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51)
[우리 말에 마음쓰기 824] '존재 그 자체', '아톰과 같은 존재가 필요' 다듬기
ㄱ. 존재 그 자체가
.. 잠시 들러 가는 다방에서, 남의 사업장에서 공무원이라고 당연히 큰절 받아 가며 죄의식도 없이 손해를 안겨 주며 몰려다닌다. 존재 그 자체가 남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는 강력한 구조 속에서 공익 운운하며 더 나은 자신의 삶을 위하여 노력한다. 그러면 그 길의 끝은 어디인가? .. 《전수일-페놀소동》(작가마을,2008) 193쪽
'잠시(暫時)'는 '잠깐'이나 '얼마쯤'으로 다듬고, "남의 사업장(事業場)에서"는 "남이 일하는 곳에서"로 다듬으며, '당연(當然)히'는 '마땅히'로 다듬습니다. '죄의식(罪意識)'은 그대로 두어도 되고, '잘못했다는 생각'으로 손보아도 됩니다. "강력(强力)한 구조(構造) 속에서"는 "힘있는 얼거리에서"로 손질하고, '운운(云云)하며'는 '떠들며'나 '떠벌이며'로 손질하며, "더 나은 자신의 삶을 위(爲)하여"는 "더 나은 자기 삶을 바라며"나 "자기 삶만 더 나아지기를 바라며"로 손질합니다. '노력(努力)한다'는 '애쓴다'나 '힘쓴다'로 고쳐쓰고, "그 길의 끝은"은 "그 길은 끝이"로 고쳐 줍니다.
┌ 존재 그 자체가
│
│→ 있기만 하여도
│→ 있다는 까닭 하나로
│→ 공무원이라는 이름으로도
└ …
있기 때문에 서로한테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반가우랴 생각합니다. 그이가 있기 때문에 서로한테 안 좋거나 얄궂게 된다면 얼마나 안타까우랴 싶습니다. 서로가 서로한테 반갑고 좋은 사람이 되도록 애쓰고, 서로가 서로한테 못마땅하거나 꺼려지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힘쓸 노릇이라고 봅니다.
책에 쓰이고 우리 이야기로 쓰이면서 언제나 싱그럽고 따스한 말이라면 얼마나 반가우랴 생각합니다. 책에 쓰이건 우리 이야기로 쓰이건 늘 꺼려지며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말이라면 얼마나 안타까우랴 싶습니다.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와 우리 둘레에 다 함께 기쁘고 넉넉할 말이 되도록 애쓰고, 서로가 서로를 북돋우고 어루만질 수 있도록 힘쓸 노릇이라고 봅니다.
우리 삶을 보듬듯 우리 말을 보듬고, 우리 삶터를 아끼듯 우리 말결을 아끼며, 우리 삶자락을 가꾸듯 우리 말자락을 가꿉니다.
ㄴ. 아톰과 같은 존재가 필요
.. 로봇과 인간도 아무리 소통하려 해도 결국은 기계와 인간일 뿐이지요. 그래서 그 둘 사이를 이어 주는 아톰과 같은 존재가 필요했습니다 .. 《데즈카 오사무/하연수 옮김-아톰의 슬픔》(문학동네,2009) 24쪽
'인간(人間)'은 '사람'으로 다듬고, '소통(疏通)하려'는 '만나려'나 '사귀려'나 '어울리려'로 다듬습니다. '결국(結局)은'은 '끝내는'이나 '마침내는'이나 '어쩔 수 없이'로 손질하고, '필요(必要)했습니다'는 '있어야 했습니다'로 손질해 줍니다.
┌ 아톰과 같은 존재가 필요했습니다
│
│→ 아톰과 같은 고리가 있어야 했습니다
│→ 아톰과 같은 이음고리가 있어야 했습니다
│→ 아톰과 같은 다리가 있어야 했습니다
│→ 아톰과 같은 징검다리가 있어야 했습니다
│→ 아톰과 같은 징검돌이 있어야 했습니다
└ …
보기글을 들여다보면 '둘 사이를 이어 주는'이라는 말마디가 있습니다. 그래서 뒤쪽에 나타나는 '존재'란 '고리'나 '다리'나 '줄'이나 '길' 따위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는, 한자말 '존재'가 '고리-다리-줄-길' 같은 낱말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끼어들었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 아톰이 있어야 했습니다
├ 아톰이 꼭 있어야 했습니다
├ 아톰이야말로 반드시 있어야 했습니다
└ …
로봇과 사람을 잇듯, 사람과 사람을 이으며, 사람과 자연을 이어야 합니다. 서로서로 오붓하게 이어지고, 서로서로 따스하게 끈을 맺고, 서로서로 즐겁고 신나게 오갈 다리를 놓아야 합니다.
나 혼자 잘나고 뽐내면 그만인 삶이 아니라, 나와 네가 모두 아름답고 훌륭하고 값있다는 삶일 때 바야흐로 평화입니다. 나 혼자 잘살면 되는 삶이 아니라, 나와 네가 모두 넉넉하고 푸지게 즐길 삶일 때 비로소 민주입니다. 나 혼자 마구 휘저어도 괜찮은 삶이 아니라, 나와 네가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사랑과 믿음을 나누는 삶일 때 시나브로 통일입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평화와 민주와 통일을 아끼고 보듬는 쪽으로 나아가려 한다면, 우리 스스로 우리 말 또한 평화와 민주와 통일이 가득하게끔 아끼고 보듬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 그래서 그 둘 사이를 아톰이 이어 주도록 했습니다
├ 그래서 그 둘 사이를 아톰이 이어 주어야겠다고 보았습니다
├ 그래서 그 둘 사이를 아톰이 잇는 노릇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
알맞고 알차고 알뜰하게 주고받는 말은 나눔입니다. 곧고 싱그러운 흐름이고, 맑고 환한 빛살입니다. 억지스레 틀에 짜맞추는 일이 아닌, 부드럽고 살갑게 어깨동무하는 어우러짐입니다.
그렇지만, 우리한테는 서로를 잇는 튼튼하고 아름다운 다리 노릇을 하는 참된 말이 제힘을 못 내고 있다고 느낍니다. 서로서로 더 높은 울타리를 쌓으면서 돈과 힘과 이름으로뿐 아니라, 말과 글로도 자꾸자꾸 울타리를 높이 올려세우려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사랑 없이 삶이 없고 사랑 없이 말이 없는데, 우리는 사랑이 없어도 삶이며 생각이며 말이 있을 수 있는 줄 잘못 알고 있습니다.
.. 잠시 들러 가는 다방에서, 남의 사업장에서 공무원이라고 당연히 큰절 받아 가며 죄의식도 없이 손해를 안겨 주며 몰려다닌다. 존재 그 자체가 남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는 강력한 구조 속에서 공익 운운하며 더 나은 자신의 삶을 위하여 노력한다. 그러면 그 길의 끝은 어디인가? .. 《전수일-페놀소동》(작가마을,2008) 193쪽
┌ 존재 그 자체가
│
│→ 있기만 하여도
│→ 있다는 까닭 하나로
│→ 공무원이라는 이름으로도
└ …
있기 때문에 서로한테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반가우랴 생각합니다. 그이가 있기 때문에 서로한테 안 좋거나 얄궂게 된다면 얼마나 안타까우랴 싶습니다. 서로가 서로한테 반갑고 좋은 사람이 되도록 애쓰고, 서로가 서로한테 못마땅하거나 꺼려지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힘쓸 노릇이라고 봅니다.
책에 쓰이고 우리 이야기로 쓰이면서 언제나 싱그럽고 따스한 말이라면 얼마나 반가우랴 생각합니다. 책에 쓰이건 우리 이야기로 쓰이건 늘 꺼려지며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말이라면 얼마나 안타까우랴 싶습니다.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와 우리 둘레에 다 함께 기쁘고 넉넉할 말이 되도록 애쓰고, 서로가 서로를 북돋우고 어루만질 수 있도록 힘쓸 노릇이라고 봅니다.
우리 삶을 보듬듯 우리 말을 보듬고, 우리 삶터를 아끼듯 우리 말결을 아끼며, 우리 삶자락을 가꾸듯 우리 말자락을 가꿉니다.
ㄴ. 아톰과 같은 존재가 필요
.. 로봇과 인간도 아무리 소통하려 해도 결국은 기계와 인간일 뿐이지요. 그래서 그 둘 사이를 이어 주는 아톰과 같은 존재가 필요했습니다 .. 《데즈카 오사무/하연수 옮김-아톰의 슬픔》(문학동네,2009) 24쪽
'인간(人間)'은 '사람'으로 다듬고, '소통(疏通)하려'는 '만나려'나 '사귀려'나 '어울리려'로 다듬습니다. '결국(結局)은'은 '끝내는'이나 '마침내는'이나 '어쩔 수 없이'로 손질하고, '필요(必要)했습니다'는 '있어야 했습니다'로 손질해 줍니다.
┌ 아톰과 같은 존재가 필요했습니다
│
│→ 아톰과 같은 고리가 있어야 했습니다
│→ 아톰과 같은 이음고리가 있어야 했습니다
│→ 아톰과 같은 다리가 있어야 했습니다
│→ 아톰과 같은 징검다리가 있어야 했습니다
│→ 아톰과 같은 징검돌이 있어야 했습니다
└ …
보기글을 들여다보면 '둘 사이를 이어 주는'이라는 말마디가 있습니다. 그래서 뒤쪽에 나타나는 '존재'란 '고리'나 '다리'나 '줄'이나 '길' 따위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는, 한자말 '존재'가 '고리-다리-줄-길' 같은 낱말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끼어들었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 아톰이 있어야 했습니다
├ 아톰이 꼭 있어야 했습니다
├ 아톰이야말로 반드시 있어야 했습니다
└ …
로봇과 사람을 잇듯, 사람과 사람을 이으며, 사람과 자연을 이어야 합니다. 서로서로 오붓하게 이어지고, 서로서로 따스하게 끈을 맺고, 서로서로 즐겁고 신나게 오갈 다리를 놓아야 합니다.
나 혼자 잘나고 뽐내면 그만인 삶이 아니라, 나와 네가 모두 아름답고 훌륭하고 값있다는 삶일 때 바야흐로 평화입니다. 나 혼자 잘살면 되는 삶이 아니라, 나와 네가 모두 넉넉하고 푸지게 즐길 삶일 때 비로소 민주입니다. 나 혼자 마구 휘저어도 괜찮은 삶이 아니라, 나와 네가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사랑과 믿음을 나누는 삶일 때 시나브로 통일입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평화와 민주와 통일을 아끼고 보듬는 쪽으로 나아가려 한다면, 우리 스스로 우리 말 또한 평화와 민주와 통일이 가득하게끔 아끼고 보듬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 그래서 그 둘 사이를 아톰이 이어 주도록 했습니다
├ 그래서 그 둘 사이를 아톰이 이어 주어야겠다고 보았습니다
├ 그래서 그 둘 사이를 아톰이 잇는 노릇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
알맞고 알차고 알뜰하게 주고받는 말은 나눔입니다. 곧고 싱그러운 흐름이고, 맑고 환한 빛살입니다. 억지스레 틀에 짜맞추는 일이 아닌, 부드럽고 살갑게 어깨동무하는 어우러짐입니다.
그렇지만, 우리한테는 서로를 잇는 튼튼하고 아름다운 다리 노릇을 하는 참된 말이 제힘을 못 내고 있다고 느낍니다. 서로서로 더 높은 울타리를 쌓으면서 돈과 힘과 이름으로뿐 아니라, 말과 글로도 자꾸자꾸 울타리를 높이 올려세우려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사랑 없이 삶이 없고 사랑 없이 말이 없는데, 우리는 사랑이 없어도 삶이며 생각이며 말이 있을 수 있는 줄 잘못 알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