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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국회의장은 청와대 향해 목소리 높여야

등록|2009.12.30 12:21 수정|2009.12.30 12:21
4대강을 살리겠다고 했는데 4대강 예산 때문에 여의도는 꽁꽁 얼어붙었다. 세밑 한파가 온몸을 얼어붙게 하는 것도 견디기 힘든 서민들에게 권력자들은 자기 생각만 밀어붙이고 있다. 4대강 예산이 여의도를 꽁꽁 얼어붙게 한 첫 책임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청와대이고, 그 다음이 한나라당이다. 물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그럼 이 한파를 녹일 불은 누가 지펴야 하는가. 청와대다. 그리고 의석수 169명인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청와대 훈령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야당과 타협을 시도해야 한다. 이 타협을 이끌 중재자는 바로 김형오 국회의장이다.

하지만 김형오 국회의장은 여야가 합의하라고만 할 뿐 타협을 위한 중재에는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여야가 공동선언하자"거나 "연내에 예산안이 통과시키지 못하면 국회의장과 여야지도부가 공동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4대강 때문에 꽁꽁얼어붙은 여의도를 보면서 3년 전 국회 본회의장이 떠오른다. 3년 전 2006년 11월 국회 본회의장은 한나라당이 점거했다. 점거 이유는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에 임명동의안 처리 반대였다. 반대 이유는 겉으로는 지명 절차 문제였지만 안으로는 전효숙 후보자가 양심적 병역거부와 지문날인 따위에서 진보성향 결정을 내리거나, 신행정수도 이전에서 참여정부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자격을 문제 삼았다.

▲ 2006년 11월 한나라당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 반대를 위해 국회본회의장 의장석을 검거하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당시 본회의장 점거를 진두지휘한 사람은 바로 한나라당 원내 대표였던 김형오 국회의장이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과 보좌관들에게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단상을 점검해서 농성을 하고 있다"며 "우리 행동은 성스러운 성전에 가까운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일이 내일로 끝날지 한달이 갈지 두달이 갈지 모른다, 우리 마음 먹기 달렸다"며 "한나라당에서 뭘 하더라도 하루, 이틀 하고 그만 둔다는 소리는 좋지 못하다, 전효숙씨 문제는 어떤 타협도 있을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마이뉴스> "'전효숙 임명' 꿈도 꾸지 말라" -2006.11.14)



열린우리당은 표결처리를 주장했지만 김 원내대표는 전효숙을 헌법재판소장에 임명하는 것을 절대 반대하면서 타협은 없다고 선언한 것이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지명한지 석 달만인 11월 27일 지명을 철회했다. 그때 한나라당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면서 국회를 석 달 동안 마비시켰다.

그런데 국회 마비 중심에 섰던 김형오 원내대표가 이제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 되고, 소속 정당이었던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되자 미디어업을 직권상정했다.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 처리 과정이 문제가 있다고 결정했지만 귀를 닫았다. 그리고 이번 4대강 예산도  "충분한 토론 후 여야합의가 안 되면 표결처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야당 원내대표로 있어면서 절대 반대와 타협불과를 외쳤으면서 이제와서 타협을 강조하고 있다. 야당 원내대표 때 절대반대와 타협불과를 외쳤다고 해서 타협을 말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타협을 말해야 한다. 민주주의 절대반대가 아니라 타협을 통해 발전한다.

문제는 타협을 위해서는 양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4대강 예산에서 양보는 청와대가 먼저 해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대운하가 아니라고 말만 할 뿐, 민주당이 대운하로 가는 길목이라고 하는 예산은 양보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이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 김형오 국회의장이 나서서 청와대를 압박해야 한다.

김형오 의장은 청와대를 향해 야당이 대운하로 가는 길목이라고 하는 예산에 대해 양보하라고 목소리를 높일 때 얼어붙은 여의도가 녹을 수 있다. 전효숙 헌법재판장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던 그 결기 절반 만이라도 청와대를 향해 외쳐라. 그럼 여의도는 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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