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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판 대박' 오즈옴니아, 쇼핑몰서 사라진 까닭

[제보취재] 시판가 '덤핑'에 예약 구매자 발끈... LGT, 온라인 판매 일시 중단

등록|2010.01.01 18:38 수정|2010.01.01 18:39

▲ 오즈옴니아 예약 판매 홈페이지 ⓒ LG텔레콤


지난달 9일 '크리스마스 기적'을 내건 오즈옴니아(삼성 애니콜 SPH-M7350) 선착순 예약 판매가 큰 관심을 모았다. 1차분 2010대가 예약 첫날 5시간 만에 동났고 2차분 3000대까지 매진되며 LG텔레콤 역시 스마트폰 경쟁에 화려하게 뛰어들었다. SKT T옴니아2나 KT 쇼옴니아와 동종 모델이지만 요금 경쟁력에서 좀 더 우세하다는 평가 덕이었다.

정작 오즈옴니아가 온-오프라인 매장에 풀린 지난 26일 네이버 '오즈사랑' 카페 게시판은 부글부글 끓었다. 일부 온라인 대리점에서 오즈옴니아를 예약 판매가보다 10만 원 이상 싸게 내놓자, 예약 구매자들이 발끈한 것이다. 출시 한 달 만에 값이 반 토막 난 T옴니아2 사태를 떠올린 일부 예약 구매자들이 환불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기적'이 '크리스마스 악몽'으로

업체에선 예약 구매자들을 모으려 다양한 혜택을 제시하기 마련이다. 이번 오즈옴니아 역시 8G메모리스틱, 휴대폰 케이스 등 7만 원 상당의 사은품을 내걸었다. 가격 면에서도 휴대폰 할인 32만4천 원 외에 '예약판매 특별할인(데이터요금제 할인)' 명목으로 24만 원씩 추가 할인했다. 여기에 "휴대폰 할인 금액은 예약 판매시에만 적용된다"는 단서까지 붙였다. 덕분에 출고가 92만4천 원짜리 휴대폰을 요금제에 따라 '공짜'에서 최대 24만 원이면 살 수 있었다.(아래 그림 참고)

그런데 26일 한 인터넷쇼핑몰에선 예판시 실구매가 16만8천 원이던 요금제를 선택해도 '공짜폰'으로 팔았다. 실구매가 24만 원인 요금제를 선택해도 11만 원이 싼 13만 원이다.

▲ 오즈옴니아 예약 판매 가격표(위)와 26일 한 온라인쇼핑몰 판매 가격표(아래). ⓒ 김시연


표에 드러난 보조금만 보면 예약 판매 때가 훨씬 많아 보인다. 그런데도 이 온라인 대리점의 실구매가가 싼 이유는 할부원가 차이에 있다. 예약 판매시 할부 원가는 기기 출고가에서 일시불 할인(16만4000원)을 뺀 76만 원이었다. 그런데 이 쇼핑몰에서 책정한 할부 원가는 단 47만 원으로 30만 원 가까이 벌어진다. 공식 보조금 외에 판매 인센티브 등 각종 '비공식 보조금'을 적용한 결과다. 

발끈한 예약 구매자들은 지난 30일 다음 아고라에 LG텔레콤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예약 구매자인 석우조(28)씨는 "제품을 받은 지 3일 만에 시중에 10만 원이나 싸게 풀려 황당했다"면서 "예약 판매 가격이 더 쌀 거라고 기대하진 않지만 적어도 시판 가격과 같거나 비슷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LG텔레콤, 예약 구매자 의식해 온라인 판매 한시 중단

▲ LG텔레콤 오즈옴니아. SK텔레콤 T옴니아2, KT 쇼옴니아와 비슷한 모델이다. ⓒ LG텔레콤

31일 현재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오즈옴니아를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 오프라인 대리점에서 옥션, G마켓 등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올린 물량이 조금 있긴 하나 예약 판매가보다 조금 높거나 '품절' 상태였다.      

한 휴대폰 전문 인터넷 쇼핑몰 관계자는 "이통사 요청으로 오즈옴니아는 1월 중순까지 온라인 판매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예약 구매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LG텔레콤에서 아예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오즈옴니아 판매를 일시 중단한 것이다. 예약 구매자들을 배려한 조치로도 볼 수 있지만 이통사의 '가격 통제' 아니냐는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이에 LG텔레콤 홍보팀 김상수 부장은 "26일 출시 당시 대리점 4곳이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예약 판매 가격보다 싸게 내놓았다"면서 "큰 가격 차 때문에 다른 대리점들이 반발해 (온라인 대리점들에) 협조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LG텔레콤에선 예약 판매시 최대 실구매가 24만 원('더블35+오즈무한자유스마트폰' 요금제 기준)보다 높은 26만4000원 정도를 적정 판매가로 제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부 대리점에서 판매 인센티브를 앞당겨 적용하는 식으로 가격을 임의로 낮췄는데, 예약 판매가와 격차가 너무 커 문제가 된 것이다.

▲ 31일 한 인터넷 쇼핑몰에 붙은 오즈옴니아 품절 안내문 ⓒ 김시연


이통사 '조삼모사'식 대책에 선구매자들만 골탕

온라인 판매 일시 중단으로 문제가 해소된 건 아니다. 지금은 시판가가 예판 가격보다는 조금 높게 형성돼 있지만 온라인 판매가 정상화되는 시점에서 다시 예판가 아래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LG텔레콤은 "온라인 시장의 가격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현재로선 1월 이후 (보조금) 정책이 어떻게 바뀔 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통사에서 보조금을 똑같이 지급해도 대리점간 경쟁에 따른 '가격 덤핑'까진 손 쓸 방법은 없다는 얘기다.

거꾸로 예판가 때문에 시판가를 묶을 경우 그만큼 일반 구매자에게 돌아갈 혜택을 막는 부작용도 있다. 오즈옴니아 예약 구매자들 사이에서도 시판가를 다시 높일 게 아니라, 예약 구매자들에게 그만큼 보상해 주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마디로 '조삼모사'식 대책일 뿐이라는 것.

지난 11월 말 T옴니아2 반 토막 사태 때도 기존 구매자들이 환불이나 보상을 요구하며 큰 생채기를 냈다. 당시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한 달도 안 돼 보조금을 올려 문제를 자초했다면, 오즈옴니아 사태는 불과 보름 전 예약 판매 가격조차 보장하기 어려울 정도로 왜곡된 시장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대리점 간 과열 경쟁 탓으로만 돌리기엔 그간 들쑥날쑥 보조금 정책으로 시장의 '룰' 자체를 허문 이통사들의 업보가 더 커 보인다. 자신들이 짊어질 짐을 얼리아답터 등 충성도 높은 구매자들에게 떠넘긴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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