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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살 노동자, 민노총 위원장 선거 출마 선언한 이유?

민주노총 부산본부 상근자 정승호씨...사무총장 후보 러닝메이트 구해

등록|2009.12.31 17:41 수정|2009.12.31 17:41
"총연맹 위원장은 '무슨 정파 소속(혹은 그와 친한) 대의원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가'로 당선이 결정되는 현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파의 추대를 받지 않은 후보는 당선되기 어렵다. 그러한 구조에 작은 파도라도 치게 하고 싶다."

33살의 젊은 노동자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채용상근자인 정승호(33, 부산일반노조)씨는 31일 언론사에 배포한 "민주노총 사무총장 후보 런닝메이트를 구합니다"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 정승호씨는 오는 1월 28일 뽑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 민주노총 부산본부


민주노총 위원장․사무총장 선거는 오는 1월 28일 대의원들에 의해 선출된다. 민주노총은 오는 1월 4~9일 사이 후보 등록을 받을 예정이다. 아직 민주노총 위원장․사무총장 후보군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속에, 대의원을 1명 낼까 말까하는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의 조직인 부산일반노조 조합원이 위원장 출마를 선언해 관심을 끈다.

노동계 '정파'부터 지적했다. 그는 "노동운동진영에서 정파에 대한 얘기들은 언제나 끊이지 않는다"면서 "누구는 정파등록제를 해야한다하고, 누구는 정파를 없애야 한다고도 한다. 저는 정파라는 것은 운동의 역사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파운동의 한계를 지적한 그는 "자기반성·성찰을 멈추고 있는 점"과 "선거조직으로 전락한 듯한 정파의 모습", "패권 의식으로 이어지는 배타성"을 설명했다. 정승호씨는 "자기 정파의 주장만 옳고 그 외의 주장은 그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운동을 정체시키는 가장 빠른 길"이라며 "승자독식구조의 선거제도에다가 설상가상 정파조직의 '패권 의식'은 민주노조를 점점 '정체의 빠른 길'로 몰아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노조운동 20년, 민주노총 14년을 넘었다. 일반 사회에서도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현실적인 문제들과 노련한(?) 경험 등으로 인해 관성화되기 십상이다"며 "민주노총도 마찬가지다. 그 속에서 세포처럼 움직이는 활동가들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부터 민주노총에서 관성화에 대한 비판이 표면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씨는 "노동운동의 역사가 깊어갈수록 활동가들과 간부들의 나이도 많아진다"며 "관료제와 위계제가 확립된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아닐지 몰라도, 노동이 해방된 평등세상을 희망하는 민주노총에서는 위계질서와 권위주의는 철저한 혁파의 대상입니다. 민주노조는 철저하게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계급 전체를 위한 조직으로"

'계급성'이 사라지고 '여성성'이 처음부터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직된 노동자들을 위한 임․단협 문제로는 파업을 단행했지만, 미조직된 저임금노동자들을 위한 최저임금 문제로는 파업을 단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노총의 몇몇 치욕스러운 역사는 '처음부터 없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며 "노동운동 내에서 여성 의제는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되어 온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승호씨는 "노동자계급 전체를 위한 조직으로"와 "학습하는 노동자, 복원되는 계급성", "'비정규직 철폐 투쟁'이라는 구호", "중앙위원, 대의원 비정규직 50% 할당제", "예산과 인력의 절반을 미조직․비정규 사업으로", "우리 사업장의 비정규직부터 철폐" 등을 제시했다.

위원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자 주변에서 우려를 표명했다고 그는 밝혔다.

정승호씨는 "농담으로 여긴 분들도 다수다. 저는 '특정 정파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고, 대공장 출신도 아니고, 이제 겨우 33살 밖에 안 된 젊은이고, 총연맹 대의원을 1명 낼까 말까 하는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의 조직인 부산일반노조 조합원이고, 지지기반이라는 출신 현장도 없는 채용상근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젊은(또는 어린) 저는 민주노조운동진영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솔직히 출마의 주요 이유는 하고 싶은 말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가장 폭넓게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인간도 위원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선거운동에 대해, 그는 "선거운동기간 내내 주로 대의원들에게 전화하고, 전국의 대의원을 만나기 위해 곳곳을 다니는 행위는 하지 않겠다"면서 "돈이 없다. 변변한 유인물 내기도 힘겹다. 그래서 입장과 공약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배포하겠다. 현장 조합원들 만나서 얘기 나누는 것으로 대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사무총장 후보 런닝메이트를 구하고 있다. 그는 "저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분께 사무총장 후보 런닝메이트를 제안한다"면서 "사무총장 후보를 구하지 못하면, 후보 등록 없이 '나홀로 위원장 선거운동'에 돌입하거나, 부위원장 후보로 선거에 출마하거나,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정승호씨는 충북대 총학생회장(35대)과 충북장애인권연대 사무차장을 지냈고, 철도공사 청량리역 비정규직 수송담당 역무원을 지냈으며, 금속노조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연대투쟁으로 징역 1년 6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는 민주노총 공공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부산지부 사무국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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