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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연금술사' 루오전에 가다

등록|2009.12.28 10:29 수정|2009.12.28 10:29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는 20세기 전반에 마티스와 피카소를 뛰어넘는 당대 최고의 작가로 인정받았던 루오전이 열리고 있다. 피카소나 르느와르, 마티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분하며 대중적이고도 종교적인 주제를 많이 다룬 루오는 우리에게 그 강렬한 색채와 종교적인 모습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그의 작품세계를 만나기 위해 함박눈이 내리던 지난 27일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이번 전시회는 특히 그동안 프랑스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 14점과 해외에서는 최초로 공개되는 70점 등 168점의 걸작을 한자리에 모은 것에 더 의의가 있다고 한다. 전시장은 '서커스' '미완성작품' '미제레레' '후기작' 이렇게 4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그의 대표작인 '견습공' '퍼레이드' '부상당한 광대' '팔을 들고 있는 누드' '서커스 소녀' '뒷모습의 누드' '그리스도의 얼굴' 그리고 스테인레스 글라스인 '기둥에 묶인 그리스도' 등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1925년에 완성한 '견습공'은 루오 자신의 자화상이라고 한다. 그가 이 작품을 완성한 해에는 이미 성공한 화가였지만 자신의 과거 견습공 시절을 회상하듯 서민적이고도 평범한 모습이 강조되어 있었다.


견습공 1925년 완성된 이작품은 루오의 자화상이다. ⓒ 송춘희



'퍼레이드'라는 작품에서는 찡그린 얼굴을 가진 서커스 단원들의 모습을 통해서 고통이나 애환을 그려내고 있었으며 그중에서 특히 붉은 색이 강조된 것이 특이하였다. '서커스 소녀'에서는 서커스 소녀가 공중에 있지 않고 땅에 발을 붙이고 안정적인 자세로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서커스 소녀라면 공중에 떠서 불안한 자세로 있는 것이 정상일 텐데 루오는 다른 작품에서도 안정적으로 다리를 땅에 붙인 소녀만 그렸다고 한다. 사실 루오가 어렸을 적에 서커스 소녀에게서 아주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이 이 작품을 그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가슴에 꽉 끼는 옷을 입은 소녀는 무척이나 불편해 보이는 복장이었지만 찡그리거나 분노하는 얼굴보다는 그냥 자신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담담한 모습이었다.

뒷모습의 누드 1919~1929년 종이를 덧댄 캔버스에 유채,잉크, 파슈 ⓒ 송춘희





팔을 들고 있는 누드 1945~1952년사이 종이를 덧댄 캔버스에 유채,잉크 파스텔및 과슈 ⓒ 송춘희





서커스 소녀 1939년에서 1949년 사이에 그려진 그림으로 세계최초로 소개되는 14점 중의 하나 ⓒ 송춘희



세 번째 섹션인 '미제레레'는 1912년 어버지의 죽음을 겪은 루오가 그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판화들이라고 한다. 미제레레에 소개된 '하느님 당신의 사랑으로 불쌍히 여기소서'의 그림에서와 같이 루오의 삶의 저변에 깔린 뜨거운 인간애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스도의 얼굴 총 58점인 루오의 판화연작 중 하나 ⓒ 송춘희



그의 후기작 중 스테인드 글라스 '기둥에 묶인 그리스도'는 1939년에 그린 밑그림을 바탕으로 1941년에 완성된 작품이라고 한다. 1885년 스테인드 글라스의 장인 마리우스 타모니 공방에 견습공으로 들어가면서 루오가 공방에서 한 일은 밑그림을 그리고 납을 조합하는 일이었다. 스테인드 글라스 공방의 세계를 알게 된 것은 루오에게 매우 강한 인상을 주었으며 이는 견습공이라는 제목의 자화상이나 그의 작품 속에서 스테인드글라스의 납 테두리를 연상시키는 검은 윤곽선으로 표현되었다고 한다. 

기둥에 묶인 그리스도 스테인드 글라스 1939년~1941년 ⓒ 송춘희




루오의 그림을 감상하는 관람객들 루오의 그림을 즐겁게 감상하는 사람들 ⓒ 송춘희



마장동에서 이번 전시회를 찾은 권아리나씨는 "우리에게 친숙하지는 않지만 루오의 작품에서 두꺼운 검은 선이 매우 강렬한 인상을 주었으며 일반적인 서양화가들에게서 느낄 수 없던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밝고 화사한 색채보다는 강하고 힘찬 터치를 통해 우리에게 뜨거운 인간애를 보여주었던 색채의 연금술사 루오! 저물어 가는 한 해와 다가오는 새해를 맞으며 힘찬 그의 연금술의 세계로 문화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전시장소;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전시 일정; 2009년 12월15일~2010년 3월28일까지

전시문의; 02)585-9991 홈페이지 www.rouaul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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