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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드라마, 2010년도에 <지붕 뚫고 하이킥>을 보고 배우자!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126] 시트콤이지만 막장드라마보다 빛나는 <지붕 뚫고 하이킥>

등록|2010.01.02 14:19 수정|2010.01.02 14:19
MBC <연기대상>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박정란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2010년도에는 막장드라마라는 말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드라마계의 원로 작가로서 현재 국내 드라마계가 직면한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볼 수 있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인 막장드라마가 시청률을 담보로 무작위로 등장하고 있는 현실이 원로 작가로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드라마의 정의를 딱 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지만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 그래서 지친 우리들의 가슴에 따뜻함을 줄 수 있는 드라마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니, 박정란 작가의 말에 백번 동감하는 바이다. 그렇다면 막장드라마는 어떻게 하면 착한 드라마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보면 답이 보인다.

사실, <지붕 뚫고 하이킥>을 보고 있으면, 시트콤일까? 드라마일까? 헷갈릴 때가 많다. 그만큼 시트콤이지만 가볍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신파를 가미해 웃음 뒤에 진한 감동을, 자극적인 이야기보다 일상 속에서 묻어 나오는 소소한 웃음을, 자극적이기보다는 현실적인 캐릭터가 담겨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 드라마계가 처한 막장드라마에 전하는 바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지붕 뚫고 하이킥>을 보고 막장드라마가 배워야 할 점을 알아보자.

#1.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하지만 비상식적인 캐릭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 imbc


<지붕 뚫고 하이킥>와 막장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캐릭터이다. 막장드마라가 자극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장 큰 원인은 비상식적인 캐릭터 때문이다. 이 자극적인 캐릭터는 드라마 속에서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불행해지거나, 악랄해진다.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극단적으로 몰아간 후 대부분 죽음으로 이야기 끝을 맺거나 혹은 갑작스럽게 인간성 회복해 공감할 수 없는 결말을 보여준다.

마치 어렸을 적 선인과 악인을 구분하며 놀던 인형놀이처럼 말이다. 하지만 어렸을 적, 놀이는 순수했다면 지금 막장드라마가 행하는 인형놀이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자극적인 캐릭터가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이는 작가와 제작진이 바라보는 인간에 대한 어이없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바라보는 캐릭터에 대한 시선은 확연히 다르다. 칠순으로 가부장적인 가장으로서 집안에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려 하지만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이순재. 일례로 그토록 아무 데서나 뀌어대는 방귀도 자옥씨 앞에서만큼은 애써 참는다. 그래서 둘의 사랑은 알콩달콩 귀엽고, 응원하고 싶어진다.

대가 센 현경과 고개 숙인 아버지 보석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거칠 것 없는 성격이지만 남편 보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친구에게 아부하기도 하고, 사라진 남편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늘 순재에게 구박을 받지만 아들에게만큼은 좋은 아빠이고 싶은 보석이다.

이러한 지점은 세경과 신애 자매에서 극대화된다. 신파로서 눈물을 동반케 하는 그들이지만 준혁과 지훈이 그들을 도와주고 보듬어 주는 관계 속에서 훈훈함을 느낄 수 있다. 바쁜 현대인들의 삶이지만 인간애를 느낄 수 있어 그들이 신파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자극적인 캐릭터도 있다. 바로 '빵꾸똥꾸야! 다 내꺼야!"를 외치는 해리다. 신애를 못살게 굴며 신애를 향해 따귀를 날리는 순간 막장드라마의 캐릭터가 등장했나 싶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날, 큰 집에 놀아 줄 사람이 없어 텅 빈 거실에 홀로 서 있는 모습에서 애정이 부족한 아이였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래서 해리는 막장드라마 속 캐릭터와 다르다.

이처럼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캐릭터를 인형처럼 다루지 않는다. 자극적이거나 극단적인 캐릭터로 설정해 공감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캐릭터로 훈훈함이 느껴지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드라마에서 캐릭터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2. 현실성과 인간애의 절묘한 조화가 있다! 

▲ 현실적인 가족 이야기를 보여주지만 그 안에서 인간애를 그리고 있다. ⓒ imbc

막장드라마에의 또 다른 가장 큰 문제점은 현실성 결여이다. 비상식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니 그들이 만들어 놓는 이야기에는 현실적인 부분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점 하나로 자신의 아내였던, 자신의 친구였던 사람을 몰라본다든지 하는 허구적이 표현들이 넘쳐난다. 아무리 드라마가 허구라지만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은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전체적인 이야기가 슬프기까지 하다. 돈 때문에 산골에 살던 세경과 신애 자매는 아빠와 헤어지고 물질의 도시 서울로 와 순재네서 식모살이를 하게 된다.

그 큰집을 60만 원을 받으며 청소하고 빨래하며, 지훈을 짝사랑 하며, 준혁으로부터 연정을 받는다. 여기까지 봐도 이야기 구조가 슬프기 짝이 없다.

한편으로 순재네 가족은 어떠한가. 이처럼 삭막하기 그지없는 집이 없다. 그래서 TV에서나 나올 법한 가족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TV에서는 저녁식사 후 가족들이 두런두런 모여 앉아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눈다면 순재네는 과일을 먹기 위해 모이긴 하지만 TV를 시청하는 것이 전부다. 크리스마스 같은 날에도 가족 파티는 없다. 다들 자기 스케줄대로 움직이며 심지어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을 집에 홀로 두고 아빠와 엄마는 데이트를 즐긴다.

그래서 세경과 신애자매, 순재네는 극명하게 대치되는데, 여기서 우리는 현실적인 묘사를 통해서 제작진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있다. 바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각기 다른 욕망이 분출되어 빚어지는 모습 속에서 인간애 발견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세경과 신애 자매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이순재는 식모로 살 수 있도록 현경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허락한다. 세경의 부지런함에 점차 현경도 보너스를 주며 휴가를 주는 등 세경이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해리도 홀로 있는 외로움에 세경과 신애의 우애가 부러워 질투하면서도 신애가 없는 날에는 남모르게 신애를 기다린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나열하면서 조금씩 회복하는 인간애를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막장드라마는 인간애를 상실할 때 비로소 극이 완성된다. 불륜을 저지르고, 복수를 하는 사이 인간성을 하나둘씩 잃어가며 종극에 극적인 결말 부분에 이르기에 인간애를 회복하거나 인간애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않는다. 이 점이 바로 막장드라마가 배워야 할 지점이다.

#3. 휴머니즘으로 멜로 라인을 완성하다!

▲ 휴머니즘 관계 속에서 사랑관계가 성장해 기존 막장 드라마가 사랑을 파괴하는 것과 다르다. ⓒ imbc

막장드라마 대부분 내용을 보면 애정과 연관된 내용이 많다. 하지만 애정 관련 이야기도 정상적인 부부관계나 혹은 남녀의 결혼이야기가 아니다.

그러한 정상적인 내용을 한 번 더 비틀어 불륜으로 파괴되는 가정 이야기, 집안의 원수로 결혼을 하지 못하는 사랑 이야기, 원수에게 복수를 하는 이야기 등으로 비뚤어진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그렇다 보니 불륜 이야기 드라마의 경우 평온한 가정이 남편 혹은 아내의 외도로 파괴되고, 내연녀 혹은 내연남이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한다.

이에 충격을 받은 아내 혹은 남편은 뜻하지 않게 이혼을 하게 되고 홀로 서거나 복수를 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서 내용의 대부분을 애정에 몰두하고, 파탄에 이르는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이 때문에 멜로 즉 애정에도 현실적인 면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애정을 보여주지만 보여주는 방식은 물두하기보다는 일정한 거리감을 두어 판타지를 배제한 현실적인 사랑이야기를 하면서 동시에 역시 휴머니즘을 바탕에 배치해 놓았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황혼로맨스를 펼치는 이순재와 김자옥은 젊은이 못지 않는 사랑을 보여주며 우리의 편견을 깨주는가 싶더니 현경의 결혼 반대라는 현실적인 이야기 부분을 끌어와 황혼로맨스의 애로사항을 표현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현대사회가 계급사회는 아니지만 물질적인 소유 유무에 따른 계급이 있음을 젊은이들의 사랑에서 보여주고 있다. 서울대생으로 오해해 과외 선생 자리를 얻은 '서운대생' 정음이 지훈과 알콩달콩 연애를 시작했지만 이들도 의사와 서운대 생이라는 보이지 않는 계급적 차이가 존재한다.

더욱이 고등학교를 나오지 못한 식모 세경이 지훈을 짝사랑하지만 자시의 처지를 알기에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계급적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세경이 지훈과 사랑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스펙을 맞춰야 한다.

또한 백수커플 광수와 인나도 마차가지이다. 먹을 것이 없어 마트 시식코너에서 식사를 때우고 마트 사은품에 인나의 마음이 동요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현실적인 애정관계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적인 애정관계 이야기가 그 안에 적절한 휴머니즘으로 애틋한 사랑을 만들기도 하고,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것은 애초부터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애정관계가 성립되었기 때문이다. 애당초 준혁이 세경을 향한 첫 사랑이 싹트게 된 계기는 처지가 불쌍한 세경을 도와주면서부터다. 명절날에도 열심히 일하는 세경이를 위해서 대신 청소하고, 자장면을 시켜 먹으면서 조금씩 세경이를 향한 마음이 커져갔다.

세경이 또한 지훈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 것도 무심하지만 은근한 배려를 하는 지훈이를 느끼고서부터 조금씩 사랑을 키워나간 것이다. 지훈과 정음도 마찬가지이다. 폐쇄공포증을 일으킨 지훈이 내민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기 시작하면서 지훈이 정음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처럼 애정관계 안에서 휴머니즘이 살아 있는 <지붕 뚫고 하이킥>은 그래서 막장드라마와 다르다. 막장드라마의 멜로가 파괴라면, <지붕 뚫고 하이킥>의 멜로는 성장이다. 정확히 말하며 더불어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준혁이 세경이게 과외를 하면서부터 공부에 몰두하는 모습이 그러하다. 그래서 이들의 멜로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흐뭇하다. 이 점 또한 막장드라마가 배워야 할 것 중의 하나이다.

이처럼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는 <지붕 뚫고 하이킥>은 시트콤이지만 드라마보다 더 시청자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막장드라마가 자극적인 소재로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시청률을 얻으려 한다면 부디, 그러한 마케팅을 버리고 2010년도에서 <지붕 뚫고 하이킥>처럼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안방극장에 찾아왔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다음 블로그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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