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계양산도 공촌천도 편히 쉬게 해주세요!

겨울 냇가서 경인년 첫날 해맞이

등록|2010.01.03 10:11 수정|2010.01.03 10:11
play

[소원] 계양산도 공촌천도 편히 쉬게 해주세요! ⓒ 이장연



2009년 12월 31일. 씁쓸한 기축년의 마지막 해를 눈덮힌 산에서 쫓다, 다시 고갯길을 내려와 도서관에 들러 마지막 숙제를 끝마쳤습니다. 종이 울리기 전에 집으로 '터벅터벅' 돌아와 때늦은 저녁을 대충 챙겨먹고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재야의 종소리를 듣겠다며 서울 보신각에 머처럼 몰렸다 하는데 제겐 관심 밖이었습니다.

그리고 밤새 소는 가고 호랑이가 찾아왔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지만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엿보니 아직 2010년 첫날 아침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해뜨는 시간을 알아보려 TV를 켜니 '30분 뒤 경인년 첫해가 동쪽 바다에서 떠오른다' 하고, 일출 명소에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하더군요.

▲ 사람들에게 괴롭힘 당해온 계양산과 공촌천에서 새해를 맞았다. ⓒ 이장연




남들처럼 그렇게 요란법석 떨며 해맞이를 하고 싶지 않아, 두터운 옷을 챙겨입고 천천히 집을 나섰습니다. 얼어붙은 길에는 듬직한 계양산이 새벽 어둠을 품고 있었는데, 지난 3년간 인천시가 자연형하천 조성공사를 한다고 망쳐놓은 공촌천으로 다가가니 천천히 연분홍 빛깔의 기운이 산능선을 물들였습니다.

이젠 5년째 롯데골프장으로 괴롭힘 당하는 계양산과 천마산이 맞닿은 고갯마루는 호랑이해를 알리기 시작했고, 산아래 군부대에서는 기상나팔 소리가 울린 뒤 장병들의 함성과 아침체조 소리가 물길따라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어리석고 오만한 사람들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잃은 냇가도 둥근달을 보내고 해맞이를 준비했고, 인천아시안게임으로 사라질 논밭에서는 수탉들이 새날이 밝았다고 "꼬끼요"하고 울어댔습니다.

그렇게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조촐히 맞이한 경인년. 올해는 계양산도 공촌천도 사람들 때문에 아파하지 않았으면 싶습니다. 더 이상 자연과 생명을 지멋대로인 사람들이 괴롭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발.

▲ 인천시는 지난 3년간 친수공간-생태하천 공사한답시고 하천을 망쳐놓았다. ⓒ 이장연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와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