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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이를 위한 관심이었을까?

<파랑치타가 달려간다>

등록|2009.12.29 17:00 수정|2009.12.29 17:00

파랑치타가 달려간다2009년 블루픽션 수상작 ⓒ 비룡소



이제 막 감옥을 탈출한 아들아이를 또 다른 감옥에 가두려는 엄마인 나는 나름대로 변명거리를 잔뜩 지니고 있다. 학력과 돈이 또 다른 신분이 된 현대사회에서 최소한의 학력은 갖추어야 한다는 것, 제 앞가림을 위한 최소한의 밥벌이를 위해 사회가 요구하는 최저선은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 등이 나름대로 내세운 변명이다.

학도넷(학교도서관네트워크) 후원의 밤에 가서 받은 제 3회 불루픽션 수상작인 <파랑치타가 달려간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성세대의 전형인 내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교육학을 전공하고 기간제 교사, 출판사 편집자, NGO 활동가, 소극장 기확자 등 다양한 경력을 쌓은 뒤 소설가로 데뷔한 저자는 A여고 문예창작과에서 소설 창작 강의를 하면서 '십대'에 매료되었고 조카 네 명이 모두 청소년이 되면서 십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머릿속에서 좌충우돌하던 아이들 모습이 손가락 끝을 타고 형상화되면서 질주하듯 이야기속으로 모여들어 이미지를 탄생시켰으며 그것이 바로 블루픽션상을 수상한 <파랑치타가 달려간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글을 쓰는 내내 행복했을 것 같다. 아이들과 교감하며 그들만의 언어로 그들만의 순정한 세상을 맛 본 기쁨이 상 못지 않게 컸을 테니 말이다.

<파랑치타가 달려간다>는 질풍노도의 시기, 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을 살아내야만 하는 중학생에서 고등학생 또래인 십대 청소년들 이야기다. 자녀 뜻과는 상관없이 수시로 새아버지를 맞아들이고 이별하기를 반복하는 엄마를 둔 가출 소녀 아미, 세 번째 새엄마를 들여 네 번째 가출을 해야만 했던 강호, 엄마 계획표대로 로봇처럼 길들여져 최고를 강요받는 도윤, 시민운동을 하는 부모를 둔 가운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지도와 당당하게 맞서 싸우다 자퇴를 결정한 이경,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자퇴를 하고 방황하는 건우 등 이 시대 청소년들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 보여준다.

어른들 염려와는 달리 나름대로 힘겨운 상황에서도 청소년들 정신은 밝고 건강하다. 그들을 문제아로 낙인찍고 도외시하는 것은 어른들의 비뚤어진 시각일 뿐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폭주하면서, 클럽에서 가슴에 쌓인 응어리들을 분출하면서 기성세대가 요구하는 규율과 타성 안에서 살아남으려는 청소년들 몸부림은 고뇌의 단면만을 보려는 어른들 시각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다. 그저 공부를 열심히 하고 경쟁에서 남을 열심히 제쳐 일류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진정 아이를 위한 관심이었을까?

입버릇처럼 우선 대학에 붙고 나서 생각하라며 십대가 지닌 수많은 꿈의 날개를 꺾어 버린
나를 비롯한 기성세대는 보이지 않는 폭력을 행사하며 창살 없는 감옥에 아이들을 유폐시키고 감시하는 감시관에 다름이 아니다.

달리는 파랑치타는 허락받지 못한 고등학교 록밴드부 명칭이다. 그러나 학생들을 이해하고 학생들 편이 되어 준 김세욱 선생님의 노력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공연을 홍대 앞에서 한다. 결말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편견과 벽이 얼마나 강하고 단단한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 범생이 이도윤과 문제아 주강호가 십대 감성으로 하나 될 수 있던 밴드 달리는 파랑 치타가 계속 달릴수 있을지 멈출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책을 덮으며 물밀 듯 밀려드는 슬픔 비슷한 감정을 추스르느라 조금 힘이 들겠지만  책을 읽은 모두가 생각의 늪 속에 빠져들어 자신을 되돌아 볼 것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이 슬픔을 알랑가 모르겄어요......

드럼과 베이스도 끼어들어 연주에 합세했다. 제대로 연습한 적이 없어 코드가 틀리기도 했지만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이 순간 모두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밴드부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이것이 마지막 공연이 될지도 몰랐다. 어른들이 원치 않는 일을 하며 십대를 살아가기는 너무도 어려운 일이니까. 그러나 지금, 이 시간을 즐길 권리는 누구도 빼앗을 수 없었다. 수없이 부딪치고 저항하며 열정을 쏟아 만들어 낸 시간을 우리는 즐겨야 했다.
달리는 파랑 치타는 공연의 끝을 향해 미친 듯 질주하고 있었다. -책 내용 중-
덧붙이는 글 <파랑치타가 달려간다>는 제 3회 블루픽션 수상작인 박선희 장편소설로 비룡소에서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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