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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들의 독설 '나라를 왜 걱정하나'

김종광 청소년 소설 <착한 대화>

등록|2010.01.04 09:25 수정|2010.01.04 10:51

▲ <착한 대화>겉표지 ⓒ 문학과지성사



청소년 소설 <착한 대화>의 정체가 수상쩍다. 연작소설이라고 하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낯설다. 이유인즉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 대화의 정체는 무엇일까. 청소년들의 대화다. 어떤 문제에 대해 서로 생각이 다른 두 명의 청소년이 치열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대화의 주제는 뭘까? 제1부는 '참을 수 없는 무거움'이라는 주제로 '타율과 자율 사이' '애국심이란 무엇인가' '나라를 왜 걱정하는가' '교통사고인가 해방인가'를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러한 주제들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청소년들의 사회적인 고민이다. 한 명은 과반수가 넘는 학생들의 서명을 증거로 두발자율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자 학생회장은 그것에 반대하고 있다. 이유는 어차피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두발자율화를 주장하는 학생은 학생회장이 학생의 뜻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질타한다. 학생회장은 그런 서명이 신빙성이 있는지부터가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청소년들이 머무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타율'에 대해 넘어간다. 자율학습은 자율인가, 타율인가, 두발자율화는 왜 허용될 수 없는가 등에 관한 의견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애국심에 관한 것도 마찬가지다. 국가대표가 금메달 딴 것을 두고 행복해하는 학생은 그것이 애국심이라고 하고 다른 학생은 그것은 애국심이 아니라고 못 박는다. 이어서 진정한 애국심이 무엇인지, 또한 나라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화하는데 그 내용이 심상치 않다. 김연아, 박태환 등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국가적인 위신이 올라가는 것처럼 홍보하는 언론과 단체들을 향한 쓴소리를 내포하기 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주제는 '금 밖의 아이들'과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다. 이 장에서는 결국은 대학교로 통하고 마는 현실을, 어른들이 말하는 것에 대해 의심해서는 안 되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내용들 또한 심상치 않다. 일종의 반란 같은 것이라고 할까? 이런 저런 이름으로 새로운 고등학교가 등장하지만 모든 것이 입시로 연결되는 현실에서 그것이 옳은가, 나쁜가를 이야기하는 그들의 대화는 입바른 소리 하는 어른들의 생각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 스타를 만들어내면서 청소년을 상품화시키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어떨까. 누군가는 스타가 생겨서 좋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이 청소년의 스타가 아니라 어른들의 스타라고 비판한다. 청소년을 위한 스타라기보다는 어른들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일종의 인형 같은 것이라는 말이다. 어느 것이 사실일까? 모두 다 사실이지만 동시에 사실이 아니다. 진실은 따로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실인가?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답은 어느 정도 정해져있다. '착한 대화'는 쓰디쓰게 그것을 알려주고 있을 따름이다.

제목은 <착한 대화>지만 어른들이 보기에 이 소설의 내용은 전혀 착하지 않다. 능청스럽게 아저씨들을 비판하고 어른들을 풍자하는 그 모습은 뭔가를 의심하게 만들고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니 '나쁜 대화'로 여길 법 하다. 하지만 진실로 그러할까. 어쩌면 이 대화는 누구나 알고 있는,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었던 것에 관한 것일지도 모른다. 김종광은 그것을 좀 더 말하기 쉽게 만들었을 따름이다.

'고딩'들의 수다가 있는 <착한 대화>, 이 사회에서 '착한 대화'가 실종됐기에 그런가. 그 독설이 유난히 더 빛을 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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