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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정신 먹칠 사면, 국제사회 비웃음 살 것"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비판 논평 내... 시민사회단체도 부글부글

등록|2009.12.29 14:28 수정|2009.12.29 14:28
이명박 정부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과 특별복권시키기로 한 것과 관련 각계의 비판이 들끓고 있다.

법무부는 29일 "이건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대한 특별사면과 특별복권을 12월 31일자로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이 전 희장은 지난 8월 서울고등법원의 파기환송심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한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의 형이 확정됐다.

사면 조치와 관련 법무부는 "현재 정지 중인 이건희 IOC 위원의 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줌으로써, 범국민적 염원인 2018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위한 보다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또 "이 위원 사면을 바라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강원도민, 체육계 및 경제계 등 각계각층의 청원을 반영하는 한편,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이번 조치를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가진 자에 관대하고 없는 자에 가혹한 이명박 정권"

이 전 회장 사면 소식이 전해지자,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정부는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국익을 최우선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사면이 국민의 염원을 수용한 것이라고 볼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면서 "가진 자에 관대하고 없는 자에 가혹한 이명박 정권"이라고 혹평했다.

노 대변인은 "지난 2년간 모든 정책에서 부자와 대기업을 최우선으로 해온 이명박 정권이 또 한번 대기업의 이해를 반영했다"면서 "정부는 제발 이건희 삼성 전 회장에게 보인 애정과 관심의 백분지일이라도 용산참사 유가족에게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정부가 이 전 회장을 사면함에 따라, 앞으로 재벌총수가 자신의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기 위해 수백억대의 배임행위와 조세포탈을 저질러도 138일만 지나면 면죄가 된다는 공식이 만들어졌다"면서 "대한민국 법치가 사망했음을 선언한다"고 성토했다.

우 대변인은 "이번 사면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법치가 거짓말에 불과하며, 재벌과 부자들은 치외법권 지대에 살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국민들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 전 회장을 사면한다는 앙상한 논리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림픽 정신에 먹칠하는 사면은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살 것"

양심수 사면과 이 전 회장 사면 반대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비리 범죄자를 8월14일 확정판결이 단 뒤 5개월도 안 돼 사면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면권 남용"이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결국 정권의 도덕성에 이어 사회정의마저 허물어 버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권 명예회장은 "지금 당장 사면해야 할 사람들은 억울하게 갇혀 있는 양심수들"이라면서 "이건희씨 사면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들과 누리꾼들도 이 전 회장 사면에 비판 섞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에 거주하는 박지원씨는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명분으로  비열한 범죄를 저지른 기업인을 사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올림픽 정신에 먹칠을 하는 이번 사면은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살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음 아고라 자유토론방에 글을 올린 '유유자적'이란 누리꾼은 "사익을 채우기 위해 수많은 주주들에게 손실을 입히고, 세금을 떼어 먹은 중죄인을 집행유예기간의1/10도 지나지 않아 사면이라니"라며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을 들었다는 이유로, 법에 보장돼 있는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감옥에 쳐 넣으면서 강조했던 법과 원친인가"라고 힐난했다.

한편 한나라당 대변인실 관계자는 오전 11시36분께 '이건희 전 회장 사면 관련 논평이 나왔느냐'고 기자가 묻자 "나온 것이 없고, 아직까진 브리핑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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