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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왜 키우냐고?

여전히 '마이너'인 고양이와 살기

등록|2009.12.27 11:06 수정|2009.12.27 11:08
반려묘와 함께 한 지도 어느새 1년이 넘었다. 고양이를 기르다 보니 최근들어 부쩍 높아진 고양이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덕분에 주변에도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제로, 공식적으로 집계된 수치는 없으나 한국고양이협회는 우리나라에서 '사람에게 입양돼 길러지는 고양이'를 약 30만 마리 이상으로 본다고 한다. 애묘인의 수가 늘면서 고양이 관련 인터넷 동호회의 규모도 커졌다. 네이버의 '고양이라서 다행이야(cafe.naver.com/ilovecat)'는 14만 명의 회원을, 싸이월드의 '괴수 고양이(ilovecat.cyworld.com)'은 8만 명이 넘는 회원수를 자랑하고 있다.

여전히 마이너인 고양이 기르기

이런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양이는 주류인 '개'에 비해 '소수'임을, 고양이 용품을 사러 나갈 때마다 실감한다. 일반 대형마트의 동물용품 코너에서는 개를 위한 사료, 간식 및 목욕용품은 수량도 많고 종류도 다양한 반면, 고양이를 위한 용품은 '구색 맞추기'용으로 사료나 캔 등이 몇 가지 있을 뿐이다. 특히 '개 전용 샴푸'는 연령대, 모종에 따라 다양하게 구비된 반면 고양이를 위한 목욕용품은 단 한 종류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반려동물 용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펫 샵'에서도 고양이용품은 수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탓에 애묘인들은 대부분의 용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한다. 다행히 늘어나는 애묘인구에 따라 고양이 전문 온라인 샵들도 많아져 오프라인에서 구하기 어려운 고양이용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용품이 일본, 유럽 등 해외 수입품이라 만만치 않은 가격대다. 또 인터넷 사용에 익숙치 않은 애묘인들에게는 여전히 어려움이 남아있다. 동물병원의 진료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비해 많은 동물병원들이 고양이 진료가 가능해졌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병원들은 개 진료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왜 하필 고양이를 길러?"

그러나 이 정도의 불편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내해야 하는 문제일 수 있다. 정작 반려묘를 기르는 이들이 서러움을 느끼는 것은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다. 실제로 고양이를 키운다고 하면, 귀엽겠다고 관심을 보이거나 부러워하는 반응들도 있는 반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왜 고양이를 길러? 차라리 개를 기르지."
"개는 주인 말도 잘 듣는데, 고양이는 사람도 안 따른다며?"
"고양이는 무서워서…요물 같아."

고양이는 사람을 따르지 않는다, 영악하다는 속설은 이미 많은 애묘인들에 의해 '편견'이라고 반박됐다. 실제로 집고양이들은 자기 이름을 부르면 달려오거나 울음소리로 대답하기도 한다. 반려묘의 개 못지 않은 애교에 푹 빠져 있는 애묘인들도 많다.

고양이의 '품종'에 따라서도 사람들의 시선과 대우는 천차만별이다. 페르시안이나 샴 등 외래종 고양이들은 비싼 값으로 분양되지만, 통칭 '코리안 숏헤어(코숏)'라고 불리는 토종 고양이들의 경우 새끼를 낳아도 데려가려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 무료로 분양 조건을 내걸어도 분양이 쉽지 않을 정도다. 이들 고양이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해 '떠돌이 고양이'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사람의 손에서 길러지다가 유기돼 보호소 신세를 지는 고양이들 중 대다수가 혈통 없는 '코숏'들이다. 특히 이들 혈통 없는 고양이들은 외견상 '길고양이'들과 차이가 없어 외출 중 지나가는 사람에게 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고양이, 언제부터 '도둑'이 됐을까

과연 우리 사회는 원래부터 고양이를 백안시했을까? 김홍도 등 유명한 조선시대 민화 작가들은 고양이를 단골 소재로 삼아 그렸다. 그것도 '무서운 요물'로가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럽고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모습으로 말이다. 화재(和齎) 변상벽은 '변고양이'라는 별명을 얻을만큼 고양이를 전문으로 그렸다. 우리의 옛 농촌에서는 쥐들로부터 곡식을 보호하기 위해 집집마다 고양이를 길렀다. 조선 19대 왕 숙종은 부왕의 릉에 참배를 갔다 발견한 고양이 '금손(金孫)'이를 지극히 사랑해, 항상 곁에 두고 쓰다듬으며 정사를 보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렇게 과거 농경 사회에서 사랑받던 고양이들은 도시화에 따라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고, 사람이 먹고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며 살아가는 모습에 '도둑'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결국 사람의 필요에 의해 소비되고, 필요가 없어지자 골칫덩이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런 고양이들이 다시금 '붐'을 맞고 있다고 한다. 고양이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고, 애묘인들의 수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애묘인은 '스타일리시하고, 귀여운' 고양이가 좋아서 무턱대고 입양했다가 생각과는 다른 모습에 파양하기도 한다. 고양이 자체에 대한 애정이 아닌, 고양이의 '이미지'만을 좋아해서 생기는 불상사다. 이런 무분별한 분양을 막기 위해 애묘인들은 분양자와 입양자의 신분을 공개하며, 미성년자의 고양이 입양을 금지하기도 한다.

▲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려치면 놀아달라고 드러눕는 고양이. 동물을 기른다는 것은 얼마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 박예슬


하나의 생명으로, 편견없는 시선으로 대해야

고양이라면 '도둑', '요물'이라고 생각해 무조건 혐오하거나, '예쁘고 고급스러운' 고양이의 이미지만 선호하는 것 모두 생명체에 대한 올바른 태도가 아닐 것이다. 고양이는 무서운 괴물도, 귀여운 인형도 아니다. 고양이 역시 개와 마찬가지로 본능에 따라 살아가는 많은 동물 중 하나일 뿐이다. 품종에 따라 사람이 매기는 '값'에 따라 그네들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도 당연히 아니다. 그네들의 외모나 혈통을 고려하지 않는 순수한 생명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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