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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출판전문가가 말하는 '88만원 세대 생존법'

한기호가 쓴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등록|2009.12.27 20:54 수정|2009.12.27 20:54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횟수보다 인터넷 서점에서 장바구니에 담아 배송되기를 기다리는 횟수가 많아지는 요즘, 책 제목은 그 책 운명을 결정하는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증된 저자이거나 전공서가 아니면, 책장을 넘겨가며 내용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출판사 알바생들이 올린 서평이나 출판사 리뷰, 그리고 몇 가지 문구들에 이끌려 책을 고르게 된다. 별표만 믿고 주문했다가 마음만 상하고 장식품으로 전락하는 책들도 많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제목이 가장 아쉽다. 책 소개에 나온 것처럼 '출판평론가이자 마케터로 28년간 출판 현장을 누빈' 저자가 붙인 제목치고는 책 내용의 우수성과 깊이에 비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제목을 붙어놓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절로 든다. 출판업계에 오래 몸담은 저자의 경력을 다시 확인하고는 고도의 판매전략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로 제목에 비해 내용이 깊다.

제목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거창한 제목에 비해 허술하기 짝이 없는 자기 계발서나 저자는 잘하고 사는지 궁금해지는 처세술, 뻔한 교훈을 목표로 하는 지겨운 우화집들쪽으로 분류하기 딱 좋을 것 같다. '질문력', '코멘트력' 등의 이름을 붙인 자기계발서처럼 느껴지니깐 말이다.

그러나 '88만원 세대에게 전하는 한기호의 자기 생존 솔루션'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어쭙잖은 잔소리들을 늘어 놓는 책들과는 단연 구별된다.

현재 20대가 처한 시대를 분석하고, 나름의 생존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활동을 보여주며 이 책은 마무리 한다. 형식만 본다면 별로 특별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이 풀어가는 방식은 아주 독특하다. 시대를 분석하는 방식이 출판된 책들을 소개하면서 그 책들을 절묘하게 '편집'해 가면서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이 많은 책을 다 읽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만큼 한 장에 소개되는 책 수도 많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리고 도대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기에 다양한 책들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내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에 맞추어 이리도 잘 배치해 낼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저자는 20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컨셉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한 지식의 습득을 넘어서, 지식의 편집을 통해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 바로 '컨셉력'이 필요하다. 컨셉력이란 무엇인가? 간단하게 말하면 편집을 잘하는 힘이다. 야마나시 히로카즈는 편집이란 '일정한 방침하에서 정보와 다양한 소재를 모으고 정보와 정보, 물건과 물건의 관계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짜 맞춤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소재를 조합해서 각각의 소재의 가치를 끌어내면서, 그 조합을 통해 더욱 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전혀 다른 분야의 아이템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만들어 내는 것, 서로 다른 학문 분야의 지식을 조합해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내는 것, 연예인이 자기를 PR하기 위해 춤, 노래, 패션 등에 한가지 컨셉을 주어 자기만의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컨셉력이고 독보적이고 유일한 것을 만드는 방법인 것이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1. 일주일에 책 한권을 읽어라
2. 일주일에 한 번 서점에 들러 직접 책을 골라라
3. 알파 블로거가 되라
4. 책을 펴내겠다는 각오로 글을 써라
5. 모든 컨셉을 한문장으로 요약하는 훈련을 하라.
6.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얼핏 보면 책소개서라고 보일 정도로 많은 책들이 담겨져 있다. 거칠게 요약낸다면 결론은 독서를 많이 하라는 것이다. 천번 만번 들어봤을 이 잔소리가 아주 새로운 것으로 느껴지고,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독서가 갖는 힘을 저자가 몸소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온 우주의 기운을 받아 간절히 기도하고 생생하게 꿈꾸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 같은 뜬 구름 잡는 이야기들과 달리, 앞이 보이지 않고,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20대들에게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정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20대들은 한없이 슬프다. 그들 앞에 붙는 수식어들 중에 파격적이거나 진취적인 것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공포스러워 몸을 움추릴 수밖에 없기까지 하다.

그들에게 이 책은 자기 삶의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제시된 방법을 꼭 실천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된 수 많은 책들을 보면, 자신이 읽은 책이 얼마나 적은지 느끼게 되니, 지적 오만함과 허영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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