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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는 부모의 거울

등록|2009.12.27 11:25 수정|2009.12.27 11:25
 나이 마흔에 혼인을 했습니다. 그래서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대학생 아이들을 두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렸을 적의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주기 위해 나름대로 꽤 노력을 한 편이지만, 아빠의 뜻을 잘 따라준 아이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큽니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좀더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다. '오체투지 순례기도'와 '용산미사'에 아이들과 함께 여러 번 참여하였습니다. 아빠가 오체투지 순례기도와 용산미사에 참례할 계획을 미리 말하고 함께해 주기를 원하면 거의 매번 순순히 따라준 아이들이 얼마나 기특하고 고마운지 모릅니다.

오체투지 순례기도 첫 참여지난해 10월 25일 충남 논산시 상월면을 지나는 1차 오체투지 순례기도에 처음 참여했을 때의 내 아이들의 모습 ⓒ 지요하


지난 11월, 꼬박 한 달 동안 노친께서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해 계실 때는 아이들 덕을 많이 보았습니다. 늦게 혼인하여 늦게 자식들을 본 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교대로 할머니의 병실을 지켜주었습니다. 할머니를 정성스럽게 보살피는 아이들을 보면서 병실의 다른 환자들과 보호자들과 간병인 모두 몹시 부러워할 정도였습니다.

특히 4학년인 딸아이가 지난 5월 한 달 동안의 '교생실습' 관계로 발생한 수업 결손을 내년에 보충하기 위해 올해 2학기 휴학을 한 덕을 많이 보았습니다. 마치 할머니의 입원을 미리 알고 딸아이가 휴학을 한 것 같은 형국이었으니까요.
   
서울성모병원에 가서 딸아이와 교대를 할 적마다 기특하고 고마운 마음이곤 했는데, 한번은 딸아이의 초등학교 5년 시절 일 한가지가 떠오르더군요.

지난 여름의 용산미사 참례아빠와 함께 여러 번 '용산미사'에 참례해주고 있는 아이들이 기특하고 고맙다. 지난 7월 31일의 모습이다. ⓒ 지요하


연립주택에서 살 때였는데, 매일 새벽 날이 샐 무렵 동네를 한바퀴 돌며 수동식 가로등과 방범등들을 끄는 일이 내 중요한 아침 일과였습니다. 한번은 아침 일찍 일어난 딸아이가 아빠를 따라 다니며 아빠의 모습을 눈여겨보더군요.

얼마 후 '태안화력본부'에서 실시한 전기 절약에 관한 글짓기 공모에 뽑혔다며 아이가 활자화된 글을 내놓기에 읽어본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글 중에는 "아빠가 매일 아침에 끄는 하루 6개씩의 등을 일년으로 계산하면 2천1백90개의 등을 끄는 셈인데, 아빠는 그 일을 5년 동안 해오고 있다"는 말이 적혀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별것도 아닌 일이 어린 딸아이의 작문 소재가 되었다는 사실에서 뿌듯한 보람을 느끼면서,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지요.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천주교 대전교구 <대전주보> 12월 27일치 '지요하와 함께 보는 믿음살이 풍경' 난에 열두 번째로 실린 글입니다. 재미있는 내용이어서 여기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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