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양말 꿰매 신는 아이들, 왜?
"공을 차니 양말이 자꾸 빵꾸가 나요"
▲ 구멍 난 아이들 양말. ⓒ 임현철
없던 시절에 즐겨 부르던 노래입니다.
내 양말 빵구났네~
빵구 난 내 양말
빵구가 안 난 것은
내 양말 아니네~
지난 크리스마스, 부모님 댁에서 아들 녀석 발을 보았더니 엄지발가락이 튀어 나와 있었습니다. 물질이 풍요로운 요즘에도 구멍 난 양말을 신었더군요.
"요즘에도 빵꾸난 양말을 신네. 너무 재밌다!"
"빵꾸난 양말을 신었네?"
"아빠, 동생 양말은 빵꾸가 많이 났어요."
다른 데는 멀쩡해 버리기가 아깝지만 아낄 줄 아는 게 먼저였습니다. 하지만 구멍이 너무 커 꿰매 신기도 뭐할 정도였습니다. 부모님도 한 말씀 하시더군요.
"요즘에도 빵꾸난 양말을 신네. 옛날이야 물건이 귀하고 비싸 기워 신었지만 지금은 싸고 많은데 뭐 하러 천덕꾸러기 같이 이런 걸 신어? 그래도 너무 재밌다."
그렇습니다. 요즘은 황토양말, 녹차양말 등 기능성 양말까지 나왔습니다. 천원에 두 개 하는 양말도 많습니다. 그런데 구멍 난 양말을 신다니 내심 우스웠습니다.
"공을 차니 양말이 자꾸 빵꾸가 나요."
▲ 딸아이가 꿰맨 양말. ⓒ 임현철
집에서 아이들 양말을 살폈습니다. 많은 양말 중, 구멍 난 양말은 4개더군요. 엄지발가락이 헤진 양말 1개, 꿰맨 양말 1개였습니다. 빨래를 개다 구멍 난 양말을 보면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더군요.
"너 빵구난 양말이 꽤 되네. 왜 빵꾸가 난 거야."
"공을 차니 양말이 자꾸 빵꾸가 나요. 발가락에 힘을 줘야 하거든요."
오호라, 원인은 축구였습니다. 아내가 종종 아이들 양말 꿰매는 걸 보았던 지라, 그걸 생각하고 물었습니다.
"이 양말, 누가 꿰맨 거야?"
"아빠, 그건 제가 꿰맸어요. 엄마가 하는 걸 봤거든요. 그래서 저도 한 번 해봤어요."
엉뚱하게 초등 5학년 딸아이가 나섰습니다. 언제 바느질을 했을까 싶었습니다. 양말을 뒤집어 꿰맨 흔적이 아니라 그대로 꿰맨 흔적이었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나섰습니다.
"양말을 몇 번 꿰맸더니 아들이 불편하대요. 그래서 지금은 버리는데 그런데도 빵꾸난 양말이 많았군요. 이제 아이들도 아끼는 걸 알았으니 빵꾸난 양말은 버려요."
버리려고 했더니, 아들이 한 마디 했습니다.
"아빠, 버리지 마세요. 공차고 나면 또 빵꾸나는 걸요. 제가 몇 번 더 신고 버릴게요."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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