔로들, 그들만의 스트레스 탈출,'본격 크리스마스 대처법'을 들어봤다.

이성만 친구냐, 동성도 사랑하는 친구다!

크리스마스는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야 하지만 그 사랑하는 사람이 반드시 '이성'친구여만 하는 법은 없다. '동성' 친구와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한 권누리(23)씨는 "친구들과 함께 친구의 자취집에서 파티를 열기로 했다"며 "아직 파티의 주제를 정하지는 못 했지만 거의 매년 같이 만난 친구들이라서, 뭐할지 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음식을 만들어 볼까 해요"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크리스마스는 왠지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런 그녀에게 중학교 때부터 함께한 친구들은 '사랑'하는 존재들이다.

멕시코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김민선(23)씨는 "크리스마스에 고려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온 제 멕시코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이랑 파티가기로 했다"며 "지난 할로윈에도 이 친구랑 놀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동성친구들이 편하다면서 크리스마스 계획에 들떠 있었다.

몇몇 솔로들에게 크리스마스는 남들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야하는 날이다. 얼마 남지 않은 시험들을 준비하느라 크리스마스에도 공부를 계획 하는 솔로들이 있다.

내년에 있을 회계사 시험인 CPA를 준비하는 이경욱 (22)씨 이제는 크리스마스가 특별하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CPA관련 공부를 하고 저녁에는 동아리 방에서 후배들과 크리스마스 솔로파티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1,2학년 때는 여자랑 약속 못 잡으면 패배감이 들었는데 이제는 괜찮다"며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동아리 사람들이랑 동아리 방에서 파티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10년 행정고시 1차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신혜경(23)씨는 "도서관 문이 열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거고, 문을 닫는다면 집에서 얼마 남지 않은 시험 준비를 할 것"이라며 "크리스마스가 별거냐, 당장의 시험 준비만으로도 벅차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 남대문 시장의 크리스마스 물품을 파는 가게이다.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관련 물품들을 사갔다. ⓒ 김새롬


나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크리스마스가 종교적으로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미국에서도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가족과 지내는 것이 전통이다. 1년간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냈던 김미경(23)씨는 우리나라와 다른 미국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전해주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 전통인 미국과 달리 커플들의 날이 되어버린 한국의 크리스마스가 안타깝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도 가족과 있었다"며 "올해도 가족과 지낼 예정이다, 크리스마스는 커플끼리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가족끼리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에 집 나가면 다 '돈' 이라는 송미리(23)씨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기로 했다. 그는 "연말에다가 공휴일이라는 것 때문에 뭔가 시너지 효과가 생긴 것 같다"며 "사실 우리 같은 솔로 보다는 '커플'을 공략해야 지갑이 열리니깐 당연한 거다, 한명보다는 둘이 더 많이 쓰잖지 않나"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에는 음식점과 카페에 자리 잡기도 힘들다. 평소 보다 일손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상점들도 많고, 기존 아르바이트생들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을 계속 한다.

크리스마스에 아르바이트를 할 예정이라는 유희진(23)씨는 "일요일 빼고 일하는 아르바이트이기 때문에 평소와 같이 아르바이트를 할 예정이다"라며 "크리스마스에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사랑'이 강조되는 날이니 만큼 다른 공휴일과 다르게 연인들이 서로 더 애틋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물질적인 화려함 속에 묻혀서 단순 이벤트가 되어가는 그리고 그렇게 되어버릴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명동, 압구정, 심지어 남대문 시장까지도 크리스마스 캐럴이 거리의 분위기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아름답게 꾸며진 크리스마스트리는 길거리마다 흔하게 보일 정도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듣기 싫다는 솔로들이여! 크리스마스만 되면 괜히 슬퍼지고 스트레스 받는 다는 솔로들이여! 괜한 스트레스도 슬픔도 받지 말자. 동성친구, 가족들 그리고 가장 나를 잘 아는 '나'와 지내는 것도 크리스마스의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