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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으로 시작한 마니또 혼란 작전 '만인의 마니또 되다'

등록|2010.01.04 09:49 수정|2010.01.0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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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또 공개하던 송년회 밤, 가슴이 찡하다 ⓒ 윤태


며칠 전 사무실 송년회를 치렀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마니또'를 했었지요. 그런데 올해 마니또는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마니또는 일반적으로 번호 1004 찍어 따스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기도 하고 책상 서랍속에 몰래 작은 선물을 넣어주기도 합니다. 종종 손으로 쓴 편지를 남몰래 전해주기도 하지요. 도대체 내 마니또가 누구길래 이런 문자, 편지, 선물 등을 몰래 주는가 하며 아무리 궁금해도 공개하는 날까지는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은 27명입니다. 그런데 제가 실수로 마니또를 들켜버렸습니다. 문자를 보내는 과정에서 제 번호가 찍혀버렸던 거죠. 들키면 벌칙이 있는데 저는 무조건 아니라고 잡아뗐습니다. 누군가 제 번호를 찍어 보낸 것이고 모함하는 것이라고 발뺌을 했지요. 반면 들켜버린 제 마니또는 제가 확실하다고 주장했구요. 이대로 나가다가는 꼼짝없이 잡히고 말 것입니다.

슬슬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1004 번호를 찍어 여러 사람에게 보냈습니다. 멋들어진 사진과 함께 감동적인 멘트를 넣어 교란 작전을 시작했습니다. 내 마니또와 마주하는 시간에 맞춰 마니또에게 예약문자를 발송했습니다.

산에 올라와 있다며 겨울 산 사진을 마니또가 문자로 받는 그 순간 저는 마니또 앞에 앉아 있도록 알리바이를 꾸몄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에 아내에게 부탁해서 여성스러운 글씨와 그림으로 치장해 마니또에게 몰래 주었습니다. 나중에는 다른 사람의 번호를 찍어 부드러운 멘트와 제가 촬영한 꽤 괜찮은 사진들을 여러 사람들에게 수시로 보내주었습니다.

이로써 이번 마니또는 대혼란에 휩싸이게 됐답니다. 서로 서로가 전부 마니또가 됐고 따지고 보면 마니또가 아닌 사람이 없게 됐습니다. 멋진 멘트와 사진을 자신만 받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1004 혹은 다른 사람의 번호로 똑같이 받게 된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많은 분들이 이 장난의 주인공을 저로 지목했지만 저는 치밀한 알리바이와 논리적인(?) 설명(?)으로 계속 부인했습니다. 제가 문자를 많이 보낸다는 사실을 이용해 누군가 저를 모함하고 있다며 저는 계속 발뺌을 했지요.

제가 비록 장난질은 했지만 그리 나쁘진 않았습니다. 사무실 앞에 한증막이 있는데 그 옆에 장작을 잔뜩 쌓아놓았더라구요. 그 장작 사진을 찍어 자기 한 몸 불사르면서 누군가를 따스하게 해주는 장작 같은 존재가 되자고...

주로 이런 멘트와 사진을 보냄으로써 모든 사무실 직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싶었던 게 제 의도죠. 다만 그것을 너무 많이 자주 하다보니 결국 '장난질'로 격하됐지만 많은 분들에게 즐거움이 되었으리라 확신합니다.

그 어느 해보다 기억에 남고 직원 모두에게 훈훈한 만인의 마니또가 된 것 같네요.

▲ 신년이 되면 종종 다른 지점으로 전배를 가시고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참 많이 아쉽지요. 촛불을 켜고 자잔한 음악이 깔린 상태서 진행한 마니또. 가슴이 찡했답니다. ⓒ 윤태

덧붙이는 글 블로그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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