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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유? 그거 보다가 얼어죽겠슈

떠오르는 해는 집에서 봐도 보여유

등록|2010.01.01 14:31 수정|2010.01.01 14:31
사람은 누구라도 안 좋은 경험과 기억이 있다. 그러면 이에 반사적으로 반응하기 마련이다. 예컨대 어떤 음식을 먹고 혼쭐이 나는 경우 다시는 그 음식을 쳐다보기조차도 싫은 것과도 같은 이치처럼 그렇게.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해돋이를 보려는 이들로 전국의 해돋이 명소는 인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는 두 번이나 해돋이 구경을 갔다가 그야말로 '개고생'을 한 나쁜 기억이 있다.

한 번은 계룡산으로 해돋이를 보러 갔다가 그만 빙판길에 코를 박고 말았다. 그건 아이젠 등산화가 아닌, 만날 신고 다니는 굽이 얼추 다 닳은 구두를 신고 간 때문이었다.

다음으론 정동진에 갔다가 밝은 해도 못 보고(구름에 가리어) 물에 빠진 개 떨듯 고생만 죽어라 하고 설상가상으론 왕복시간만 12시간도 넘는 또 다른 개고생을 한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또 다시 해돋이 구경을 가면 성을 갈겠노라고 작심한 터였다. 이랬던 맘이 흔들렸던 건 집에서도 가까운 보문산의 전망대에서 '2010 경인년 보문산 해맞이 행사'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때문이었다.

'멀지도 않고 하니 이번엔 변심해서 여기라도 가 볼까?'

그러나 결국 이같은 생각은 너무도 추운 날씨로 말미암아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요즘 감기는 한 번 걸리면 당최 낫질 않는다. 연일 기침에 콧물까지 고드름으로 달고 있는 판인데 여기에 갔다가 감기가 악화된다면 이는 필시 독감으로 발전할 것이었다.

그렇다면? 답은 쉬 도출되었다. 떠오르는 해는 집에서 봐도 보이는 것 아니겠는가!

'맞어, 그렇다면 옥상에 올라가는 겨!'

새벽부터 일어나 동동거리다가 거실의 연탄난로를 열어 다 탄 연탄을 두 장 갈았다. 그리고 오전 7시도 안 되어 옥상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저 멀리 보이는 식장산으로의 일출(日出)은 여전히 함흥차사였다. 우측으로 보이는 보문산의 정상인 팔각정 역시도 아직 햇빛으로 반짝이자면 멀었다.

옥상은 거실의 연탄난로에서 올라온 연통으로 말미암아 연탄가스가 마구 분출되고 있었다. 빌어먹을~! 해돋이 보려다가 원치 않은 연탄가스만 마구 들이켜게 생겼군.

옥상은 그 뒤로도 몇 번이나 올라갔다. 잠시 그렇게 옥상에 올랐음에도 발은 시리고 얼굴마저 삭풍으로 말미암아 따가웠다. 그러니 지금 이 시간 산과 바다에서 해돋이를 보려는 이들은 과연 그 얼마나 춥고 떨릴까!!

하여간 해는 오전 8시를 넘기자 비로소 천하를 환히 밝히기 시작했다. 2010년의 새로운 해가 밝았다. 부디 올해도 나를 비롯하여 모두가 송액영복(送厄迎福)하고 건강과 행복이 늘 가득한 나날 되었음 하는 바람 간절하다.

▲ 이윽고 떠오른 해, 올해는 부디 좋은 일만 가득하길! ⓒ 홍경석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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