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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용 탈락 교수 6명 "대학은 사유물이 아니다"

창신대교수협의회 28일 기자회견... "교육과학기술부와 비리 대학 공생관계"

등록|2009.12.28 12:15 수정|2009.12.28 12:15
"강병도 총장은 우리 6인의 정신과 의지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교육자의 양심과 사명을 어깨에 걸고 시작한 싸움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탄압이 거세질수록, 우리의 의지와 사명감은 더욱 선명하고 치열해지고 있음을 상기하라.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님이 그랬던 것처럼 온갖 모욕과 고통을 준다 해도 대학이 바로 설 수 있다면 우리는 끝까지 그 길을 갈 것이다. 대학의 민주화를 염원하며."

'재임용 탈락'한 창신대 교수들이 학교 민주화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창신대교수협의회(회장 이병희)는 28일 오전 창신대 정문 앞 사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다짐했다.

▲ 창신대교수협의회는 28일 오전 창신대 정문 앞 사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임용 탈락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 윤성효


창신대에서는 2006년부터 2009년 12월까지 모두 8명의 교수들이 재임용 거부되었다. 마지막으로 조형래 교수(건축과)가 성탄절 하루 전날 재임용 탈락 통보를 받았다. 재임용 탈락 교수들은 모두 교수협의회 소속이었는데, 최근 2명이 생활고 등의 이유로 대학 측과 체불임금 보상 등에 합의하면서 교수협의회를 탈퇴했다.

대학 측이 이들 교수들을 상대로 법원에 냈던 '출입금지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각종 집회는 교문 밖 20m에서만 가능하게 되었다. 이에 교수들은 대학 안에서 기자회견을 열지 못하고 정문 앞 사거리에서 열었다.

조형래 교수는 "사학 비리 척결을 내걸고 교수협의회가 만들어진 때는 2004년이었고, 이후 재임용 심사 대상은 60~70여 명이었는데 유독 8명만 탈락했고, 그들은 모두 교수협의회 소속"이라며 "재임용 심사가 객관적이지 않고, 온갖 탄압을 통해 교수들을 강단에서 내쫓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병희 교수는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만 재임용 탈락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학교 발전과 대학 민주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대학을 바로 세우기 위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학의 비리와 부정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뒤에서 돌봐준다고 본다. 이런 문제는 창신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사학 비리가 만연해 있다"면서 "내년에는 비리 대학과 교육과학기술부의 공생 관계를 끊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창신대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8명은 2006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 사진은 창신대교수협의회가 28일 오전 창신대 정문 앞 사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 윤성효


"창신대학은 강병도 총장의 사유물이 아니다"

창신대교수협의회는 "2009년의 투쟁을 마무리하며, 창신대학의 이성 회복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창신대학은 강병도 총장의 사유물이 아니다. 강병도 총장은 19년째 총장을 독차지한 것도 모자라, 지금은 그의 아들이 부총장의 자리에까지 올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의 재산인 대학이 한 집안의 상속물처럼 취급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면서 "창신대학에서 일어난 5년간의 싸움은 이념이나 권력(때문)이 결코 아니다. 우리 시대가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민주주의와 인권을 찾고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한 상식적인 투쟁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또 교수들은 "지금이라도 상식과 양심이 통하는 창신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선언만 이루어진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면서 "그러나 오늘의 이 목소리마저 외면하면서 불필요한 싸움을 계속하겠다면 우리로서도 물러설 하등의 이유가 없다. 사필귀정의 신념으로 굳게 믿고 정의가 바로 설 때까지, 최후의 1인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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