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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절약하려 '길빵' 한다고요?

[2010 빵꾸똥꾸 탈출 ①] 눈살 찌푸리게 하는 길거리 흡연

등록|2010.01.03 13:04 수정|2010.01.03 13:04
<지붕 뚫고 하이킥> 해리가 외치는 '빵꾸똥꾸'에 속 시원~하신 적 있으시죠? 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 우왕좌왕 지하철 우측통행, 예쁜 여자가 능력 있다고 믿는 사람들 때문에 목구멍까지 차오른 '빵꾸똥꾸' 외침을 참느라 힘드셨다고요? 2010년 새해,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빵꾸똥꾸'들을 <오마이뉴스> 11기 인턴기자들이 모아봤습니다. 여러분을 대신해 속시원히 외쳐드리겠습니다. "야, 이 빵꾸똥꾸야!!!!!!!!!!!" [편집자말]

길거리 흡연일명 '길빵'이라 불리는 길거리 흡연 모습 ⓒ 박혜경


"담배는 제가 피우고 싶을 때 피우는 것이고, 그것(길에서 담배 피울 때 연기, 재 날리는 것)은  어쩔 수 없잖아요. 담배라는 게 중독이 심하고..., 이런(지하철역사) 곳에 흡연실이 있으면 상관이 없는데, 흡연구역도 마땅히 없고, 그렇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길거리에서 피우게 되는 것 같아요.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안 피우는 사람에게) 피해주고 싶지 않죠. (하지만 장소가 없으니) 어떡해요, 안 피울 수도 없고..." (최현민-가명, 24세, 흡연자)

"담배냄새가 나한테 오는 게 싫어요. 요즘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 많잖아요. 그걸 '길빵'(길에서 담배 피우는 행위를 일컫는 은어)이라 그러잖아요. 근데 제 앞에 가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게 되면 연기가 다 저한테 오니까 너무 싫었어요." (백유미, 20세, 비흡연자)

지난 12월 30일 저녁, 경기 안산 상록수역에서 만난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얘기다. 흡연자가 있는 한 길빵, 즉 길거리 흡연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비흡연자들은 길거리 흡연에 그냥 얼굴 한 번 찡그리고 말면 되는 것일까?

버스 정류장 '길빵' 이유가 '시간절약' 때문이라고요?

버스정류장 근처 담배 꽁초들태우고 버린 담배 꽁초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 박혜경


저녁 6시 반 퇴근시간, 지하철 역사를 빠져 나가자 역 앞 버스 승강장에 버스를 기다리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그나마 이곳 버스 승강장은 역 앞 공터와 연결되어 있어 넓은 편이라 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의 '거리 유지'가 가능했다.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흡연자 2명에게 다가가 승강장 근처에서 흡연하는 이유를 묻자 그들은 제일 먼저 '시간절약 때문'이라고 답했다.

"버스 승강장이 금연구역인 건 알지만, (버스를) 기다릴 때 (흡연을 하려면) 저 쪽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걷기 귀찮아서요. 여기서는 그냥 피우고 끄고 바로 타면 되니까, 시간절약이 되잖아요."

승강장 흡연의 이유가 비슷했던 것일까? 이들의 말처럼 담배를 피우던 다른 사람들도 버스가 오자 황급히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버스에 올라탔다. 출입구에서 떡 등을 파는 가판 옆에는 그렇게 버려진 담배 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가던 길 가랴, 연기 피하랴 바쁜 비흡연자

흡연자와 비흡연자비흡연자 여성 뒤로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며 걷고 있다. ⓒ 박혜경


흡연자들에겐 승강장이 버스 기다리면서 '한 대 피우기 괜찮은 장소'인지 몰라도 비흡연자들에겐 고역의 장소였다. 집에 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백유미(20), 백향미(21) 자매는 길거리 흡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얼굴을 찌푸리며 '싫어요'라고 대답했다.

"여기는 공공장소예요. 담배를 피울 거면 휴게실 같은 데서 피워야지..., 아니면 사람 없는 구석 깊숙이 가서 피우든가..."

두 자매는 횡단보도나, 버스 승강장 등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에게 '담배를 꺼달라'고 말해 본 경험도 가지고 있었다.

"어른들한텐 못하고 친구들이나 저희 또래들한테는 말한 적 있어요. 친구들은 장난치는 줄 알고 그대로 피우고, (모르는 사람이지만 또래인) 다른 경우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요. (안 피우는 듯) 시늉만 하다가 다시 피우죠. (그래서 말하기보단) 거의 피해요."

지난해 8월초 서울시의회 남재경 의원이 서울시민 26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0.45%가 '길거리 흡연 금지처럼 더 강력한 금연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했다. 흡연자 입장에서는 공중으로 다 흩어지는데 그 정도 연기도 이해 못해주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옷에 구멍 나고, 실명도... 길에서 누리는 '불편하고 위험한 자유'

원하지 않는 매캐한 냄새를 맡고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다. 더군다나 그 연기가 나의 건강을 해치는 것이라면 사람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간접흡연의 유해성'에 대해 일본의 히라야마 박사가 남녀 26만 명을 대상으로 16년 간 조사한 결과, 담배를 하루 한 갑(20개비) 이상 피우는 남편을 둔 아내는 비흡연자 남편을 둔 아내보다 폐암 발생 위험이 92%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길거리 흡연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다. 기자의 경우만 해도 어린 시절 놀이동산에 갔다가 담배에서 떨어진 재와 불똥에 손을 다칠 뻔한 일이 있다. 다행히 코트 소매 위로 떨어져 옷에 구멍이 나는데 그쳤지만 10살 어린 아이 손등에 불똥이 떨어진다는 상상은 끔찍하기 그지없다.

일본에서는 실제 길거리 흡연으로 인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2001년 길거리 흡연자의 담배에서 튄 불똥이 길 가던 어린아이 눈에 들어가 실명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일본은 길거리 흡연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시 30만원 정도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NO" 외치라구요?

'say NO' 캠페인 로고  ⓒ Say NO 홈페이지

정부는 지난 2008년 'say NO'라는 간접흡연 피해 방지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다. 간접흡연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싫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못했던 비흡연자들이 나서서 길거리 흡연을 막자는 캠페인이었다. 이에 따라 버스 승강장 곳곳에 관련 포스터가 붙고 캠페인 광고는 공중파를 타고 방송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정작 생활에서 '담배 좀 꺼주세요'라고 말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어른들한텐 말도 못하고 친구들이나 저희 또래들한테는 말해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경향이 많다'는 백향미씨의 말은 일반적인 비흡연자들의 '말 못하는 상황'을 드러낸다. 비흡연자들이라면 손을 내저어가며 담배연기를 '우선 피하고' 본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길거리 간접흡연의 피해는 그대로인데  'say NO' 캠페인 사이트는 가장 최근 공지가 재작년 12월 말에 등록된 것이고, 올해 1월에 올라온 글도 '포인트 우수자'를 발표하는 단순 알림에 지나지 않았다. 비흡연자들이 이전과 큰 변화 없이 '간접흡연 피해'에 대해 말 못하고 있는 현실과는 다르게 정부의 캠페인은 이미 끝이 나 버린 셈이다.

길거리 흡연 규제· 흡연실 마련 등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길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벌금을 물진 않는다. 담배꽁초를 버릴 경우에 한해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길거리 흡연 자체는 '흡연자들의 매너'에 맡겨 놓는 상황이다. 길거리 흡연을 '매너'에만 기대기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흡연 장소를 만들든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최현민-가명, 24세, 흡연자)
"(흡연 장소를 마련해 거기서만 피는 게) 차라리 나은 것 같아요" (백유미, 20세, 비흡연자)
"안이든 밖이든 흡연할 곳을 지정해 놨으면 좋겠어요." (김지연-가명, 20세, 흡연자)

더불어 흡연장소 마련에 대한 고민도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조건 담배 피울 장소를 없앤다고 해서 흡연인구가 줄지는 않는다. 오히려 마땅한 공간을 찾지 못한 흡연자들이 거리로 나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길거리 흡연을 막되 흡연공간을 마련해주어 길거리 흡연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길거리 흡연을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2010년엔 담배연기로부터 자유롭게 길을 걸을 수 있길 희망해 본다.
덧붙이는 글 박혜경 기자는 11기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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